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두의 국제이슈 프리즘] '미국의 경제 제재'는 왜 위협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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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두의 국제이슈 프리즘] '미국의 경제 제재'는 왜 위협적인가
  • 최동두 미Greenberg Traurig 파트너 변호사
  • 승인 2021.01.2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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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직접제재, 미국 기업이 제재대상 거래하는 것 금지
2차 부가적 제재, 제재대상과 거래하는 외국인 제재
미 달러 거래 못하도록 미 금융시스템 접근 차단해버려
이란 '케미호' 납포사태, '미 부가적 제재' 우려한 한국에 협박
최동두 변호사
최동두 변호사

[최동두 미Greenberg Traurig 파트너 변호사] 미국의 경제제재

홍콩 특별자치구의 행정수반 격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요즘 월급을 현금으로 받고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집행하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다는 이유로 미국 경제 제재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은행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상당히 불편할 것은 자명하다. 은행을 이용 못하니 계좌이체도 못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그 흔한 인터넷 쇼핑도 못하니 일상 생활에 엄청난 제약이 따를 것이다.  

프랑스에 본점을 둔 글로벌 은행인 BPN 파리바는 미국의 대 이란, 수단,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14년 약 89억 달러(한화로 약 10조원)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지급하기로 하였다. 영국 런던에 본점을 둔 글로벌 은행인 HSBC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HSBC 은행 서비스를 통하여 돈세탁을 하였는데, 이를 방지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2012년 19억달러(한화로 약 2.1조원 )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의 기업은행은 대 이란 무역을 위한 원화 결제 계좌를 관리하면서 허위 거래를 포착하고 방지하지 못하여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약 1000억원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지급하기로 2020년 합의하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 경제 제재가 뭐길래 아시아 금융 허브로 불렸던 홍콩의 행정수반이 은행을 이용하는 것까지 금지시킬 수 있을까? 미국이 초강대국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무슨 힘이 있어 남의 나라 은행들에게 이런 천문학적 금액의 벌금을 부가할 수 있는가? 

미국은 자국 이익에 반하는 국가에 대해 군사제재를 취하거나 여의치 않을경우 경제 제재를 단행, 상대국을 피폐화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은 자국 이익에 반하는 국가에 대해 군사제재를 취하거나 여의치 않을경우 경제 제재를 단행, 상대국을 피폐화하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사진=연합뉴스

부가적 경제 제재(Secondary Sanctions)란?

미국의 경제 제재는 1차적으로 미국인 또는 미국기업이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 미국이 전세계 GDP의 4분의1을 차지한다. 따라서 그 효과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 제재 제도를 만들었다. 미국의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는 외국인 또한 미국과 관련한 경제활동을 금지시키는 '부가적 제재(Secondary Sanctions)'가 바로 그것이다. 캐리 램이 제재 대상이 되자 홍콩 은행들이 서둘러 캐리 램과의 거래를 단절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부가적 제재’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제재의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 힘의 원천은 미국 달러에서 온다. 미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국제 거래의 근간이 되는 화폐다. 미국 제재 대상과 거래를 하는 외국 기업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다. 캐리 램의 주거래 은행이 그가 월급을 송금받는 은행 계좌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 은행은 미국 금융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게 되어 미국 달러 거래가 불가능하게 된다. 세계 금융권에서의 퇴출과 다를 바 없다. 앞서 본 글로벌 은행들이 이러한 제재를 피하려고 미국 사법당국과 협상을 통하여 천문학적 벌금을 내는 것이다.

미국 재무성의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OFAC·해외자산통제국)이 미국 경제 제재의 주무 부서다. OFAC은 해외 제재 대상의 명단(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SDN) 및 Secondary Sanctions 대상을 작성하고 관리하며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관리 감독한다.  

'케미호' 납포 사건의 해결책, 미국 경제 제재와 직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국적 케미호가 호르무츠 해협에서 이란에 의해 납포된 사건의 해결책도 미국의 경제 제재와 직결되어 있다. 언론에 따르면 이란의 입장은 이렇다. 한국 시중은행들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 원유수출대금 7조원이 묶여 있는데, 이 계좌에 대한 동결을 한국이 해제하고 송금하는 조건으로 납포한 케미호 및 선원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란산 원유 거래에 관여하는 기업에게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주된 골자인 ‘포괄적 이란 제재법(Comprehensive Iran Sanctions Accountability and Divestment Act)’을 미국이 지난 2010년 발효하였다. 이를 통하여 이란과 원유 거래에 관여하는 기업은 미국 외환시장 및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었다.  
 
이란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 법 적용의 예외조치를 받았다. 다만, 이란 원유에 대한 원화 결제만 가능한 조건이 붙었다. 이란 중앙은행 이름으로 원화 계좌가 시중은행 두 곳(기업은행 및 우리은행)에 개설되었고, 원유 수입대금이 그 계좌에 입금되는 조건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란에 물품을 수출하면 수출대금은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한국 계좌에서 지급받는 구조다. 2019년 초까지 이러한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져 왔고, 무역 격차에 따라 7조원의 돈이 이 두 곳 은행 계좌에 쌓이게 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이란과의 핵합의를 탈퇴하며 모든 제재조치를 약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되살렸다. 따라서 결제방식과 상관없이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도 전면 금지되었다. 한국이 이란으로 수출할 수 있는 물품도 인도주의적 물자 등으로 한정되었다. 시중은행에 쌓여 있는 7조원이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란은 이 돈의 송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제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 보낼 방안이 없다. 주고 싶어도 못주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이란이 한국 지폐 7조원을 배에 싣고 가지도 않을 것 아닌가.

SWIFT와 미국 제재

사실상 이란은 국제 송금을 받을 방법도 없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인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SWIFT는 약 200여개국의 1만1000여개 은행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세계 은행을 연결해 주는 통신망이다. 

SWIFT는 유럽 연합국인 벨기에에 설립되어 있어 EU의 조치는 즉각 대응해야 하지만, 미국 연방 정부의 조치를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SWIFT는 2018년 미국의 대 이란 경제 제재에 발 맞춰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몇몇 은행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다.

경제 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SWIFT의 동참이 필요했던 미국은 SWIFT 의사결정자들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그들에게도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국 경제 제재를 준수하지 않으면 이들도 캐리 람처럼 21세기에 19세기식 경제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SWIFT는 미국 제재를 이행했다.

● 필자인 최동두 변호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로펌 Greenberg Traurig의 국제중재 및 분쟁 분야 파트너 변호사다. 미국과 홍콩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글로벌 기업의 국제분쟁 및 전략적 프로젝트 담당변호사로도 다년간 근무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로 등록되어 있으며, 국제학술지에 수 편의 국제중재 논문을 출판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제분쟁 전문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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