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재계 화두 ESG, 메시지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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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재계 화두 ESG, 메시지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1.02.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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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올해 재계 최대의 키워드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경영)이다.

국내 4대그룹 가운데 최초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겸 서울상의 회장으로 추대된 이유 중 하나도 ESG를 선도한 영향이 크다. 지난 10년간 혁신을 강조했던 재계의 방향성이 다시 신뢰와 공감에 비중을 둔 사회적 가치로 전환된 느낌이다. 

ESG를 강조하는 기업은 비단 최태원 회장의 SK그룹뿐만이 아니다. 이미 롯데, 포스코, 두산, 한솔그룹 등은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주도적으로 ESG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ESG를 체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각 부서에서 모색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기에 ESG 열풍은 국내 경제 분야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ESG는 왜 부각되었는가

ESG는 지난 5년간 국내에서 관련 논문이 40편 넘게 게재되었지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처럼 학문적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CSR이나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제안했던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 등 학계에서 출발한 개념과 달리 ESG는 2006년 UN이 제정한 책임투자원칙에서 도출된 개념이다. 기업 투자 의사결정에 필요한 실무적 개념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이후 주요 투자기관 및 맥킨지 등 전략컨설팅 기업의 환경 분석에 필요한 개념으로 ESG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ESG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단기이익만을 강조했던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반성 ▲트럼프에 의한 파리기후협정 탈퇴 ▲사회적 가치에 무관심한 기업의 행태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ESG를 부른 것이다. 

국내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반기업 정서를 초래한 기업의 부패와 갑질 뉴스는 그간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가치의 부각도 기업의 윤리적 경영에 경각심을 울렸다. 최태원 회장이 사회와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함께 노력해야 함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기업의 재무성과도 올라갈까?

2013년 한국재무관리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 의하면 다양한 지표를 통해 실증 분석을 진행한 결과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수익률도 우수하였고 영업성과 등 재무적 성과도 ESG 등급이 낮은 기업보다 훨씬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직까지 ESG에 대한 공감대가 국내 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된 것은 아니다. 2019년 연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 기업 중 ESG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12.4%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은 기업이 투명하게 해당 정보를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외부의 객관적 평가를 받아야 ESG 정착 및 확대가 용이해질 수 있다. 

평소 ESG경영을 강조해 온 최태원  SK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면서 재계의 ESG붐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사회적 가치는 트렌드가 아니다

ESG에 대한 정보의 투명성 공개 못지 않게 기업과 사회가 비판적으로 고찰해야 할 부분은 사회적 가치가 어느새 트렌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국내 기업에 열풍처럼 다가온 CSR(사회적 책임)에 이어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등장한 CSV(공유가치 창출)는 국내 기업의 화두가 되었고 저마다 CSR팀, CSV팀을 즉각 신설하며 대응했다.

사회공헌 추진팀 등을 신설하며 각 기업이 자사의 CSR, CSV 선행을 알리던 시기, 2015년에는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총 17개의 지속가능 발전목표를 채택하며 대두된 SDG(지속가능 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ods)라는 개념이 또 한 차례 우리 사회에 화두로 등장했다. 새로운 개념이 나타날 때마다 기업들이 부화뇌동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CSR → CSV → SDG → ESG로 개념이 발전되면서 변화를 거듭해온 것 같지만 실제로 해당 개념은 모두 사회적 책임, 환경, 투명 경영이라는 공통적 요소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특정 개념을 최근 등장한 거대담론처럼 여기는 모습은 곤란하다. 학계에서도 각 개념이 새롭다고 언급하지 않기에 어떤 개념이라도 올바른 실행이 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CSR을 강조한 기업, CSV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 홈페이지에 ESG를 부각한 기업 등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여전히 각 기업이 어떤 사회공헌을 추진했고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에 대한 결과 보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글로벌 혁신기업 중 사회적 가치를 핵심 트렌드로 강조하는 기업도 없다.

그렇기에 이번에 화두로 떠오른 ESG만이라도 제대로 기업에 내재화된 실천적 경영 프로그램이 되길 희망한다. 경영자가 수 차례 강조해도 조직 차원의 실행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개념도 미사여구에 그칠 뿐이다. 공동체라는 개념이 한층 더 강조되는 이 시점에서 시민사회의 공동선(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은 혜안을 재계가 모색하길 바란다. 

최태원 회장이 전한 “기업은 사회적 안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단호한 메시지.

이제 실천만 남았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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