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 통화하락 저지 위해 자본 통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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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 통화하락 저지 위해 자본 통제 실시
  • 김인영
  • 승인 2016.01.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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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우디·아르제바이잔·나이지리아·베네주엘라…위험한 도박

 

국제유가 하락, 주식시장 급락, 통화가치 상승등으로 신흥국들에서 자본이 대량으로 빠져나가면서 일부 국가에서 돈의 국경 이동을 규제하는 자본 통제(capital control) 실시에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불안의 진앙지인 중국을 비롯해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르제바이잔, 베네주엘라등이 갑작스런 자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자본 통제는 자본에 의한 보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통제는 성공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 붕괴를 당한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매우 위험한 처방이며,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또다른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을 주도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중앙은행은 지난 20일 현지 은행과 지점에 현지 리알화 하락에 베팅하는 선물환 옵션거래를 금지했다. 최근 기름값 하락으로 미국 달러에 고정한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외환 트레이더들은 유가 하락과 경기 둔화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달러 페그제를 포기할 것에 베팅하고 있다. 최근 리얄화 절하에 대한 베팅은 2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사우디 중앙은행은 달러 페그제를 고수할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사우디는 지난 30년 동안 1달러를 3.75리얄로 고정하는 페그제를 유지해왔다.

지난달 유가 폭락으로 달러 페그제를 포기한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은 해외로 자금 이체시 20%의 거래세를 부과하는 자본통제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아르제바이잔 은행에는 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지난 15일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0일간 입법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입을 제한하고 세수는 늘리며 기업 활동과 산업 생산, 통화 거래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국가 부도상태에 들어갔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9월 사이에만 141.5%를 기록했으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4.5%를 보였다.

석유가 총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는 외국 화폐로 표시되는 신용카드와 직불카드에 대해 한도를 정하고, 쌀은 물론 이쑤시게까지 생활필수품의 수입을 중단시켰다. 외화, 특히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에서는 올들어 위안화가 하락하면서 중국인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는 달러 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주말 달러부족 사태에 대해 경고하는 긴급공지를 공상은행에 보냈다. 달러부족으로 공상은행 고객들이 위안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데 평시에 하루 걸리던 것이 나흘이나 걸리게 됐다.

중국 외환관리국은 이달 초 은행들에 타인에게 자신의 달러매입 한도를 증여하는 사람들을 특별주의 명단에 올리라고 요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0일 사설에서 위안화 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달러화 표시 자산보다 좋다면서 성급한 달러화 매입을 자제하라고 중국 가정에 조언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역외 은행들에 지급준비율을 적용하는가 하면 구두로 투기 세력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해왔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위안화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준비통화에 위안화가 편입되도록 환율 결정 방식을 시장 중심으로 조정하면서 자본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방어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지난해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평균 17.6% 하락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7,320억 달러로 이는 한해전보다 무려 7배나 많은 금액이다. 올해도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IIF는 전망했다.

하지만 자본 통제는 자본의 공격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보기 십상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주식을 팔아 본국으로 송환하는 자금의 이동을 제한하자, 주가 폭락을 겪은 적이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우도 JP모건의 신흥국 지수에서 제외되고, 채권 소유자들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반환요청을 받기도 했다.

1998년 아시아 위기때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가 자본 통제를 실시해 금융시장 붕괴를 막았다. 하지만 마하티르의 자본 통제가 성공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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