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위기- 마천루의 저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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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위기- 마천루의 저주 온다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6.01.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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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국에도 마천루 들어서
▲ 한용주 경제칼럼니스트

 

전 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들어서 경제력과 기술력을 자랑하고 빌딩의 상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최고 높은 빌딩에 집착하는 이유도 바로 랜드마크 효과 때문이다. 랜드마크 효과란 가장 높은 빌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빌딩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심리효과를 말한다.

세계 최고, 국내 최고 또는 지역에서 최고 높은 빌딩이라는 타이틀은 매우 중요하다. 1위과 2위의 심리효과 차이는 크다. 사람들은 최고 명품 브랜드에 빠지듯이 최고 높은 빌딩이라는 브랜드에 빠진다. 초고층 빌딩의 건축비가 몇 배씩 더 들어도 최고 높은 빌딩을 세우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도 초고층 시대를 열었다. 롯데월드타워 높이(508m)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 현재까지 완공된 전 세계 초고층 빌딩들과 비교했을 때 전 세계 5위를 차지한다. 부산은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서울보다 많다. 특히 2019년 11월 완공예정인 해운대 엘시티는 완공되면 부산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초고층 랜드마크가 된다.

중국은 초고층 빌딩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2014년에 200미터 이상 건물이 전 세계적으로 총 97동이 완공 됐는데 그 중에 58동이 중국에 세워졌다. 중국에서 상하이는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이 들어선 도시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150m 이상 초고층 빌딩은 중국이 1088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미국(677개), 일본(189개), 아랍에미리트(182개), 한국(175개) 순이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상하이타워’가 지난해 말 완공되었다. 높이 632m, 128층 규모의 상하이타워가 세계 초고층 빌딩 순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부르즈 칼리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구촌에선 지금 이순간에도 초고층 빌딩이 치솟고 있다. 이렇게 초고층 빌딩이 계속해서 많아져도 괜찮을까?

당연히 문제가 된다. 첫째, 초고층 빌딩이 너무 많아지면 랜드마크 효과는 떨어진다. 한 도시에 여러 개의 초고층 빌딩이 있으면 희소성이 떨어져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줄어든다. 즉 건축물의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

둘째, 지구촌 대부분 국가들이 부동산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중국은 공급과잉뿐 아니라 가격거품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번 미국 發 금융위기도 부동산 거품붕괴에서 시작되었는데,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저금리와 통화팽창 정책이 부동산 공급과잉과 가격거품을 전세계로 확산 시켰다.

초고층빌딩은 경기과열 국면에서 짓기 시작하지만, 완공될 때는 거품 붕괴로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초고층 빌딩 숲을 이루는 마천루는 매우 커다란 경제 호황을 상징하지만 이런 호황은 보통 장기간 불황으로 끝나게 된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크라이슬러빌딩의 완공은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하던 시기였고, 1973년 당시 세계 1위 빌딩에 올라선 미국 시카고 '윌리스타워'도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될 때 완공됐다. 그 다음으로 세계 1위 타이틀을 이어받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타워' 또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함께 세워졌다.

지금은 부동산 공급과잉에 설상가상으로 초고층 빌딩이 우후죽순 세워진 상황이다. 공급과잉은 부동산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원자재, 제조상품, 부동산, 채권과 주식 등 거의 모든 자산이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있다. 무려 7년 동안 저금리와 통화팽창으로 투자를 독려한 결과다.

그런데 이 모든 자산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3년 전부터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는 국제유가도 폭락했다. 지난해 여름 폭락한 후 반등했던 중국 상하이증시가 올해 초 다시 폭락했다. 부동산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 부동산 가격이 2014년 한 차례 급락했다가 통화팽창 정책으로 반등했었지만 미국 금리인상 이후 홍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자산 중에서 부동산은 인구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대와 달리 인구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시대에선 한번 공급과잉이 된 부동산시장은 좀처럼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다. 이제는 아무리 돈을 풀어도 부동산 가격하락을 피할 수 없다.

희소가치가 떨어진 초고층 빌딩은 투자비용 대비 상업가치가 없다. 지구촌에 마천루의 저주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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