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25)단일다원 홍차의 매력...독특함과 고급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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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25)단일다원 홍차의 매력...독특함과 고급스러움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1.01.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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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랜딩 홍차는 표준적인 맛이라면, 단일다원홍차의 매력은 '독특함'
생산위치·일조량의 차이는 물론 생산자의 철학·전략에서 차 맛이 달라져
10년전부터 단일다원홍차 '각광'...중국인 애호 증가로 가격 상승중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홍차를 오랫동안 마셔온 열렬 홍차애호가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또 대화 주제로 삼는 것은 역시 '단일다원홍차(Single Estate Tea)'다. 단일다원홍차만이 가질 수 있는 그리고 특정 다원만이 가지는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블랜딩 홍차는 무난하고 표준적인 그리고 일관성 있는 맛과 향이 장점이다. 하지만 '무난하고 표준적인 그리고 일관성 있는' 맛과 향은 변화 있는 새로운 맛과 향을 추구하는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반면에 해당 다원에서 생산된 홍차만으로 만들어진 단일 다원 홍차는 매년 있을 수 있는 변수들로 맛과 향이 일정치 않다는 단점을 가진다. 하지만 올해가 평년보다 나쁠 수도 있지만 올해가 평년에 비해 탁월한 맛과 향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다즐링의 유명한 장파나다원. 아래쪽 티 팩토리, 위쪽 티 플러커들의 마을 그리고 차 밭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다원 모습이다. 사진= 문기영
다즐링의 유명한 장파나다원. 아래쪽 티 팩토리, 위쪽 티 플러커들의 마을 그리고 차 밭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다원 모습이다. 사진= 문기영

단일다원홍차의 매력은 '독특함'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영국인이 홍차를 생산 하기위해 만든 것이 '다원(茶園)'이다. 다원(영어로는 Estate 혹은 Garden으로 사용한다)은 경계가 있는 일정한 면적을 가지고 다원 내부에 차나무를 재배하는 곳과 '티 팩토리(Tea Factory)'를 포함하며 사람들을 고용해 홍차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홍차를 생산하는 독립된 단위로서 다원들은 같은 생산지역(예를 들면 아삼이면 아삼, 다즐링이면 다즐링 등)에 위치한다 하더라도 여러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 다원마다 재배하는 품종이나 품종의 구성비가 다를 수 있고, 다즐링이나 우바, 딤불라 처럼 산악지대인 경우 위치하는 고도나 경사면 방향에 따른 평균 일조량 등이 다를 수 있다.

게다가 각 다원의 소유주나 티 매니저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홍차에 대한 철학 혹은 전략이 다를 수도 있다. 고품질로 소량 생산할 것인지,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품질을 희생할 것인지, 섬세함에 우선을 둘 것인지, 강한 맛에 우선을 둘 것인지가 다 다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어 다즐링 지역 각 다원들 사이에서도, 아삼 지역 각 다원들 사이에서도, 누아라 엘리야 지역 각 다원들 사이에서도 맛과 향의 차이를 가져 오는 것이다.

다즐링 같은 경우는 다원들이 매우 인접해 있다. 이쪽 다원에서 건너편 다원들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 다원들 사이에서의 품질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품질수준은 바로 명성과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원별 생산량도  많지 않다. 다즐링 다원들의 연간 평균 생산량이 100톤 정도이고 이 중 다원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퍼스트/세컨드 플러시 물량은 수 십 톤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여기에 모든 노력을 쏟는다. 그리고 세계 홍차애호가들은 단일다원홍차의 이런 매력에 열광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차회사중 하나인 마리아주 프레르의 브랜드들. 이 회사는 다양한 다원차를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 차회사중 하나인 마리아주 프레르의 브랜드들. 이 회사는 다양한 다원차를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0년전부터 고급 홍차에 관심, '단일다원홍차'에 쏠려 

하지만 단일다원홍차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10년 남짓으로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는 음용 방식에서는 단일다원홍차의 매력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5~6년 사이 홍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다. 같은 시기에 오랫동안 차를 마셔온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같은 국가에서는 고급홍차(Specialty Tea)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다.

고급홍차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은 음용자들이 우유와 설탕을 넣지 않은 홍차 본연의 맛과 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홍차에 있어서는 단일다원홍차다. 이런 추세는 꼭 홍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커피 음용 트렌드가 고급화 방향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면 명확하다.

아삼 보르파트라 다원의 차. 새롭게 등장한 다원중 하나로 수준높은 아삼 홍차 맛을 보여준다.
아삼 보르파트라 다원의 차. 새롭게 등장한 다원중 하나로 수준높은 아삼 홍차 맛을 보여준다.

어느 생산지역이나 나름 오랫동안 명성을 누린 '명품 다원'들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다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띠는 현상이다. 단일다원홍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럽의 유명 차 회사나 혹은 유통의 큰 손들이 새로운 다원들을 발굴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원들 자체도 생산량보다는 품질에 초점을 두면서 이전과는 달리 고품질 홍차를 새롭게 생산하기 시작했다.

2019년 다즐링을 방문했을 때 현지 매장에서 추천받아 구입한 가장 비싸고 가장 품질이 좋았던 퍼스트 플러시도 그동안 눈에 띠지 않았던 '투르좀(Turzum) 다원'에서 생산한 홍차였다.

홍차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게 되면서 다원차가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사진= 구글
홍차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게 되면서 다원차가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사진= 구글

그러나 홍차애호가에는 나쁜 소식

포트넘앤메이슨, 해롯, 마리아주 프레르 같은 유명 차 회사들도 매년 단일다원홍차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처음 들어보는 새로운 이름의 다원들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홍차 고급화는 지속될 것이며 단일다원홍차 수요 역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차를 마셔온 중국이 인도, 스리랑카 등에서 생산되는 홍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생산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미 좋은 단일다원홍차 가격은 몇 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고 있다. 홍차애호가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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