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정치쇄신으로 민주주의 지표와 국격 더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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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정치쇄신으로 민주주의 지표와 국격 더 높여야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1.02.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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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재등극했지만 부족감
'선거승리 지상주의' 완화하고, '당정청 원팀' 운영방식 개선해야
미국식 예비선거제 같은 '국민참여경선' 법제화하자
채진원 경희대교수
채진원 경희대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교수] 2021년 설날을 앞두고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게 우리나라 국격(國格)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들이 소개되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부패인식지수(CPI)’, ‘블룸버그 혁신지수(Bloomberg Innovation Index)’, ‘2020년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20)’이다.

이런 향상된 지표들은 국내정치에서 야당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유사파시즘’, ‘연성독재’, ‘입법부 독재’ 등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이에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잇따른 경제사회 평가도 상향 소식

지난 1월 28일 한국이 지난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00점 만점에 61점을 받아 역대 최고치(전년 대비 6단계 상승)를 기록하면서 180개국 중 33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CPI는 국가별로 공공·정치 부문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부패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국제투명성기구가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 정도가 낮음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CPI 발표가 나온 뒤 SNS에서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등 우리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평가받은 것이며 우리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임기 내 순위를 2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CPI 결과에 대해 권익위는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 청렴사회민관협의회 운영, 채용비리 근절·공공재정 누수방지 등의 범정부적 대응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2022년까지 세계 20위권 청렴 선진국 진입을 위해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연내에 제정하고, 고위공직자 부패 집중신고 기간 등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2월 3일 한국이 블룸버그가 뽑은 혁신적인 나라 TOP1으로 뽑혔다는 소식이 있었다.  미국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는 ‘2021년 블룸버그 혁신지수’를 발표했다. 발표에서 한국은 60개국 중 90.49점의 높은 점수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해 1위였던 독일은 4위로, 3위였던 싱가포르는 2위로, 4위였던 스위스는 3위로 순위가 변동됐다. 세 나라 각 점수는 87점대로 한국과 3점 가량 차이가 난다.

블룸버그 혁신지수는 총 7개 부문의 평가를 통해 한 나라의 혁신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수다. 7개 부문은 ▲R&D 집중도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성 ▲첨단기술 집중도 ▲교육 효율성 ▲연구 집중도 ▲특허 활동 등이다. 한국이 R&D 집중도(2위), 제조업 부가가치(2위), 첨단기술 집중도(4위), 연구 집중도(3위), 특허활동(1위) 등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함으로써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블룸버그도 순위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한 이유는 R&D 및 제조업의 강세와 특허 활동 증가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블룸버그 혁신지수 발표에 대해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미래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 올해 세계 5위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 100조 원 전망, 한국판 뉴딜 등 혁신성장 중점 추진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2월 2일 한국이 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한 ‘2020년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23위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20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20)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8.01점을 받았다.

한국은 전년과 순위는 같지만 점수가 0.01점 올라 5년 만에 ‘결함있는 민주국가’(Flawed democracy)에서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은 2008년 이후 ‘완전한 민주국가’로 평가받아 왔지만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된 후 문재인 대통령 집권 3년차인 2019년까지 이 지위를 유지했다가 5년 만에 최상위권 그룹에 재합류한 것이다.

대만보다 뒤진 '민주주의' 점수, 아쉬운 점은

한국이 받은 23위 순위는 ‘성숙한 민주주의’ 대열에 다시 합류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웃나라인 대만이 세계 11위로 전년(31위)에서 크게 약진한 것과 비교가 되어 다소 아쉬운 대목도 있다. 대만은 8.94점을 얻어 2006년 조사 개시 이래 처음으로 ‘완전’등급에 올랐다. EIU는 적극적인 정치적, 법적 발전이나 정치 자금의 투명화, 사법 독립을 향한 입법 개혁 등을 주된 이유로 들어 대만을 ‘아시아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의 등대’라고 호평했다.

