[쿠팡의 미래] ② '한국의 아마존’...그들의 꿈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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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미래] ② '한국의 아마존’...그들의 꿈은 이뤄질까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2.22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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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장 상위권 지키려면 투자 단행해야"
"물류시스템 내재화가 서비스 변화 대응에도 유리"
"기존 방식, 덫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쿠팡, 상장 후에도 '아마존 방식' 투자 강화할 듯
쿠팡 풀필먼트센터. 사진=쿠팡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쿠팡이 11년 만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로 직행한다. '만년 적자 기업'이라던 쿠팡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55조원)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으로 확보한 투자금으로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 전망한다. 3편에 걸쳐 쿠팡의 미래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 상장으로 수조원대 투자금 확보가 사실상 확정된 쿠팡의 향후 투자처를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Service) 확대'와 '택배·물류 사업 내재화' 강화로 꼽았다. 아마존과 같은 사업방식 확장을 위해선 오프라인 물류센터를 기반으로한 물류 경쟁력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는 "지금 이커머스 업계 1위인 네이버하고 쿠팡의 시장점유율, 매출액 등 차이가 3~4% 밖에 안나는 상황에서 모바일 트래픽은 쿠팡이 1위"라며 "시장에서 1~4등 사업자가 굳어지기 전에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고객은 이제 가격에 감동하지 않고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물품을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서 받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며 “그간 쿠팡이 물류 효율화를 위해 투자하고 쌓은 데이터를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면 시장 1위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수요를 예측한다. 쿠팡을 단 한 번이라도 이용해본 적이 있는 ‘활성고객’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85만명이다. 이들의 배송 이력을 분석해 주문전에 가까운 물류센터에 필요한 제품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물류창고 회전율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으로 얻게될 수조원대 투자금을 AI 기술을 적용한 물류센터 확충과 풀필먼트 서비스 확대에 투입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물류센터를 추가설치하는 등 투자를 강화하면 제주도 등 도서산간 지역에 추가 비용 없는 익일 배송을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가격·다양한 제품·빠른 배송 위한 투자"

전문가들은 쿠팡이 그간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 ‘풀필먼트 서비스 확충’과 물류 센터를 짓고 배달원을 직고용하는 등의 ‘택배·물류 사업 내재화’를 통해소비자를 상대로 '낮은가격,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이라는 3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킬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쿠팡의 등장 이전에 물류·유통업계에서는 '낮은 가격, 다양한 상품, 빠른 배송'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고 여겼다. 취급하는 상품 종류가 많아지면 균일한 서비스를 적용해 빠른 배송을 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면 제품 비용이 높아진다. 

아마존이 이 문제를 해결한 방법이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다. 쿠팡은 한국 상황의 특수성을 반영해 ‘택배·물류 사업 내재화’라는 전략도 함께 채택했다. 

풀필먼트 서비스. 자료=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풀필먼트는 제 3의 입점 업체 제품을 쿠팡 물류 창고에 보관하며 쿠팡이 제품 선별·포장·배송·교환·환불 등 일체 서비스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직구입과 풀필먼트 등을 통해 쿠팡에선 현재 700만개 이상의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국내 대형 오프라인 유통 업체가 취급하는 품목의 100배 이상의 규모다. 다양한 제품을 갖춰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선별-배송'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쿠팡이 직접 운영하는 물류 시스템의 효율화를 통해 제품에 따른 차이없이 빠른 배송도 가능하다.

이는 곧 더 많은 소비자를 쿠팡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고, 더 많은 제 3의 입점 업체가 쿠팡 물류창고에 들어와 다양한 상품을 쿠팡에 맡기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쿠팡 플랫폼에서 물건을 파는 입점 업체가 많아질수록 경쟁에 따라 제품 가격도 낮아진다. 

