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반도체 공급난] ② 가전·디스플레이 업계도 초긴장...원가상승 도화선 되나
상태바
[출구없는 반도체 공급난] ② 가전·디스플레이 업계도 초긴장...원가상승 도화선 되나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2.05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도체 공급 부족, 패널단가에 영향"
옴디아 "반도체 부족이 LCD 패널 단가 상승 원인"
"가전용 반도체 가격은 저렴, 없으면 패널 작동 안해"
4일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TV등 디스플레이가전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반도체 빅사이클'이 도래 했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 ▲전자제품 가격 상승 ▲AI 반도체 등 신기술 개발 차질 등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웠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 확대와 함께 코로나로 인한 재택 증가로 가전·IT 제품용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계는 전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수급불균형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기업) 공급 부족으로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가전제품의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업체들은 파운드리 업체를 상대로 반도체 물량과 제조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주문하면 6개월 후에 받을 수 있는 반도체 특성상, 반도체공급 부족 장기화에 대비해 물량 확보에 나섰다.  

T-CON(Timing Controller)과 DDI(Display Driver IC) 등 디스플레이 패널에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하는 한 국내 팹리스 업체는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UMC에서 반도체를 생산한다.

DDI는 LCD등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빛으로 변환해주는 역할을 하고, T-CON은 DDIC에 전송하는 데이터양을 조절해 화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대형 LCD 패널 하나에 많게는 수십 개 DDI칩이 탑재된다.

DDIC의 종류.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캡처

해당 업체 관계자는 “다행히 현재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파운드리사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풀 케파(Capacity·생산능력)인 상황에서 우리가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고, 적은 물량을 확보한 뒤에 가격이 오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 관계자는 “이미 패널 가격에 반도체 부족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패널 가격 대비 반도체 가격이 비싼 건 아닌데, 없으면 못 만드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T-CON의 경우 개 당 10달러(한화 약 1만1170원), DDIC는 0.3~4달러 수준으로 가격은 낮지만 없으면 디스플레이 패널이 작동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제조사는 LCD 등 패널에 DDIC, T-CON을 탑재해서 TV나 스마트폰, 모니터 등 세트 제조사에 납품한다. 디스플레이에 탑재할 반도체가 부족하면 완성품 패널도 부족해지고 결국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오른다는 설명이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월 UHD급 TV용 55인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전달보다 7달러 오른 장당 182달러(한화 약 20만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102달러였던 가격이 1년 새 2배 가까이 올랐다. 

옴디아는 코로나19이후 계속되는 TV 수요 증가와 중국업체들의 납품 단가 상승 등 복합적 원인으로 패널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하면서 LCD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 부족도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옴디아는 "최근 DDI 공급사들이 공급 부족과 사업전략 등의 이유로 고객사별 DDI 물량을 재조정했다"며 "DDI는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목표 출하량을 지켜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옴디아는 올 1분기 DDI 평균판매가격을 전년 동기보다 20% 오른 0.45달러(502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미 제조원가를 올린 파운드리 업체도 있다. 국내 팹리스 업계 상위권 업체인 '제주반도체'는 통신 모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한다. 생산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에 맡긴다. 주로 LTE 통신모듈과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제주반도체 반도체가 들어간다.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웨이퍼 투입 가격이 10~15% 정도 올랐다”면서 “단가를 올려주면서 우리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대만, 한국 등 현재 파운드리 공급 부족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향후 상황에 대해서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는 시장에서 공급자 위주인 구도가 형성됐다"며 “공급부족은 업계 전반 문제라서 올라간 제조 원가를 납품 단가에 일정정도 반영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와 협력 중인 팹리스 기업의 형편은 좀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서 반도체를 생산 중인 한 국내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설계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반도체를 만들고, 반도체를 삼성전자에 납품해 가전제품으로 만든다"며 “삼성 파운드리가 가격을 올리면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팹리스 국내 반도체·가전 생태계에 안착해 안정성을 확보한 경우다. 팹리스 업체가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품을 개발할 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공정개발을 협력했다.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시장성 있는 제품의 공정개발에 협력하면 향후 일정기간 팹(생산라인)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고, 팹리스 입장에서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서 물량과 가격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해당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파운드리와 긴밀한 동반자적 관계가 더 크다고 본다”며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도 우리에게 100% 부담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삼성전자는 기흥과 화성에 이어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지난해 파운드리 업계 팹 가동률이 70%수준이었던걸 감안하면 현재 일어나는 공급 부족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파운드리가 가격을 함부로 올려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하긴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비지니스 관점에서 어느 정도 적자가 나도 납품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 상위권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역시 국내 파운드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확고한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는 미세공정에 강한데 우리도 중국이나 대만 팹리스에 비해 미세공정 설계 기술이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미세 공정에 강한 국내 기업이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할 경우 국내 팹리스 역시 최적화된 공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