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앞둔 LG vs SK 배터리 소송 결말...'합의금 얼마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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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앞둔 LG vs SK 배터리 소송 결말...'합의금 얼마까지 갈까?'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1.01.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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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조지아주 상원 선거결과로 美 현지 분위기 변화 맞아
ITC 판결 이은 손배소 민사소송 가면 배상규모 '천문학적 숫자'될 듯
배터리 시장 미래가치 감안하면 수조원대 합의금 나올 가능성 있어
전문가 "양측 모두 판결전 합의로 가는게 그나마 다행일 듯"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ITC 공판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지=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양소희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관련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침해소송 최종 판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관련업계는 최종 판결전 양측이 합의를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합의금이 유례가 없는 1조원 이상 최대 2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 1조원을 상회하는 합의금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번 ITC최종판결에서 SK이노베이션측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고 재판이 미 연방법원으로 넘어갈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추가돼, 피해액의 2배가 넘는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망은  미 연방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하고 있다.

즉 ITC가 SK이노베이션에대해 영업비밀침해 혐의를 인정할 경우, 추후 배상액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합의금액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다음달 예정된 ITC 최종 판결이전,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적정한 수준에서 산정한 합의금액을 LG측에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역시 예상되는 배상액을 기준으로 장기간 이어진 소송으로 인한 비용과 이미지 타격 등을 감안해 합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시장에서 전통적인 강자 LG에너지솔루션과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소송이 오는 2월10일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도 현재 ITC 최종 판결이전 합의에는 긍정적이다. 이에 ITC최종 판결이전, 양측간 합의를 위한 협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남아있는 문제는 결국 양측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적절한 합의액수가 어느 선에서 결정되는가이다. 

코로나 등 대외변수로인해 장기간 이어진 ITC 최종판결

이 소송은 이미 수년간 계속되고 있으며, 그동안 코로나 확산세와 미 대선, 미국 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 기업들 등을 고려해 최종판결이 연기돼 왔다.

지난 연말이후 변화된 상황 중 대표적인 사건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일정이 꼽힌다.  

공화당 대통령에서 민주당 대통령으로 바뀌는 미국 정권교체는 이 소송과 관련해서도 LG에너지솔루션 쪽으로 승소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상당히 다른 상황"이라며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조 강화와 미 대통령 선거결과와 함께 조지아주 상원 의원 선거 결과를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의 성공적인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불공정 무역과 미국의 지식재산권 탈취라는 관행을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하면서 "SK 내부적으로도 영업비밀침해 소송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C가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증명 여부'를 두고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침해행위 자체의 유무'를 두고 판결을 내리는 점도 SK에게는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미 예비판결에서 상당한 증거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건설중인 미국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점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 지형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SK 공장 건설에 대해 공화당 소속인 조지아 주지사와 정치인들이 우호적이었으나 이제는 LG 측이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국내의 한 변리사는 "자국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SK공장 폐쇄까지는 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쪽이 승소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SK 조지아 공장이 폐쇄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과 포드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LG 측은 폭스바겐, 포드에도 자사에서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고 의견서를 낸 상태지만, 바이든 정권의 경제 활성화 과제 등을 고려하면 SK에게는 판결전 화해가 가장 나은 방법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실익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하는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보다도 지적재산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당초 SK의 조지아주 공장 증설을 추진했던 것은 공화당 의원들이지만 이번엔 판세가 바뀌었고, 또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나 배터리 공급 문제를 고려해봐도 LG 쪽의 기여도가 훨씬 큰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여러 정황을 미루어볼 때 ITC 소송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양사의 협상 움직임과 합의 금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좌)과 SK이노베이션(우) 2차전지 배터리. 사진=연합뉴스·양소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좌)과 SK이노베이션(우)의 전기차 배터리. 사진=연합뉴스·양소희 기자

"합의금은 얼마?"...'조 단위' 나올까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가는 "SK 입장에서는 최종판결 전에 합의하는 것이 금액적인 측면에서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며 "최종판결 후에는 LG 측의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합의금이 훨씬 올라갈 것"이라고 합의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시장의 규모와 전망, 소송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합의금을 1조~2조원 대로 추산하고 있는 상황.

LG측도 미국 연방법에 근거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SK측이 합의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한 적도 수차례 있지만, 합의금액에 대한 이견차를 줄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대외적으로 SK이노베이션 측은 여전히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당초 합의금 역시 수 백억원대의 수준 제시에서 큰 변화가 없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 전문가는 "ITC 역사상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미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만약 거부권이 행사된다 하더라도 SK측의 범죄행위 자체는 이미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손해배상 책임은 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타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 법원의 최근 판례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이 델라웨어 민사소송까지 가게 될 경우, 실제 손해액에 징벌적 손해배상액까지 포함하면 최대 6조원 상당의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사안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영업비밀 침해관련 미국내 소송에서 영업비밀침해가 인정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합쳐 피해액의 100%(2배)이상의 배상 판결이 잇따라 나왔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다음달 판결에서 ▲LG 측이 SK로 인해 실제 입은 피해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 ▲SK가 LG 측의 지식재산권을 탈취해 비용을 절감했고,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점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높은 미래사업 가치 등을 고려한 비용 등이 인정될 경우 SK이노베이션에 부과될 배상액은 현재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 추정하는 합의금 범위를 넘어선다.  

영업비밀침해 관련 미국내 소송 사례에 비춰보면 

영업기밀침해 관련한 미국 내 최근 소송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 2019년 5월 캘리포니아 법원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직원들이 중국 반도체 장비 회사 XTAL에 전직하면서 영업비밀을 탈취해 활용한 사건에 대해 XTAL에 8억4500만 달러(한화 약 9144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고 추가적으로 미국 내에서의 개발과 판매를 금지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일리노이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이 모토로라솔루션의 연구개발 부서 직원 전직자 3명을 통해 무전기 관련 영업비밀과 저작권을 탈취한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에 모토로라솔루션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모토로라가 입은 손해에 해당하는 3억4576만 달러(한화 약 3760억원)에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약 120%에 해당하는 4억1880만 달러(한회 약 4554억원)을 더해 총 7억6456만 달러(한화 약 8314억원)을 배상액을 산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한 경우, 피해자가 실제 손해에 더해 처벌 및 재발 방지 목적의 금액을 추가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조치다.

이번 2차전지 소송에서도 ITC 행정판사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조기 패소판결을 내릴 당시 "SK이노베이션의 영업기밀 침해 행위가 전사적,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소송 증거들을 인멸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관계 자료 확보를 방해해 피해를 끼친 점이 명확하다"고 밝힌 상태라 최종판결 시 SK이노베이션에도 이런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3만4000개의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인멸 정황이 잡힌 바 있으며 57개의 배터리 제조 핵심 레시피, 양극재 및 음극재 관련 제조기술 등에 대한 핵심 탈취 정황도 공개된 바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분리막과 함께 2차전지에 필수적인 소재다.

'미래 시장가치' 큰 전기차 배터리...세기적인 판결될 수도 

전기차 배터리산업은 현재 시장 규모보다 미래 사업 가치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배상금도 천문학적일 것이라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시장이 전망하는 오는 2025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80조원 규모다. 같은 해 약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큰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지난해 7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 '리비안'과 전직자 4명을 영업비밀탈취혐의로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소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전기차 시장의 규모 확대는 자연스럽게 소송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결과가 업계 레퍼런스(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는 "양사는 그 어느때보다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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