과투자로 인한 적자확대 우려도

유통 학계에서는 일정기간 적자를 감당해야하는 쿠팡의 전략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쿠팡의 누적적자를 4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업계에선 이를 ‘계획된 적자’라고 보기도 한다. 초기 물류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쿠팡이 직접 취급하는 품목과 입점업체 수가 늘어나면 물류 효율화를 통해 적자폭을 줄이고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조영상 공주대 산업유통학과 교수는 “현재 물류센터를 늘리는 방식의 쿠팡 전략은 과투자가 될 수 있다”며 “쿠팡은 기존 택배·물류 회사 등 사회적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투자비를 줄이고 윈윈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성공한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일본은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길게 뻗어 있어 물류망을 형성하기 어렵고 도로망도 한국에 비해 촘촘하지 못하다. 미국은 국토 면적, 물류·배송 인프라, 스마트폰 보급률과과 인터넷 속도 등 시장환경이 한국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쿠팡 배송차량. 사진=쿠팡

조 교수는 “아마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오프라인 거점을 잘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선 쿠팡이 3만평짜리 물류 센터 하나 짓는 것보다 100평짜리 300개 짓는 게 더 효율적이고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유통망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건립을 시작한 김천물류센터는 축구장 12개 넓이, 광주 평동3차 물류센터는 축구장 22개 크기(약 4만8000평), 충북 음성군 금왕 물류센터 역시 축구장 14개 크기(약 3만평)다.

조 교수는 “쿠팡이 물류센터 부지를 고르고 건물을 짓고 자동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각종 시설과 장비를 넣으면서 몇조원의 돈과 시간을 쓸 때 오프라인 기반을 갖춘 기존 유통업체는 가만히 있겠냐”며 “이미 확보한 오프라인 매장 등 거점을 활용해 쿠팡이 시간을 쓰는 동안 물류 효율화를 추진해 쿠팡과 격차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조단위'로 투자한 물류센터가 시장 상황이 바뀌면 고정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이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사이 경쟁 업체가 택배회사와 협력하면 배송 경쟁력도 따라잡힐 수도 있다. 

네이버는 이날 하루 내 배송하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맞서 CJ대한통운 협력해 ‘지정일 배송, 오늘도착’등 배송 서비스를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이마트는 자사의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와 온라인주문을 처리하는 PP센터를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롯데와 홈플러스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쿠팡은 익일 배송 전국 확대가 목표"

학계 일각의 우려에도 쿠팡은 그간의 투자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내부적으로 물류시스템을 내재화하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더 짓고 쿠팡친구(배송기사)도 추가 고용할 계획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축구장 400개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배송기사 1만5000여명을 직고용했다. 향후 사무직과 배송기사를 합쳐 5만여명을 추가 채용하고 강원도, 제주도 등 익일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물류 센터를 더 촘촘히 설치해 '전국민 대상 익일배송'서비스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더욱이 김 의장이 '주문 즉시 실시간 배송'이라는 목표를 밝혔고 다양한 사업분야로의 확대가 명확한 상황에서 기존의 투자 전략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확장시에도 물류시스템 내재화가 유리"

쿠팡이 물류·배송 시스템을 내재화에 투자를 확대하면 택배·배송 시장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사업을 확장할 때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현재 골목을 다니며 음식 배달 사업을 서비스 중인 '쿠팡이츠' 배달원의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식품 외 품목 배달을 맡길 수 있다.

쿠팡이츠 배달원. 사진=쿠팡

쿠팡이 자체 보유한 배달차량과 직고용한 배달기사를 활용해 향후 드론,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활용하는 아르바이트 배달원 등을 연계해 배송망을 재구성하고 최적화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배송업체와 협력 해야하는 쿠팡의 경쟁업체는 서비스 변화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며 "업체 상황에 따라 배송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고 시장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종필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학과 교수 역시 "AI를 활용한 수요 예측의 정확도는 점차 발전하고 있다"며 "로봇을 활용한 물류센터 무인화와 드론 배송 등을 점목해 쿠팡이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사례처럼 쿠팡이 물류·배송 경쟁력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한 후에는 중고차·보험·여행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돼, 물류센터의 자동화에 따라 축적한 데이터를 다른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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