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원자재] ① 60달러대 회복한 '국제유가' 전망은...'맑음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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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원자재] ① 60달러대 회복한 '국제유가' 전망은...'맑음 우세'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2.13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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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요인, 주요 산유국 감산에 원유수요 회복 등
전문가 의견은 팽팽 "랠리 이어진다" Vs. "수급 변화 가능성 여전"
지난해 4월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대에 근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월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대에 근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배럴당 60달러대를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11일에는 2년만에 첫 9거래일 연속 상승랠리를 마치고 주춤했지만 12일에는 재반등하며 장 중 배럴당 62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해 폭락을 거듭했던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석유시장도 강세장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1년만에 마이너스에서 60달러대로 

불과 1년도 채 안된 지난해 4월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유가 수준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은 빗장을 걸어잠궜고, 자택에 머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거리가 텅 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원유 수요는 급감했고, 기름을 잔뜩 실은 유조선들은 꽉 차버린 저장고를 눈앞에 두고 해상을 떠도는 처지가 됐다. 기름을 담아둘 곳이 '냄비'밖에 안남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공급은 남아돌고 수요는 극도로 줄어들자 유가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983년 거래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치닫기도 했다.

브렌트유는 마이너스권으로 접어들진 않았으나 10달러대로 주저앉으며 사상 최악의 흐름을 보였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코로나19 백신이 속속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의 끝'을 논하기 시작했고, 일부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서는 등 생산 억제 노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4월 이후 감산 합의를 통해 지금까지 생산량을 21억배럴 가량을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원유의 재고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낮은 4억7570만배럴까지 감소했다. 현재 코로나19 이전보다 17% 적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틴 래츠 분석가는 "전세계에 저장된 원유와 정제유 비축분이 2020년 최고점보다 약 5% 줄었다"고 설명했다.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원유 시장의 수급이 타이트해졌다는 뜻이다. 브렌트유는 8일 배럴당 60달러대를 넘어섰으며, WTI 역시 배럴당 58달러대를 회복,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유가 상승세 당분간 지속될 듯"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의 상승세가 강세장의 초기 단계라고 설명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월물 WTI의 가격은 2022년 3월에 인도될 원유에 비해 배럴당 5.16달러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일반적으로 원유 선물은 나중에 인도될수록 저장 비용 등이 붙으면서 더 비싸지지만, 최근에는 근월물이 더 비싼 '백워데이션'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이것은 지난해 4월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당시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유나이티드ICAP의 에너지 분석가인 스콧 셸턴은 "이것은 낙관적인 지표로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이는 랠리가 더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근월물이 더 비싸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바로 석유를 사들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인데다, 당장 석유를 팔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트레이더들 역시 석유 판매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재고 감소로 이어지면서 유가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랙록의 마크 흄 애널리스트는 "현물 가격이 높으면 펀드들은 선물 만기가 다가올 때 이익을 내고 포지션을 더 싼 원월물로 교체한다"며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투자자들을 상품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고, 원자재 시장의 강세 움직임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상품 리서치 팀장은 "유가 회복세가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재고 감소 추세는 강세장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FX엠파이어는 "만일 WTI 가격이 숨고르기에 나서면서 배럴당 55달러대까지 후퇴한다면, 그것은 아주 좋은 구매 기회일 것"이라며 "유가는 60달러대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과 인도 중심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진행될 경우 유가 강세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WSJ은 "시장의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원유 수요 회복세가 선진국으로 확대된다면 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 추이.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 추이.

"변이 바이러스 등 남아있는 코로나19 우려는 걸림돌"

일각에서는 유가가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시각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것은 수급적인 측면일 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한데, 경기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국제원유 거래기업인 군보르 그룹은 "유가가 너무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시장은 백신 효과가 현실화되기 이전에 스스로 앞서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소 꺾였지만 여전히 안심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는 여전히 봉쇄조치가 지속되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될 경우 경기회복 전망 역시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RBC 캐피털마켓의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우리가 '바이러스가 끝났다'고 말할 준비가 됐더라도,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끝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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