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이 만드는 ‘새로운 신세계’…스포츠부터 콘텐츠까지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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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이 만드는 ‘새로운 신세계’…스포츠부터 콘텐츠까지 아우른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1.2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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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네이버 이해진과 회동
해외진출·컬래버·온오프라인 연계 등 방향은 다양
기술·콘텐츠·이커머스 도움 받을 가능성 ↑
지난 28일 정용진 정용진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동했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정용진 정용진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동했다.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과감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이틀 전 SK텔레콤으로부터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하더니 지난 28일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회동하며 재계의 관심을 모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네이버는 유통과 온라인 사업을 동시에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서로 시너지를 낼 방안에 대해 포괄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신세계가 처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세계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등 전국 160개 오프라인 매장과 빠르게 성장 중인 SSG닷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오프라인에선 절대적 유통 강자중 하나지만 온라인 구매로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면서 힘이 떨어지고 있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도 쿠팡·네이버·카카오 등 내로라하는 ‘신(新) 이커머스 공룡’ 기업들 사이에서 제대로 존재감을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세상에 없던 어메이징(Amazing)한 콘텐츠’, ‘새로운 IT기술을 통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의지를 보여 왔다.

따라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에 이어 기술·콘텐츠 영역까지 손을 뻗고 있는 최근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정 부회장이 신세계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현실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특히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손을 잡을 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로 ▲해외 진출 ▲콘텐츠 컬래버레이션 ▲온·오프라인 연계를 꼽고 있다.

①네이버와 해외 진출 동맹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의 해외시장 진출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으나 실적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직접 진출한 매장들의 실적이 부진하다. 

중국,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서 쓴 맛을 봤으며, 2016년 1호점 출점한 몽골 ‘이마트’는 3호점 이후 출점 계획이 없는 상태다. 2019년 필리핀 마닐라에 진출한 ‘노브랜드’도 신규 출점을 검토 중이지만 예정된 곳은 없다.  

만약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손을 잡는다면 신세계의 오프라인 구축 능력에 네이버 기술력을 활용해 이마트, 노브랜드, 이마트24의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빅데이터 선두주자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추천 기술인 Ai템즈와 쇼핑 데이터 분석툴 비즈어드바이저 등을 이용해 상품 추천, 수요 예측 등이 가능한 ‘미래형’ 매장을 구축할 수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로의 도약을 꿈꾸는 정 부회장에겐 주춤하고 있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일 수 있는 것. 

(시계 방향으로)네이버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
(시계 방향으로)네이버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피코크 PB상품 꿔바로우-노브랜드 PB상품 치즈크림케익. 사진제공=각 사

②콘텐츠와의 컬래버레이션

신세계는 네이버가 지니고 있는 ‘K-콘텐츠’ 웹툰, 웹소설 등과의 컬래버레이션도 가능하다. 예컨대 신세계 자체브랜드(PB) 상품과 네이버의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콘텐츠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홍보를 펼칠 수 있다. 웹툰 캐릭터와 신세계 상품 간의 결합으로 채널과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세계는 피코크, 노브랜드 브랜드를 통해 자체개발 상품을 내놓고 있다. 2015년 1574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피코크와 노브랜드는 지난해 9000억 원대의 매출이 예상될 정도로 성장했다. 

앞으로 PB제품의 시장은 더욱 커질 예정인 만큼, 뛰어난 상품개발력과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가 글로벌 시장까지 포섭 중에 있는 네이버의 콘텐츠 능력과 만나면 스토리와 제품이 결합한 독보적인 유통·마케팅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콘텐츠와 제품의 컬래버레이션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GS25는 최근 CJ ENM과 손잡고 콘텐츠-유통 결합형 모델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131만 구독자를 보유한 푸드 유튜버 ‘밥굽남’과 함께 GS25만의 덮밥과 햄버거를 출시하기도 했다. 양사의 이러한 전략적 제휴는 MZ세대(10~30대 세대)를 확보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정 부회장은 SNS를 통해 MZ세대들과 꾸준한 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지털 소비트렌드를 선도하는 세대를 사로잡아 신세계 고객층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GS25와 마찬가지로 신세계 역시 스토리가 있는 제품으로 MZ세대를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 장보기 서비스. 사진=네이버 쇼핑 화면 캡처
네이버 쇼핑 카테고리 내 장보기 서비스. 사진=네이버 쇼핑 화면 캡처

③온·오프라인 연계

신세계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판로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에 신세계가 들어간다면 네이버와 신세계 모두에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 신세계는 신선식품의 강자지만 이커머스 플랫폼이 약하고, 네이버는 오픈마켓의 강자로 이커머스는 강하지만 신선식품 부문은 약하기 때문이다. 

작년 연결기준 신세계 이마트의 연간 매출액은 20조원을 넘어섰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마트의 상품 구매력(바잉 파워)과 소싱 능력은 뛰어난 무기다. 반면 SSG닷컴 거래액은 4조 원 수준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재 카카오와 11번가에서 장보기 서비스를 진행 중인 신세계가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에 들어간다면 단숨에 온라인 시장에서도 오프라인 못지 않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지난해 12월 기준 입점 업체가 41만 개에 달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는 단순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각 지점들을 연결시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4분기에 40%가 넘는 순매출액 성장률이 기대되는 SSG닷컴이 굳이 배송 인프라와 재고관리 능력이 어려운 네이버 플랫폼에 입점할 필요가 있냐는 반문이 나오는 이유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SG닷컴을 사용하던 고객이 새삼스럽게 홈플러스에서 쇼핑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네이버 장보기서비스에 들어간 업체들의 제한적인 배송 인프라와 전체 품목(SKU)을 감안하면 이마트에 위협이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연합뉴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연합뉴스

정 부회장은 만물잡화점 '삐에로쑈핑', 고급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 등 자신 만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아이디어가 담긴 전문점을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신(新) 시장 비즈니스 구상 능력이 돋보인다. 네이버와도 손을 잡게 된 정용진 부회장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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