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투자로서의 미술, '그들만의 리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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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운의 미래를 보는 미술] 투자로서의 미술, '그들만의 리그' 아니다
  • 최고운 큐레이터, 미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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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이 선호하는 미술문화의 매력은?
미술품은 본질 가치·미적 가치·소비 가치 모두 포함
시대와 풍조가 변하면 미술품 가격도 달라져
미술투자, 머지 않은 미래에 '최고의 안전 자산' 투자될 전망
최고운 선임 큐레이터
최고운 미술 칼럼니스트

[최고운 큐레이터, 미술 칼럼니스트] 삼성 회장 고 이건희(1942-2020)의 개인 소장 미술품이 윤곽을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감정에 들어간 이 회장의 미술품 규모와 가치는 이른바 ‘초일류 컬렉션’을 자랑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마크 로스크(Mark Rothko),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 등 세계 유명 작가의 초고가 작품을 아우르고, 현재 우리나라 문화재 중 국보급 11.2%, 보물급 4.9%를 차지한다고 전해진다.

사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부터 이건희 회장, 며느리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까지 삼성가의 미술품에 대한 애정은 이미 세간에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부자들은 왜 미술품에 대한 애정이 특별할까. 단순히 남들보다 재산이 많다는 이유에서 일까? 

미술품은 이제 일부 특권층이나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투자 가능한 대안투자자산이다. 사진=필자인 최고운 큐레이터가 직접 구매해 소장한 작품들이다. © Image Copyright Choi goun
미술품은 이제 일부 특권층이나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투자 가능한 대안투자자산이다. 사진=필자인 최고운 큐레이터가 직접 구매해 소장한 작품들이다. © Image Copyright Choi goun

동시대 정신을 대표하고, 새로운 기준의 가능성을 창조하는 행위이자 상상력의 산물인 미술품은 오랜 시간 동안 시장에서 거래되어 왔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한 국가의 전통이자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미술품은 미래의 물가 상승률에 따라 ‘가격 상승 가능성’을 지닌 실물 자산이다. 나아가 단순한 투자자산을 넘어 감상을 통한 '미적 가치 향유와 삶의 질 향상'을 가능케 하는 문화유산이다.

제한적 공급과 수요, 미술품

미술품은 하나의 진품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생산이 불가능하며, 동일한 작가라도 작품의 크기, 제작연도, 주제, 재질, 보존 상태, 소유의 경로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비교적 높은 가격과 작품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이질적인 가격이 형성된다. 또한 미술품을 창조하는 작가가 생산할 수 있는 작품의 수가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작고한 작가의 경우에는 공급이 중단된다.

이러한 작품별 희소성으로 인해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소유자가 극소수로 한정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미술품 거래 횟수는 적은 반면, 시장의 일시적 불균형에 의한 가격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미술품의 소유자가 작품을 매각하려고 할 때, 매수자 및 매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매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미래에도 거래가 될 수 있는 미술품을 찾아야 하는데, 이때 미술 시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해 다른 영역 간에 일어나는 현상들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 미술시장 규모와 효율성, 미술품 수익률, 미술과 금융의 연관성, 미술품 가격 결정 요인 등 추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근거를 찾고, 다른 투자 자산과는 차별화된 형태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

자료=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자료=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미술품은 소장자의 개인적 취향과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등 암묵적, 상징적 의미까지 모두 포괄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은 본질적인 가치에 입각해 가치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미술품은 본질 가치와 미적 가치, 소비 가치가 함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품 가격 자체를 문화적 가치의 결합에 의해 형성되는 사회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대와 풍조가 변함에 따라 미술품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문화와 경제가 유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새로운 대체투자자산, 미술품

대한민국이 ‘재테크 열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의 양극화와 저금리 등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투자에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로 주식 및 부동산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미술품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는 투자수단 중 하나이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만이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님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최근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주식 투자 5대 원칙을 공개했다. 내용에는 ‘투자 수익률에 관련된 고급 정보는 전문가에게 재확인하고, 반드시 여윳돈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미술투자에도 성립된다.

현재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거나, 부동산 투자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독자들이 계신다면 미술 투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정보를 모으는 것을 추천한다. 머지 않은 미래에 미술투자는 최고의 안전 자산 투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구 보조/자료 리서치 임선미 RA(Research Assistant) 

● 필자인 최고운은 11년 차 큐레이터다. 권진규 미술관(춘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미술관(진주), 록갤러리(서울) 등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의 정체성 재조명 전시기획 독립큐레이터 활동(2014-15) 및 (재)한원미술관, 종이나라박물관, 학고재 등에서 재직했다. 현재 문화예술 저변 확대를 목표로 강의하며 미술 칼럼니스트, ㈜피카프로젝트 선임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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