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승리호, 2090년 우주에서 2021년 대한민국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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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승리호, 2090년 우주에서 2021년 대한민국을 보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1 1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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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승리호, SF 틀에 담은 현재 한국과도 같은 미래의 모습
기술의 발전이 더 나은 환경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는 것도 알려줘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를 감상했다. 영화 보기에 앞서 여러 영화 전문기자들과 평론가들의 이런저런 평들은 읽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영화 감상하는 데 선입견을 줄 수도 있을까 하여. 그러나 연예 미디어에 오른 승리호 연관한 제목과 SNS에 오른 게시물만 보아도 영화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 전문 호사가들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승리호를 꼭 보겠노라 다짐한 이유가 있다. 요즘 세대에게는 이름도 낯선 ‘TBC 동양방송’에서 1970년대에 방영한 만화영화 ‘날아라 태극호’와 ‘이겨라 승리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승리호’라는 이름이 나의 뇌 한구석에서 추억으로 각인돼 있었던 모양이다.

70년대 후반 수요일 저녁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게 만든 ‘날아라 태극호’와 ‘이겨라 승리호’의 각인된 추억이 영화관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하게 된 ‘승리호’에 끌리게 한 것이다.

영화 ‘승리호’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2090년의 세계, 2021년의 지구와 뭐가 다를까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SF를 표방하고 광활한 우주가 배경으로 나왔지만 내게는 SF라기보다는 지금 한국 어디에선가 벌어지는 현실 드라마 같았다. 이것은 비판이 아니라 현실 속 한국을 SF라는 소재로 잘 버무렸다는 의미다. 배경과 설정을 지금의 한국으로 치환해도 어색하지 않게 보이는 구석이 많았다.

영화 ‘승리호’는 머지않은 미래, 2090년대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과 산업화로 병든 지구가 나오고 그런 지구에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산다. 그리고 우주 개발 기업이 만든 초대형 위성 UTS에는 병든 지구와 비교할 수 없는 좋은 환경에서 소수 특권층이 산다. 그리고 우주에는 쓰레기를 청소하며 떠도는 유민들도 있다.

2090년 즈음의 인류는 병든 지구를 치유하기보다는 우주 개발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우주를 지구만큼이나 더럽힌다. 그런 과정에서 생긴 우주 쓰레기는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용할 양식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다. 그래서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를 확보하려고 주인공들을 비롯한 우주 청소부들은 치열하게 경쟁한다.

영화 초반에 흘러나오는 이러한 시퀀스를 보며 나는 지금 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영화는 특히, 기층 민중이 사는 지구와 일부 특권층이 사는 UTS를 극명하게 대조한다. 지구는 오염된 대기 때문에 뿌연 회색으로 보이고, 파괴된 환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로 넘친다. 반면 UTS는 밝게 빛나며 온갖 식물로 초록색 일색이고, 사람들 혈색과 표정 또한 밝다.

색조부터 극명하게 대비해서 지구의 기층 민중과 UTS의 일부 특권층의 삶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모습에서 가난할수록 환경과 질병과 재난의 희생양이 될 확률이 높고, 부자일수록 그렇지 않은 확률이 높은 우리네 현실이 떠올랐다.

영화 ‘승리호’ 주인공들은 우주 청소부들이다. 누군가 쓰다 버리거나 수명이 다해 떠도는 우주 쓰레기들을 청소한다. 영화에서 이 직업은 수익성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데 경쟁까지 심하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치가 있는 우주 쓰레기들을 찾아내고 확보하기 위해 서로를 속이거나 가로채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용도를 다해 폐기한 쓰레기가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여지를 더해 주는 재화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장면들에서 기득권층이 저질러 놓은 것을 치우는 건 힘없는 서민들이고, 실제 기득권층이 떨어뜨린 빵 부스러기나 혹여 자기에게 낙수효과가 있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승리호 승무원들은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도 그들의 삶이 나아질 기미가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값나가는 우주 쓰레기를 확보해 처분한다 해도 각종 납부금과 때로는 벌금 때문에 밑지는 일상이 반복된다. 벌금 또한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무리수를 둔 결과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만 그렇다고 우주 쓰레기 청소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런 모습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나은 계층으로 이동할 수 없다며 절규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떠올랐다.

또한, 승리호 승무원들은 어쩌다 굴러들어온 ‘꽃님이’(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를 이용해 신세를 고쳐보려 한다. 그런 모습에서 차곡차곡 쌓아가기보다 큰 거 한방이라는 대박을 기대하며 초단타 주식매매에 매달리는 2021년 대한민국 개미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영화 ‘승리호’의 한 장면. 출처=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의 한 장면. 출처=넷플릭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영화 승리호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영화적이기도 하고 계몽적이기도 한 아주 고전적인 교훈이었다. 바로 주인공들이 성장하는 서사와 그들이 연대해서 끝내 승리한다는 서사 말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하고 극 중 배경으로 나오는 우주선의 이름이기도 한 ‘승리호’는 로봇 업동이(유해진 분)가 “그냥, 이기자”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승리호’라는 제목과 우주선 이름은 끝내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복선이기도 했다.

승리호 승무원들 모두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아픈 개인사만큼 그들은 방어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공격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로에게 까칠한 거였을까. 하지만 영화 초반 보여준 서로를 향한 갈등과 곁을 내어주지 않는 모습은 극 후반으로 가며 서서히 깊어지는 그들의 연대를 더욱 커 보이게 한다.

그리고 서로 연대하며 서로를 지켜주다 보니 주인공들도 각자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도 썼지만, 장르 불문하고 한국 영화에서 즐겨 쓰는 플롯이다. 약자들이 연대하여 거대한 악에 승리한다는. 그러고 보니 만화영화 ‘이겨라 승리호’도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강력한 악당들을 통쾌하게 무찌르곤 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는 “SF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는데 우리 대부분은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관점에서 SF영화 ‘승리호’를 보면, 2090년 즈음의 지구는 병들고 망가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물론 영화와는 다른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 인류적 합의와 실천이 필요하다.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고 기술 개발도 선한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모든 시작점은 바로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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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Donald Hospital 2021-05-16 22: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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