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 OTT] ② 콘텐츠 제작 업계 "시장 지각변동...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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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국내 OTT] ② 콘텐츠 제작 업계 "시장 지각변동...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2.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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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성숙기 이전에 찾아온 호황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퀄리티 만족할만한 제작사 4~5곳뿐"
"해외 OTT의 하청 생산업체로 전락할 수도"
코로나로 극장 수입 잃은 영화계, 넷플릭스 직행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사진제공=넷플릭스
연휴가 대목이었던 지상파 방송사의 ‘특선영화’ 인기가 시들해졌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안방 극장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개봉예정작이 넷플릭스로 직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디즈니+·HBO맥스·애플TV 등 해외 OTT가 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OTT간 피할 수 없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경쟁 본격화되면서 한국 콘텐츠 제작 업계에서는 ‘체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과 넷플릭스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위트홈의 성공을 업계에서 진심으로 기뻐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라며 “스위트홈 성공으로 앞으로 투자금액이나 제작비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위트홈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스위트홈 공개 이후 첫 4주 동안 전 세계 2200만 계정이 스위트홈을 시청했다. 

스위트홈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료=한화투자증권

콘텐츠 제작 업계는 킹덤, 스위트홈 등의 성공으로 넷플릭스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본격화되는 현 상황은 분명 호재라는 입장이다. 과거에 기대할 수 없던 규모의 투자금액을 유치할하며, 넷플릭스를 통해 따로 비용을 쓰지 않고도 작품을 전세계 구독자를 대상으로 홍보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가능하냐는 점과, 몇년 후 국내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줄 부정적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콘텐츠 제작사간 양극화 심화 ▲글로벌 OTT 의존도 심화 ▲글로벌 OTT의 투자 전략 변경 등을 우려한다.

한 콘텐츠 제작 업체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라는 기회가 너무 빨리 왔다”며 “현재 국내에 넷플릭스가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업체는 4~5곳 정도가 전부”라고 말했다. 

더욱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흥행 실패 가능성이 낮은 ‘대작’ 위주로 투자하면서 유명 배우·작가·감독 등을 쓸 수 있는 몇개 업체가 의도치 않게 진입 장벽을 높게 쌓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대작 위주 제작 흐름이 신인 스타 작가의 등장이 어려워게 만든다고 걱정한다.

몇년 후엔 국내 제작 업계 글로벌 OTT의 하청업체로 전략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OTT가 제작을 의뢰한 작품을 국내 콘텐츠 제작 업체가 상대적으로 싼 값에 만들고 수익 대부분은 OTT업체가 해외로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OTT 플랫폼 대전쟁'의 저자 고명석 작가는 “미국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우스오브카드의 편당 평균 제작비가 100억원 수준인데 스위트홈은 30억원 정도”라며 “스위트홈이 미국와 동남아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니 가성비로는 최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콘텐츠 제작 업체 관계자는 “스위트홈의 전세계적 인기에도 스튜디오드래곤의 실적이 좋지 못했던 건 넷플릭스가 추가 이익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계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IP(지적재산권)를 OTT에 넘기는 조건의 계약은 제작사 입장에서 큰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사의 수급처별 수익모델. 자료=한화투자증권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난 4분기 실적은 매출 1377억원, 영업이익 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9%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71.2% 줄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날 콘텐츠 제작을 계약할 때 콘텐츠를 활용한 게임 제작 판권 등 일부 IP를 제외하고 영상물에 대한 IP는 전부 넷플릭스가 소유하는 방식으로 계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OTT 의존도가 높아진 영화계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회계·컨설팅기업 PwC에 따르면 SVOD(월 구독·스트리밍 형 비디오 서비스)수익은 2024년에 박스오피스 수익(영화관 입장권 수입)의 2배가 될 전망이다. 

이종관 한국OTT포럼 이사(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는 “승리호가 공개 이틀 만에 전세계 2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제작비 240억원의 영화를 320억원 수준에서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었다면 1000만도 가능한 영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승리호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승리호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을 건너 뛰고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극장에서 개봉할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통해 관객수와 매출액을 확인할 수 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추가 수익을 영화사, 투자사, 극장 등이 나눠 갖는다. 넷플릭스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한 번 판권을 넘기면 추가 수익 배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사냥의 시간, 콜, 승리호 등 3편의 영화가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몇년 후 글로벌 OTT가 전세계적인 콘텐츠 유행 흐름에 따라 한국 투자 규모를 줄이면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종관 이사는 “과거 홍콩영화, 대만영화, 일본 애니가 각각 유행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채 10년을 가지 못했다”며 “콘텐츠 유행은 흐름을 탈 수밖에 없는데 그때 해외 OTT는 국내 사업을 철수하거나 투자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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