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계 위기...늘어나는 보조금, 싸지는 5G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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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계 위기...늘어나는 보조금, 싸지는 5G요금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1.07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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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휴대폰 추가보조금 지급범위 확대할 것"
이통3사, 중저가 5G요금제 출시
알뜰폰 업계 "가격 경쟁력 상실"
알뜰폰 업계 "LTE 이용 고객 유출 우려"
이통사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가 잇따르면서 알뜰폰 업계가 고객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정부가 공시지원금의 15%이내로 제한된 추가지원금 한도를 늘릴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통사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가 잇따르면서 알뜰폰 업계가 고객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 

5G가입자에 이어 알뜰폰의 주력 고객인 4G와 3G 가입자마서 이통 3사 저가폰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6일 앞으로 3년간 추진할 12개의 정책 추진과제를 발표하면서 휴대폰 유통점에서 이용자에게 추가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통사와 통신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의 15% 이내에서 유통점이 추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방통위 “올해 안에 보조금 확대위한 입법 추진”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12(128GB)모델의 경우 현재 출고가는 115만5000원이다. 월 13만원 상당의 요금제를 선택할 경우 7일 현재 SKT는 13만8000원, KT는 24만원, LG유플러스는 43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한다.

여기에 각 휴대폰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추가보조금을 더하면 소비자는 115만5000원의 아이폰12(128GB)를 66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시지원금 상향을 목표로 올해 안에 보조금 제한 범위를 높이는 방안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용자들에게 지원금이 좀 더 돌아갈 수 있도록 상향 범위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3사 중저가 5G 요금제 인하...알뜰폰 업계 위기감

방통위 계획대로 보조금이 확대되면 이통사는 고객 확보에 유리해지지만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자급제 폰을 구입한 고객이 알뜰폰에 가입하는데, 지원금이 늘면 자급제 자체에 대한 선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급제폰이란 통신사가 아닌 전자제품 유통업체나, 단말기 매장, 인터넷 등을 통해 구입한 단말기를 말한다. 이 경우 소비자 선택에 따라 이통사나 알뜰폰 업체를 정해 개통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알뜰폰 업계는 최근 이통3사가 잇따라 중저가 5G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이 가지고 있던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9일 S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G 요금제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SKT가 신고한 요금제는 월 3만 8500원에 데이터9GB, 월 5만2500원에 데이터 200GB를 제공하고 6만원만 내면 데이터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정부가 15일 이내에 반려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SKT는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이미 KT와 LG유플러스는 5G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선택약정 적용시 월 3만원대, KT는 월 4만원대 5G 요금제를 제공한다.

출시예정인 SKT요금제와 알뜰폰 요금 비교포. 자료=한국 알뜰폰사업자협회

알뜰폰 업계는 이통사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에 따라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한국 알뜰폰사업자협회는 “SKT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상으로 월 200GB의 5G데이터를 제공하는 망의 도매대가는 5만1000원인데, SKT가 자체 출시하는 온라인 요금제가 5만3000원이므로 알뜰폰의 5G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도매대가는 통신사 망을 임대해 서비스하는 알뜰폰이 내는 사용료다. 알뜰폰업체는 이용자에게 도매대가에 일정 수준의 추가 요금을 더해 수익을 낸다. 

알뜰폰사업자협회는 “도매대가가 SKT 요금의 80% 이상이면 알뜰폰이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적정 요금격차 (약 20%로 추정) 유지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운영비 보전도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SKT의 5만3000원짜리 5G 요금제는 알뜰폰 도매대가의 96.2%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4G 가입자 이탈

도매대가와 큰 차이가 없는 5G 요금제가 나오면 사실상 알뜰폰을 선택할 이용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의 걱정은 5G보다는 주력 요금제인 4G(LTE)이용 고객 이탈에 있다. 과기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알뜰폰 가입자는 899만명 수준. 이중 4G 가입자는 602만 615명, 3G 가입자는 295만 5585명이다. 5G 가입자는 4647명에 그친다. 

지난해 11월까지 이통3사의 5G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통3사는 지난해 초 투자자들에게 2020년 5G 가입자 목표치가 최대 17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비통신 분야 사업 확대를 목표로하고 있는 이통사 입장에서 지난해 미달한 5G 가입자를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고객이 데이터 소비 패턴을 고려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만큼 쓰던 요금제보다 낮은 요금제를 선택하긴 어렵다”며 “결국 5G 추가 가입자는 4G와 3G고객에서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근 알뜰폰 업계가 2030 세대 젊은 고객층 확대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5G 저가 요금제의 확대는 더 위협적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싸다’는 이유로 고령층이 알뜰폰을 이용했다면 최근에는 아이폰등 고가 폰에 저가 요금제를 결합한 2030세대가 알뜰폰 업계의 새로운 고객층”이라고 설명했다. 

"2030고객 이탈 우려"

지난해 8월부터 5G폰에 4G요금제 결합이 가능해지면서 아이폰 등을 구매한 후 가격이 싼 알뜰폰 업체의 4G 요금제를 선택한 소비자가 늘었다. 지난해 알뜰폰 순증 가입자 수는 8월 이후 1만명 대를 유지하다 아이폰12 출시 후인 11월 3만1674명을 기록한데 이어 12월에는 4만3949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그런데 이통 3사의 온라인 5G 요금제가 출시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알뜰폰을 이용하지 않아도 자급제 폰과 저가 요금제 결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40여개 알뜰폰 업계 중에서 이통자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업체는 요금 할인 여력이 크지 않다”며 “4G 고가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알뜰폰사업자협회 역시 신규요금제 도입시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조속한 도매제공과 적절한 도매대가 수준 적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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