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보다 메종' 명품 좇는 2030...'1층은 화장품' 공식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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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보다 메종' 명품 좇는 2030...'1층은 화장품' 공식도 깼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2.0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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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3사, 전체 매출은 ↓ 명품 매출은 ↑
20~30대 명품 소비비율 절반에 육박
“명품 브랜드가 ‘영 앤 리치’ 사로잡았다”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명품 매출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018년 38.2%에서 2019년 41.4%, 2020년 44.9%로 상승했다. 사진은 명품 샤넬의 가격 인상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명품 매출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018년 38.2%에서 2019년 41.4%, 2020년 44.9%로 상승했다. 사진은 명품 샤넬의 가격 인상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고, 폐업 점포들이 생겨나는 와중에 줄을 서 입장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백화점 1층이다. 주말에는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겨우 입장 가능하다. 

특히 줄을 선 대부분이 20대와 30대라는 점에서, 명품의 ‘큰손’이 40~50대 중장년에서 MZ세대로 옮겨가자 백화점들도 이들을 잡기 위해 하나 둘 씩 변화를 택하고 있다. 

너도나도 ‘명품 FLEX’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명품 매출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018년 38.2%에서 2019년 41.4%, 2020년 44.9%로 상승했다. 이 속도라면 내년에는 2030세대 두 명 중 한 명이 명품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명품 매출 비중 중 20대는 10.9%, 30대는 39.8%를 차지했다. 20대와 30대만으로도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어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명품 사랑’은 드러난다.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57개 점포 매출이 전년 대비 9.9% 감소한 가운데, 명품 및 해외 브랜드 매출은 15.1% 증가했다.

젊은층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막히자 여행을 위해 모아뒀던 돈을 명품에 ‘플렉스(FLEX)’하고 있다. 여행으로 풀었던 스트레스를 보복 소비로 대신하고 있는 것.

명품 샤넬의 대표 상품 클래식 라지 핸드백은 지난 2017년 700만원에서 현재 1000만원이 넘어가지만, 번호표를 받아야만 제품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명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리셀(resale, 되팔기)’ 재테크에도 영향을 끼친다. 즉, 명품을 단순히 소비하려는 경향을 넘어서서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으니 일단 구매했다가 웃돈을 얹어 되팔고, 다시 그 돈으로 다른 명품을 산다. 2030세대에게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리셀’은 명품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점해있는 '아웃오브스톡' 매장. 사진제공=아웃오브스톡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점해있는 '아웃오브스탁' 매장. 사진제공=아웃오브스톡

2030 잡아라…백화점 1층이 변한다

백화점 1층은 소비의 ‘바로미터’라고 불릴 만큼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경제 상황이 민감하게 반영된다. 지금까지는 화장품 매장을 배치해 고객의 눈과 발을 잡는 유인책 역할을 했다. 대부분의 고객이 여성인 만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충동구매를 쉽게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층이 변하면서 ‘1층=화장품’ 공식이 깨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확 젊어지기 위해 지난해 12월 영등포점 1층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화장품 매장 대신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아웃오브스탁’을 들이며 국내 최초 리셀 거래소를 만들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 자체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백화점 운영 전반적인 면에서 이들의 특성이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종 마르지엘라, 톰 브라운, 오프 화이트, 마가렛호웰, 메종키츠네 등은 신(新) 명품 브랜드다. 개성 있고 현대적인 감각을 내세운 해당 브랜드들은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격은 명품에 준할 정도다. 메종 마르지엘라 반팔 티셔츠는 50만원에 달하고, 대표 상품 5AC 백은 스몰 사이즈가 200만원이 넘어간다.

그럼에도 잘 팔린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수입·유통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해 메종 마르지엘라 국내 공식 매출은 전년비 65.2% 신장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지난해 ‘젊은 명품’을 대거 들여오기도 했다. '명품 성지'라 불릴 정도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점포에서도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은 폴스미스, 랑방옴므, 시슬리 등을 내보내고 발렌시아가맨즈, 메종키츠네, 마가렛호웰 등을 입점시켰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이달부터 2030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 ‘클럽YP’ 운영을 시작한다. 또한 오는 26일 개점하는 ‘더현대 서울’과 수도권 최대 규모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중심으로 ‘2030 고객 전용 VIP 라운지’를 오픈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브랜드 라인업이 ‘영 앤 리치’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면서 “에르메스 등 하이엔드 브랜드 입점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의 내부 이미지.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내부 이미지. 사진제공=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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