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고소한 북한이야기] 싱가포르는 북한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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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고소한 북한이야기] 싱가포르는 북한에게 무엇인가
  •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대외협력 회장
  • 승인 2021.01.3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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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치 싱가포르, 역사· 정치적 배경 유사
싱가포르 성공모델, 물류·관광산업 배울 부분 많아
북한과 교류 싱가포르 NGO "북한 변하고 있다"
박기찬 북한학 박사
박기찬 북한학 박사

[박기찬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대외협력회장] 선입관을 건드리는 퀴즈

이런 퀴즈를 내면 대부분은 금방 답을 찾지 못한다.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장기간의 독재정치가 이어지고 최고 권력은 세습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도가 세계에서 하위권이며, 현 정권의 눈에 벗어난 기사를 쓴 외국 기자는 추방되곤 합니다. 사형(死刑) 제도가 운영되고, 사형 집행률도 매우 높습니다. 태형(笞刑)이 자주 실행되며, 국내법을 어긴 미국 청소년에게 곤장 형을 집행하여 추방하였습니다.”

“주요 국가기반 경제와 기업체는 최고 권력자의 가족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높은 경제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 보다 훨씬 높은 6만 달러 이상입니다. 경제의 대외개방도와 외환보유고 또한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정답은 싱가포르이다. 빨리 정답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장애요소는 무엇일까? 우리의 강한 선입관이다.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권위주의 체제나, 독재정치 하에서는 경제 개발이나 지속적 성장이 어렵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도 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독재 정치 하에서 경제를 급성장시켜 왔다는 역사적 경험을 벌써 망각한 것은 아닐까? 

싱가포르의 상징물중 하나인 머라이언 동상. 사진= 싱가포르 관광청
싱가포르의 상징물중 하나인 머라이언 동상. 사진= 싱가포르 관광청

북한에게 싱가포르의 경제적 의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성과에서 시작하여 그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북미 및 남북대화를 추진하여야 한다고 신년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최초 북미 정상회담 결과인 싱가포르 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

2018년 북미 정상 간에 이루어진 최초의 역사적 정상회담이 하필이면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유를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빌려 타면서 까지 4700Km 거리를 날아간 것에 대하여, 당시에는  외교나 의전의 측면이 주로 거론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에게 싱가포르가 갖은 경제적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싱가포르와 북한은 정치 및 경제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17년 이전까지 양 국민에게 서로서로 무비자 입국이 허용될 만큼 두 나라는 매우 가깝다. 북한은 남한보다 2년 빠른 1968년에 싱가포르에 통상대표부를 설치하였다.

두 나라는 미국과 소련의 블록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블럭불가담의 비동맹회의 원칙 하에서 친밀히 교류하여 왔다. 2015년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격인 리콴유의 장례에 북한은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이라는 표현으로 애도를 전하였다.

싱가포르는 경제개발과 혁신의 모델

둘째, 싱가포르는 북한의 경제개발 및 혁신을 위하여 연구해볼 만한 매우 유력한 모델 중 하나이다. 북한이 참고할 수 있는 경제개발의 모델로서 중국과 베트남이 자주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아래의 몇가지 점에서 중국 및 베트남과는 또 다른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모델이다.

중국이나 베트남과는 다른 독특한 공통점을 북한과 싱가포르는 가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로부터 독립하면서 등장한 1세대 최고지도자의 장기적 독재집권, 권력의 세습적 승계, 최고지도자 가족들의 절대적 영향력 유지라는 점이 그렇다. 싱가포르가 경험한 강력한 탑다운식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은 북한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 수 측면에서도, 중국이나 베트남 보다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는 북한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싱가포르를 북한의 경제특구 등 도시개발에 적용하기에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22개의 경제특구가 새로 늘어났다.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경제적 성공은 북한에게도 배울 점이 상당하다.  

싱가포르의 발전된 물류산업도 북한에게는 시사점이 많다. 싱가포르는 서구와 아시아의 각종 세력들이 부닥치는 지정학적 약점을 오히려 아시아 물류 거점으로 전환시켜 물류산업 허브가 되었다. 대륙과 해양 세력의 이해관계가 부닥치는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물류산업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싱가포르 모델에서 찾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를 야경을 돌아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싱가포르를 야경을 돌아보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싱가포르의 관광산업 발전도 북한이 눈여겨 연구할 대목이다. 원산 갈마, 마식령, 양덕 등에 세계적 규모의 관광 리조트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에게, 관광산업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도 싱가포르는 중요한 나라이다. 북미 정상회담 진행 중에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관광지 나들이가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싱가포르의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조선 익스체인지 “북한은 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조선 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 조선교류)라는 NGO 단체가 있다. 조선 익스체인지는 평양과 싱가포르에서 10년 동안 2500여명의 북한 사람들에게 마케팅 전략 등 창업프로그램을 교육해 왔다.

이 단체의 제프리 시 대표는 2019년 5월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1당 체제에서 경제를 발전시킨 사례들이 있다. 느린 속도지만, 북한은 분명히 개방하고 있으며 변하고 있다.”

NGO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가 주최하는 창업프로그램에 참가한 북한 젊은이들. 사진= 조선익스체인지
NGO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가 주최하는 창업프로그램 교육에 참가한 북한 젊은이들. 사진= 조선익스체인지
● 필자인 박기찬은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MBA를 마친 금융인으로,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한반도 이슈에 접근하는 북한연구자이다. 신한은행 북한연구회 대외협력회장을 맡고 있으며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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