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은' 롯데쇼핑...지지부진한 ‘롯데온’에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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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찍은' 롯데쇼핑...지지부진한 ‘롯데온’에 속탄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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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백화점·이커머스 실적 부진
증권업계, 롯데쇼핑 반등예상…평가는 ‘아직’
데이터 거버넌스 TF가 롯데온 살릴까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16조762억, 34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19.1%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각각 8.8%, 19.1%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제공=롯데쇼핑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롯데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롯데쇼핑이 계속된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당기순손실 206억 원 기록 이후 4년째 적자행진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침체가 지속되면서 롯데쇼핑 주력인 백화점 사업부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일각에서는 바닥을 찍은 롯데쇼핑이 ‘롯데온’을 통해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전망이 보이진 않는다.

롯데쇼핑은 ‘리테일 아포칼립스’(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이커머스사업 본부를 신설하며 온라인 전환 가속화 흐름에 올라탔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이 낮은 데다 소비자들의 평가나 이용률 등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 사업부별 매출액 실적. 자료제공=롯데쇼핑 IR
롯데쇼핑 사업부별 2020년도 매출액 실적. 자료제공=롯데쇼핑 IR

롯데쇼핑, 영업익 3460억…20년만의 실적 부진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16조762억, 34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8%, 19.1%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이 3000억 원대였던 것은 20년 전인 지난 2000년이 마지막이다. '롯데쇼핑'의 위기설은 꾸준히 있었지만 20년 동안 영업이익이 40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매출액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7~2019년 17조원을 훌쩍 넘었던 매출액이 지금은 16조원도 위태로운 수준이 됐다. 1조 원 이상이 날라간 것. 

특히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백화점 부문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2% 감소하며 2조6550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280억 원으로, 36.9% 감소했다.

식료품 수요 증가에 따른 롯데마트의 흑자전환과 '집콕'으로 인한 하이마트 이익 급증에도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백화점 이외에도 이커머스 롯데온 부문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롯데온, 헬스앤뷰티(H&B) 롭스 등이 포함된 이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10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롭스가 롯데마트 부문 편입을 위해 구조조정으로 적자폭을 줄인 점을 고려하면 롯데온 사업에서 수백억 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보유 자산을 활용한 물류 거점화 점포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글 앱스토어에서 '롯데온'이라고 치면 많은 연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다. 사진=구글 앱스토어 캡처
구글 앱스토어에서 '롯데온'이라고 치면 많은 연관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한다. 사진=구글 앱스토어 캡처

지지부진한 ‘롯데온’ 평가…쇄신 가능할까?

롯데쇼핑의 지난해 성적표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 보복 사태부터 주춤했던 롯데쇼핑의 실적이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과거엔 외형 성장하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오는 22년까지 총 240개 이상의 점포 구조조정을 목표로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바닥을 찍은' 롯데쇼핑의 향후 전망에 대해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유통주 내에서도 턴어라운드 폭이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쿠팡 상장에 따라 롯데온 등 온라인 사업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 4분기 롯데온의 시스템 정상화를 확인하고 2021년 성장세로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는 4월이면 출시 1주년을 맞이하는 롯데온은 이렇다 할 매력 포인트나 성장가능성이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롯데쇼핑 계열사 7개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은 2년간 3조 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이커머스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만들겠다는 구상에 어울리지 않게 존재감이 미미하다. 

롯데온은 출발부터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시스템 오류를 겪었으며, 계열사 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복잡하고 많은 계열사 애플리케이션들이 흩어져 있다. 앱스토어에 ‘롯데온’이라고 검색하면 ‘lotte.com’, ‘롯데 ON’, ‘롯데마트몰’, ‘롯데백화점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몰’ 등 롯데와 관련 앱들이 10개 이상 등장한다. 

앱 평가도 좋지 않다. ‘말장난 숫자장난에 실질적인 할인 혜택은 제로’, ‘검색하면 시간이 엄청 걸린다’, ‘버그가 너무 많고 서버 접속이 너무 느리니 구매 의향이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등의 부정적인 앱 평가 댓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 사진제공=롯데그룹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 사진제공=롯데그룹

‘빅데이터’로 차별포인트 만들까

분명 외형상의 발전은 있었다. 지난 1월 롯데온은 지난해 12월 대비 트래픽이 20% 증가했으며, 셀러와 상품수도 오픈 초기와 비교해 4~6배 증가했다. 지난해 거래액도 7조6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 2019년 7조1000억원 대비 7.0% 증가했다.

하지만 쿠팡·네이버 등 이커머스 경쟁업체들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성적이다. 쿠팡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도 거래액이 21조원이었다. 네이버 역시 17조 원 정도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네이버쇼핑 거래액에 대해 33조 이상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오프라인의 최강자인 롯데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한 수준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롯데그룹 부회장은 롯데온을 살리기 위한 전략으로 ‘빅데이터’와 ‘초개인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첫 번째 스타트가 데이터 거버넌스 태스크포스(TF) 출범이다. 지난해 10월 롯데온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강 부회장 직속의 TF를 만들고, 주요 유통 계열사 소속 데이터·AI 전문가를 팀원으로 선정했다.

여기에 11번가 출신 김현동 플랫폼센터장과 임현동 상품부문장을 영입했다. TF팀을 필두로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소비 정보를 모아 초개인화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롯데온은 롯데멤버스 39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온라인 플랫폼이다. 또한 꾸준히 지적받았던 앱의 안정화 작업도 거쳤으며, 기존 오프라인 매장 강자로서 기존 점포를 활용한 물류 확장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동안 업계 1위의 압도적 회원수로도 확실한 팬덤을 만들지 못해 소비자의 충성심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시도가 롯데온의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올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년으로, 이커머스 업계 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롯데온은 2023년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는 2021년은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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