우리가 받은 23위의 민주주의 성숙도는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분명한 진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권 국가와의 비교와 국내 정치과정의 시각에서 보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쉽다. 한국 민주주주의의 발전도상에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민주화를 이뤄낸 대한민국의 국격(國格) 관점에서 보면, 대만에 비해 ‘정치문화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뼈아픈 대목으로 성찰할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 정치문화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지만 민주주의 지수와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민주주의라는 게 그렇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조금만 소홀히 해도 훼손되고 망가진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 몰타(26위)는 “완전한 민주국가”에서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강등되었다.

우리도 2015년에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강등된 바 있다. 더 이상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강등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 지수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특히, 정치권도 민주주의 지수를 깎아먹는 대결의 정치를 중단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문화대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5년만에 영국 EIU 발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등급을 받았지만, 대만의 정치개혁에 비해 더딘 성과를 보여 아쉬움을 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5년만에 영국 EIU 발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 등급을 받았지만, 대결의 정치 대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위한 '정치문화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격 높이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지금 이순간도 여의도 정치는 여야대결의 정치로 시끄럽다. 임성근 법관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녹취록에서 드러난 대로 입법부의 눈치를 보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방기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낯부끄러운 처신으로 여야가 첨예하고 싸우고 있다.

여야 모두는 오는 4월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의 부재, 견제와 균형의 부재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부재의 정치’는 지나치게 ‘선거승리지상주의’에 빠져 국력과 국격의 토대인 국민통합과 삼권분립의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하고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국가의 공공선보다는 사익을 앞세우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가의 품격을 낮추는 주범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정치인들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과 법규를 준수하고 소통과 상생에 나설 때 국력과 국격(國格)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참에 대통령과 청와대도 국력과 국격를 높이기 위한 정치쇄신에 선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국정운영의 발상을 전환하여 여야협치 및 대화와 타협의 정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 내각제 방식의 ‘당정청 원팀의 국정운영’을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 부합하도록 바꿔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보여준 국정운영노선은 ‘당정청일체의 원팀’으로 야당과 맞서는 ‘내각제 운영노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국정노선은 입법부의 다수파인 여당과 행정부가 한팀이 되면서 입법독주와 집행독주에 나서고, 야당은 이것에 맞서 “통법부”, “입법 독재”, “제왕적 통치”라고 반발하면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파행적인 매커니즘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의회중심의 내각제’는 정당과 내각의 집단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삼권분립의 대통령제보다 ‘민주적 대표성’과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즉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수상은 의회의 정당대표자들이 선출하기 때문에 민주적 대표성이 약하고 정치적 기득권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내각제는 상대적으로 강한 입법부와 약한 행정부의 구조를 갖게 되어 권력분립이 지켜지기 어려운 단점이 있기에 사법부나 행정부가 입법부의 강력한 권력행사와 입법독주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대통령은 정해진 임기가 끝나면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만 의회 의원들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권력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어 이를 견제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주민자치와 지방자치제에 기초한 연립정부와 삼권분립이 잘 지켜지는 미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의 여야가 ‘원내정당화에 기초한 협치’를 통해 대통령의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는 국회 다수파인 민주당과 대통령과 청와대가 ‘당정청일체의 내각제 원팀’이 되어 제1야당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르다.

우리정치가 그동안 극단적인 진영논리에 따른 국민분열로 갔던 배경에는 삼권분립의 헌법정신과 유리된 국정운영노선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국민통합과 여야협치를 구두선으로 언급한다고 하더라도 ‘당정청일체의 내각제적 국정운영노선’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는다면 국민통합과 여야협치는 실현불가능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당정청일체의 내각제 원팀방식’의 국정운영노선에서 벗어나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적 방식’으로 국정운영노선을 전환해야 한다. 즉, ‘대통령제 아래의 내각제적 운영모순’을 멈추게 하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삼권분립과 주민자치의 미비 그리고 내각제적 운영모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독립 그리고 국회와 국회의원의 자율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융합을 연결시키는 매개고리인 `정당의 하향식 계파공천방식`부터 개혁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의 장관겸직을 자제하고, 청와대와 행정부 관료출신을 공천하여 대통령의 경호부대로 만드는 국회의원 공천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 대통령에 의한 '하향식 계파공천'이 되지 못하도록 ‘미국식 예비선거제’와 같은 상향식 공천제도인 '국민참여경선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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