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시대를 앞서간 가수 '헬렌 레디' 다룬 영화 '아이 엠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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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시대를 앞서간 가수 '헬렌 레디' 다룬 영화 '아이 엠 우먼'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1.01.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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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1위,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80년대 팝 디바 헬렌 레디 일대기
동명의 노래 'I am woman', 여성운동가들에게 전설같은 주제가
한국계 호주 감독 문은주-오스카 수상 촬영감독 남편 디온 비브의 역작
헬렌 레디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아이 엠 우먼'.사진=네이버영화
헬렌 레디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아이 엠 우먼'.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1972년 2월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노래  'I am woman'. 호주 출신 싱어송 라이터 헬렌 레디의 노래로 시원시원한 보이스, 그리고 울림이 있는 가사로 오랫동안 팝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I am woman, hear me roar
In numbers too big to ignore
And I know too much to go back and pretend

난 여자야 나의 함성을 들어봐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졌지
다시 돌아가  모르는 척 살기에는 너무 많은 걸 알게 됐어

'아이엠 워먼'으로 우렁차게 시작하는 노래. 헬렌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가사가 예사롭지 않아 즐겨 들었던 노래였던 까닭에 헬렌의 일생을 다룬  영화 '아이 엠 우먼' 개봉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한국계 호주인 문은주 감독이 그려낸 헬렌 레디의 일생은 과연 어떠했을까.

 

싱글맘으로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머나먼 뉴욕으로 향했던 헬렌 레디.사진=네이버영화
싱글맘으로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머나먼 뉴욕으로 향했던 헬렌 레디.사진=네이버영화

싱글맘으로 뉴욕 입성, 미국 팝계의 전설을 쓰다....최근엔 페미니즘 주제가로 인기

1966년,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몇달치 생활비만 들고 딸아이와 뉴욕에 입성한 헬렌 레디(틸다 코브햄-허비). 오디션을 보러 제작사를 찾아가지만 비틀스 등 남성 밴드와 남성 솔로가수가 인기를  끌던 당시에는 여성 솔로가수는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문전박대 당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싸구려 바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밴드 연주자 보다도 적은 보수에 항의하는 헬렌에게 사장은 불법체류자에 부양가족도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며 대꾸한다.

허름한 호텔에서 딸과 하루하루를 버티던 헬렌은 열악한 환경에 어린 딸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호주로 돌아갈 항공권을 만지작 거리다 뉴욕에 진출해 있던 호주 친구 칼럼니스트 릴리언(다니엘 맥도널드)을 찾아간다. 여성으로서 로큰롤 백과사전을 쓰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릴리언과 의기투합한 헬렌은 함께 연예계 친구들에게 자신을 알리며 데뷔를 꿈꾼다.

그러던 중 어느 파티에서 연예계 종사자 제프(에반 피터스)를 만나게 되고 제프는 헬렌에게 자신이 매니저를 맡아주겠다면 대신 뉴욕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가자고 제안, 헬렌은 새로운 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따라나선다.

하지만 기획사에 취직한 제프는 헬렌보다는 다른 가수들 매니지먼트에만 힘쓰고 헬렌에게는 주부의 역할만을 강조한다. 자신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헬렌은 1972년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아이 엠 우먼'을 만들어 제작사를 찾아가지만 '왜 그렇게 화를 내며 부르느냐', '너무 남성혐오적'이라며 거절한다. 헬렌은  자신이 바라는 건 양성평등이라며 남성 혐오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당시 미국에선 여성들이 평등과 변화를 촉구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워나가던 시기였고 '양성평등 개헌안' 등의 논의가 시작되던 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I am woman'이 발표되자 라디오 방송에 많은 여성들의 신청이 쇄도했고 결국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게 됐다.

가수로서 성공하며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남편 제프의 코카인 중독과 가산 탕진으로 저택을 처분해야했고 절친 릴리언 마저 세상을 떠나 중년 이후에는 평범한 가수로 돌아간 헬렌. 우연히 양성평등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던 딸이 캠페인 대회에 나와서 노래를  불러줄 것을 청한다. 이젠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처음엔 거절했으나 여성들을 위해 다시 한번 용기를 낸다. 

1989년 워싱턴 전미 여성 대회 현장에서 힘차게 'I am woman'을 부르는 헬렌. 유감스럽게도 미국 성평등 헌법 수정안은 1920년 초 처음 도입된 이후 아직까지 통과되지 않은 상태지만 여성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이 노래는 세대를 관통하는 명곡으로 남아있다.

 

연출은 한국계 호주인 문은주 감독이 촬영은 오스카 수상자인 남편 디온 비브가 맡았다. 사진=네이버영화
연출은 한국계 호주인 문은주 감독이 촬영은 오스카 수상자인 남편 디온 비브가 맡았다. 사진=네이버영화

감독 문은주, 우연히 마주친 헬렌 레디 일생 스크린에...오스카 수상자 남편 디온 비브 촬영 돋보여

LA 어느 시상식, 한국계 호주인 문은주 감독은 촬영감독 남편 디온 비브의 옆 좌석에 헬렌 레디의 이름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자마자 남편과 자리를 바꾸었고 그것이 바로 '아이 엠 우먼'을 만들게된 첫 시발점이다. 호주 출신 가수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여성이자 빌보드 1위,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디바 헬렌 레디를 잘 알고 있던 문감독은 헬렌과 친구가 됐고 그의 삶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다짐한다. 

실제의 헬렌 레디는 70년대 대표적인 여성 솔로가수로 올리비아 뉴튼존, 앤 머레이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아티스트로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여성 팝 보컬상을 수상 한 이후에도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총 250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다. 여성들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움직임이 시작된 70년대, 헬렌 레디의 'I am woman'은 여성운동가들의 주제가로 불렸으며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의 굴곡진 삶을 살았던  헬렌은 21세기에도 담대하고 용기있는 목소리로 기억되고 있다.
 
헬렌 레디 역에는 틸다 코브햄-허비가 이십 대부터 사십 대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의 세월을 훌륭히 소화해으며 남편 제프 역에는 연기력과 스타성 모두를 갖춘 에반 피터스가 '엑스맨'에서의 '퀵실버'와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촬영에는 문감독의 남편이자 2006년 '게이샤의 추억'으로 오스카 촬영상을 수상한 디온 비브가 참여해 70~80년대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I am woman'외에 헬렌 레디의 히트곡으로는 뮤지컬 'Jesus Christ Super Star'의 유명 테마 'I don't know how to love him', 힘있는 가창력이 돋보이는 'Delta dawn', 특이한 분위기와 가사로 인기있었던 'Angle baby'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등이 있다. 

문은주 감독은 “70년대는 변화의 시기였고 여성들의 역할이 의심과 도전을 받았다. 헬렌 레디가 어떻게 정상에 올랐는지, 그곳에서 어디로 걸어갔는지, 그녀의 놀라운 인생을 알리고 싶었다. 그녀의 노래가 여성들을 보다 대담하고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Yes I am wise  But it′s wisdom born of pain

Yes, I′ve paid the price

But look how much I gained

If I have to, I can do anything

I am strong   I am invincible 

I am woman

이제 난 지혜를 얻었네 지혜는 고통에서 온 것

큰 대가를 치렀지만 엄청난 것을 얻었네

해야만 한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나는 강해 나는 꺾이지 않아

난 여자거든

 

헬렌은 영화가 한창 개봉을 준비중이던 2020년 9월 29일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그녀는 멋진 어머니이자 진정 존경받을 만한 여성이었습니다. 헬렌 레디의 목소리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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