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여성 비하' 모리 올림픽위원장 사퇴...IOC, 일정차질시 日에 보상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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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여성 비하' 모리 올림픽위원장 사퇴...IOC, 일정차질시 日에 보상 청구?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 승인 2021.02.11 19:0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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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11일 스가 정권 간부에게 사의 표명 
정·재계 인사들의 잇따른 모리 옹호 발언이 파문을 확장
잦아들지 않는 반발 움직임에 IOC마저 등 돌려
정작 여성의 지위 향상 논의는 보이지 않아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 모리 요시로(森喜朗·83)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이 11일 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모리 위원장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음을 정했다”는 말로 최근 일주일동안 벌어진 여성 비하 파문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모리 위원장은 12일 예정된 올림픽 조직위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로써 모리 위원장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촉발된 파문은 일단락 되는 듯 하지만, 정작 모리 위원장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어 일본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된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또 아직까진 연내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 일정은 물론 개최 여부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모리 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히기까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정·재계의 고위 인사들은 파문 초기 모리 위원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로 인해 많은 자원봉사자와 성화 봉송 주자가 사퇴하기 시작하는 등 사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급히 사태를 덮으려 했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마저 갑자기 모리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급히 발을 빼는 입장을 나타냈었다.

게다가 대형 후원 기업마저 유감 표명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마저 올림픽 관련 주요 회의를 보이콧하자 사면초가에 빠진 모리 위원장의 사퇴는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계는 물론 언론에서 조차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본 언론들은 11일 일제히  ‘모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정권 간부에게 사임할 의사를 전하다’라는 자막과 함께 모리 위원장 사퇴 소식을 전했다.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일본 언론들은 11일 일제히 ‘모리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정권 간부에게 사임할 의사를 전하다’라는 자막과 함께 모리 위원장 사퇴 소식을 전했다. 사진=TV도쿄화면 캡처.

이날 이른 아침 일본의 언론 매체인 ‘홋코쿠신문’은 ‘모리 씨 “마음을 정했다.” 여성 발언 문제 위원장 사임인가, 12일 설명, 올림픽 조직위의 간담회에서’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지난 10일 모리 위원장이 인터뷰에 응해 ‘마음을 정했다. 12일에 여러분에게 확실히 이야기하고 싶다.’라며 12일 열리는 조직위 모임에서 자신의 거취를 밝힐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 모리 씨는 ‘도쿄올림픽을 앞으로 전진시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언제 그만둬도 좋다’라고 말해 사실상 사임이 기정사실이 됐다고 전했다. 그리고 11일 모리 위원장은 스가 정권의 간부에게 사임할 의향을 전하면서 사퇴가 기정사실이 됐다. 그리고 그의 후임으로는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도쿄올림픽 선수촌 촌장인 가와부치 사부로 씨가 내정됐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모리 위원장의 여성 비하 발언에서 사퇴에 이르기까지 일본 정국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일주일이었다. 우선 지난 3일, 모리 위원장은 회의 석상에서의 ‘여성은 말이 많아서 회의가 길어진다.’ 등의 여성 비하 발언도 모자라 사과 기자회견장 및 BS후지의 메인 뉴스에서 적반하장의 발언을 해, 국내외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지난 10일 현재 5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성화 봉송 주자마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는 4000 건 이상의 항의 전화와 메시지가 왔으며, 지난 9일 국회에서는 야당 여성 의원들이 하얀 정장을 입고 모리 위원장의 발언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IOC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오히려 모리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정·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친 자민당 성향의 인사들에게서 나오자 불에 기름을 붓는 점입가경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를테면, 지난 8일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은 모리 씨의 발언에 대해 ‘이미 자신의 발언에 대해 철회를 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모리 위원장은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옹호했다. 그리고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잇따른 사퇴에 대해서는 ‘상황이 안정되면 그들의 생각도 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새로운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자민당의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성 장관 등, 자민당 인사들로부터도 모리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친 자민당 인사로 잘 알려진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지사도 ‘모리 위원장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가 지금까지 올림픽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해 왔다는 점은 잊으면 안된다.’라며 옹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일본경제단체 연합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은 ‘일본 사회에는 (모리 위원장의 발언과 같은)그런 본심(여성차별)이 솔직히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이슈화하는 SNS가 두렵다’라고 발언했고 시즈오카현의 카와카츠  헤이타 지사는 모리 씨가 여성을 경시할 인물이 아니라고 옹호해 빈축을 샀다.

