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오는 6월까지 금융지주·은행 배당 20% 제한
상태바
금융위, 오는 6월까지 금융지주·은행 배당 20% 제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1.01.28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 대비해 은행이 손실흡수능력 보유해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L자형 장기침체 통과 못한 은행 수두룩
"이익공유제와 상충 안해… 맥락 잘 알고 있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6월까지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을 2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보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권고안을 따르게 되면 올해 주주들이 받는 배당금은 확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3월 지급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은행 27%, KB금융 26.00%, 신한지주 25.97%, 하나금융 25.78% 수준이다. 지방금융지주에서는 DGB금융이 21.18%, BNK금융 20.86%, JB금융 17.05% 수준이다. 4대금융지주의 경우 배당성향이 최소 5~7% 이상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는 "현재 국내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수준이고, 지난해 경영실적도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자본 확충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결과 대부분 은행 L자형 통과 못해

금융위는 8개 은행지주회사(신한, KB, 하나, 우리, NH, BNK, DGB, JB)와 국내 지주회사 소속이 아닌 은행 6개(SC, 씨티, 산업, 기업, 수출입, 수협)을 대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잠재적으로 발생 가능한 극단적인 경제·금융 상황에서 금융회사, 기업·가계 등 특정 부문, 더 나아가 전체 금융시스템의 잠재적인 취약성을 측정하는 분석 방법이다. 

금융위는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경기가 장기적으로 회복되는 U자형 모델과 장기적으로 침체하는 L자형 모델 두 가지를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U자형은 2021년 마이너스 성장이 확대된 후 2022년 회복되는 방식이고, L자형은 2021년 마이너스 성장 확대 후 2022년에도 제로성장하는 모델이다.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U자형과 L자형 모든 시나리오에서 전 은행의 자본비율이 최소 의무비율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배당제한 규제비율의 경우 U자형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은행이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되는 L자형 시나리오에서는 상당수 은행이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외환위기보다도 더 큰 강도의 위기상황에서도 모든 은행들이 대체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지주·은행 주가 줄줄이 하락세…은행권 "어쩌란 말이냐"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말 기준 금융주가 이익이 많이 났는데도 주가를 보면 바닥"이라며 "이익공유제나 배당 자제 권고 때문에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이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많이 나는데 주가가 낮은 이런 부분이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대표적 배당주인 금융지주 주가는 실제로 이날 이후 줄줄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230원 하락한 9100원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1300원 하락한 4만1100원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150원 하락한 3만2200원, 하나금융지주는 700원 하락한 3만4500원을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오늘 발표 이후 주가가 2~3%씩 다 떨어졌다"며 코스피가 3000을 찍고 있는데 금융주는 1년 전만도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도 자본주의 체제 하의 사기업인데 정부 차원에서 배당을 제한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며 "일반 주식회사는 투자를 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활성화해야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데 이런 식의 제약은 난감하다"고 한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이런 판단이 코로나19 시국에서 어느 정도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곻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배당 제한이 정부가 추진중인 이익공유제와 상충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은 규제산업이라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온 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을 크게 져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은행이 많은 이익을 내게 된 배경에는 정부와 시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적절한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이익공유제에 동참해 채권 만기 연장과 채무자 친화적인 채권회수 등을 하는 것이 옳다"며 "이 경우 은행이 부담해야 할 위험의 크기가 커지게 될테니 배당금을 너무 많이 풀지 말고 지금보다 배당금을 내부에 많이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채권 만기 연장 등의 방식으로 이익공유제에 동참하고, 이에 따르는 리스크는 배당금 제한을 통해 내부에 돈을 쌓아 놓는 방식으로 대비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이익공유제와 배당 제한이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다만 전 교수는 이러한 맥락을 금융당국이 잘 짚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책 자체가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논거가 잘 확립돼 있어야 한다"며 "또 어느 정도까지 사회공헌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배당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