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핵보유국인데.. 순서가 맞지 않는다
상태바
북은 핵보유국인데.. 순서가 맞지 않는다
  • 황헌
  • 승인 2016.02.26 1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53년 맺어진 정전협정은 유엔군과 북한, 중공군 3자가 서명했습니다. 전쟁을 일시 중지하는 협정인 거죠. 최근 북한과 중국이 우리를 빼고 미국과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논의하자고 나섰습니다. 평화협정은 침략 의지가 없고 군사력의 균형이 있어야 실효가 있는 겁니다. 북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마당에 순서가 맞지 않는 거죠. 중국은 병행 이야기 전에 먼저 북한이 핵 포기 수순부터 밟게 해야 순서가 맞습니다. 금요일 뉴스의 광장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흐루시쵸프와 모택동, 김일성이 장막 뒤에서 모의해 시작된 한국전쟁 개전 1년 여 만에 끝나지 않는 전쟁에 불안감을 느낀 유엔군과 공산진영이 비밀 접촉을 시작했다. 바로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논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결국 전쟁포로 문제 등으로 9개월의 장기 교착 끝에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분단 코리아의 비극은 전쟁이 만들었고 이 모순투성이의 정전협정이 진행시켰다. 협정 서명 당사자는 마크 웨인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팽덕회 중공군 사령관이었다. 가장 큰 피해자이자 교전당사국인 한국은 빠진 채 이뤄져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게 바로 정전협정이다.

정전협정은 전쟁의 일시적 정지(ceasefire) 상태를 규정해주는 임시 협정인 셈이다. 영어로는 ‘휴전’이라는 뜻의 ‘armistice’이고 합해서 ‘armistice agreement’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요즘 북한과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 추진’ 협상을 벌이고 있는 주요 대상 평화협정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평화체제에 대한 상호 보장과 약속을 담는 peace agreement’이다. 평화협정조차 필요할 때 당사국 사이에 맺어지지만 전쟁을 했던 원인이 없어진 게 아닌 만큼 손바닥 뒤집듯 파기되고 또 다른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동의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7차에 이른 전쟁과 평화의 교차가 그를 반증한다.

1980년대 대학가의 급진 좌파 시위 현장엔 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라는 구호가 나붙었다. 글자 그대로라면 전쟁의 일시 중단 상태가 아닌 한반도의 영구 평화를 보장해주는 평화협정체제가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당시 정보당국과 경찰의 대공 수사 방침에 ‘평화협정’을 운위하는 세력은 모두 북한과 이념을 같이하거나 북과 연계된 세력으로 보는 기준이 있었다. 그 배경은 바로 1974년부터 김일성이 주창해온 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이었다. 우리도 평화협정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북한 김일성 정권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이 유엔, 북한, 중국 즉 미국, 북한, 중국이었으므로 평화협정 전환 후 서명 당사국도 남한은 빼고 그들 3개국 정상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1970~80년대 평화협정 전환 구호의 이면엔 바로 주사파들의 김일성 위주의 한반도 체제 고착이라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70-80년대 남한 정부가 평화협정 전환에 반대한 이유는 우리만을 배제한 논의구조를 북한이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1월 김정은은 핵실험 이전에 워싱턴으로 밀사를 보내 ‘평화협정’ 전환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사를 타진했다. 미국은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논의’ 라는 입장을 명백히 재확인시켰다. 그러면서 핵실험 한 번 더 하면 북은 끝장난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북은 핵실험으로, 즉 핵무장만이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핵과 미사일 도발의 패키지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최근 중국이 사드 변수가 등장하자 바로 북이 써온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병행이 그것이다. 미국은 그걸 당연히 반대한다. 우리 정부도 반대한다. 특히, 평화협정 당사국에 우리가 포함되는 문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북한과 어떻게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겠는가 하는 현실적 문제까지 어렵고 복잡하고 착잡한 위치에 우리는 있는 셈이다.

평화협정은 결국 협정 쌍방이 상대에 대한 불가침의지를 공고히 다지고 그걸 만천하에 약속하는 의미가 담겨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무력의 균형이 중요한 조건이다. 한쪽은 핵으로 무장해있는데 우리는 핵무기도 없이 약한 처지에서 어떻게 평화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논의가 제대로 된 공식인 셈이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는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인 빅터 차의 글 <대북 외교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칼럼을 실었다. 25년간 유지된 ‘선 빅핵화, 후 평화협정’ 틀에 변화 조짐이 오고 있는 미국 조야의 상황을 전하는 글이었다. 비핵화 포함된 평화협정 회담은 이미 학계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는 것도 첨언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에서 병행 주장을 폈다. 이어 우다웨이 6자회담 대표도 일요일 방한해 그 짓을 또 할 모양이다. 물론 중국이 갑자기 이렇게 나온 데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있었다.

북한의 핵판을 이까지 키우게 하는 데 방풍림 역을 해온 중국의 이 자기 모순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결국 비핵화 논의의 진정성을 김정은 집단이 조금이라도 보이게 한 뒤에 밟아야 할 수순을 중국은 놓치고 있는 것이다. 바둑에서 수순은 곧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다. 아무리 대마의 사활이 눈앞에 있더라도 그 사활을 결정하는 건 수순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수순은 약자인 우리 대한민국만의 희망인가?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