자민당 내에서 모리 위원장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지난 9일, 일본의 주간지인 ‘FLASH’는 스가 총리를 비판하는 정치 저널리스트 카투타니 코이치씨와 인터뷰를 실었다.

코이치 씨는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모리 요시로, 83세 폭주 노인에 스가 총리는 ’뭐, 어쩔 수 없는 형국‘이라며 ’스가 총리가 신형 코로나 대책을 니시무라 장관에게 전부 맡기고, 백신 접종 체제의 정비는 고노 장관에게 전부 맡긴 것과 마찬가지로 굳이 모리씨가 조직위원장을 계속하고 싶다면 계속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TV아사히는 ‘그 세대(모리 씨와 니카이 씨)에게 성 평등을 말해도 소용없다. 그들은 이해 못 하니까’라는 자민당 중진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모리 씨를 옹호하는 발언들은 오히려 일본 국민의 비판을 더욱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지난 10일, ‘모리 위원장 발언, 고이케 지사 “도쿄올림픽 조직위 최고회의 불참” 진의는?’이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밤 메인 뉴스 ‘news zero’. 사진=니혼TV화면 캡처.
지난 10일, ‘모리 위원장 발언, 고이케 지사 “도쿄올림픽 조직위 최고회의 불참” 진의는?’이라는 자막과 함께 보도하고 있는 니혼TV의 밤 메인 뉴스 ‘news zero’. 사진=니혼TV화면 캡처.

 

이렇듯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모리 위원장의 사과로 사태를 일단락시키려고 했던 IOC마저 지난 9일, 갑자기 ‘모리 회장의 최근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라며 쓴소리를 했다. 

이런 IOC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지난 10일, 후지TV의 오전 정보 방송인 ‘토쿠다네’에 출연한 공인회계사인 모리이 쥰 씨는 “궁금한 것은 IOC의 움직임이다.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했는데도 갑자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비판하고 있다. 모리 위원장의 발언 때문에 도쿄올림픽이 중지된다면, 모든 것을 일본 탓으로 돌리고 위약금마저 요구할 것 같아 걱정된다. 그러므로 IOC의 움직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려했다.

그리고 이번 달로 예정되어 있던 도쿄올림픽 조직위, IOC, 정부가 참가하는 최고 회의에 고이케 도쿄 지사가 갑작스레 불참을 표명해 파문을 일으키며 사태 수습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참고로 일본 내에서는 이런 고이케 씨의 판단에 찬반양론이 나뉜 모양새다.

게다가 그동안 상황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던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까지 나섰다. 우선 지난 10일 도쿄올림픽 최고위 후원사인 도요타의 사장이 ‘도요타가 소중히 여겨온 가치관과는 달라 매우 유감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정유회사인 ‘ENEOS’, 주택 설비 회사인 ‘LIXIL’도 잇따라 유감을 표명하기에 이르면서 사태 수습을 위한 길은 더욱 멀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모리 위원장은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에 결국 사퇴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그의 사태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것은 희망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중론이다. 

● 김재훈 일본 방송언론 연구소장은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 연구를 전공하고, 현재는 '대한일본방송언론연구소'에서 일본 공중파 방송사의 보도 방송과 정보 방송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의 혐한과 한국 관련 일본 정부 정책의 실체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 '라미TV'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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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중 2021-02-12 09:21:20
아베가 또 등장하는건가?

Kay Kim 2021-02-11 21:28:42
어차피 일본 올림픽 폭망각인데, 모리는 지금 빠져나오면 책임 회피할 수 있고 땡큐 아닌가? 이 노인네 일부러 그런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