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짜장면을 집에서?...'셰프 간편식' RMR, 집콕족 사로잡다
상태바
조선호텔 짜장면을 집에서?...'셰프 간편식' RMR, 집콕족 사로잡다
  • 김리현 기자
  • 승인 2021.01.09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 레스트랑 스테이크 탕수육 갈비탕 등 간편식으로
코로나로 출구 막힌 외식업계에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백년 가게, 유명 호텔, 대기업 등 가세해 경쟁 '후끈'
SSG닷컴에서 판매한 조선호텔의 유니짜장·삼선짬뽕 RMR 제품은 출시 100여일 만에 판매량 10만 개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SSG닷컴
SSG닷컴에서 판매한 조선호텔의 삼선짬뽕(왼쪽)·유니짜장 RMR 제품은 출시 100여일 만에 판매량 10만 개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SSG닷컴

[오피니언뉴스=김리현 기자] 5성급 호텔 셰프들이 만든 음식이 집으로 곧장 배달된다면 어떨까. 코로나19로 식탁이 바뀌고 있다. 외식이 어려운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맛집에 대한 갈증이 커진 소비자를 겨냥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식품업계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고 있다.

단순 컵밥, 국·탕·찌개, 죽 등 초반 가정간편식은 신선함 대신 편리함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끌어당겼지만, '집콕'으로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제품의 종류도 고급·세분화되기 시작했다. 신선하면서도 간편한 '밀키트'(Meal Kit)가 성장하더니 이제는 한 단계 더 발전해 유명 음식점, 셰프 메뉴를 밀키트로 만든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뜨고 있다.

점점 커지는 RMR 시장 규모

밀키트의 성장에 RMR이 탄력을 받았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밀키트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그 중 RMR 매출은 20배 증가했다. 

특히 SSG닷컴에서 판매한 조선호텔의 유니짜장·삼선짬뽕 RMR 제품은 출시 100여일 만에 판매량 10만 개를 돌파했다. 하루에 1000개씩 팔린 셈인데, SSG닷컴 내부 데이터 기준으로도 출시하자마자 독보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두 상품 리뷰엔 '계속 품절이라 이제서야 샀다'는 글을 적잖이 볼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시켜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당 제품들은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중식당 '호경전'의 대표 메뉴를 재현한 제품이다. 특히 "유니짜장 같은 경우 기존 메뉴엔 없으나 온라인 판매를 위해 27년 경력 셰프가 특별히 개발했을 정도로 퀄리티에 신경 썼다"는게 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탕수육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뉴를 RMR로 만들기 위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며 "소비자 수요가 높은 만큼 앞으로도 이런 시도들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호텔 서울은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통해 스테이크·훈제연어·와인 등 고급 요리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격은 비교적 비싸지만 집에서도 퀄리티 높은 호텔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밀키트 전문업체 프레시지가 지난 6일부터 '백년가게' 이화횟집, 지동관, 장흥회관과 협약을 통해 대표 메뉴 4종을 RMR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레시지
밀키트 전문업체 프레시지가 지난 6일부터 '백년가게' 이화횟집, 지동관, 장흥회관과 협약을 통해 대표 메뉴 4종을 RMR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레시지

'백년가게' 맛집들도 RMR에 가세

줄서서 먹는 유명 맛집들도 코로나19 타격에 배달, 포장 등의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 중이다. 그 중 하나가 RMR이다. 고급 식당의 맛과 독특한 분위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RMR은 음식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밀키트 시장 점유율 70%로 1위를 지키고 있는 프레시지는 최근 경기 지역 백년가게인 '이화횟집', '지동관', '장흥회관'의 대표 메뉴 4종을 RMR로 출시했다. 백년가게 점주들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해 매장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와 대를 이어온 비법 양념소스를 그대로 적용해 최대한 기존 맛을 구현하도록 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외식 브랜드를 비롯해 일반 외식 자영업자들의 RMR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프랜차이즈 '디딤'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꾸준히 RMR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선두주자인 마켓컬리에서도 RMR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RMR 매출은 전년 대비 144% 늘었다. '미로식당'의 떡볶이, 부산 맛집 '사미헌'의 갈비탕은 판매 제품들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해외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소이연남'의 태국 소고기 쌀국수 등의 반응도 좋다. 마켓컬리 측은 "올해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RMR 상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식품업체들도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CJ푸드빌은 '빕스', '제일제면소', '더플레이스' 등 계열사 외식업의 대표 메뉴들을 RMR로 제공 중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지난해 경양식 맛집 '구슬함박'과 협업해 올반 구슬함박 스테이크 간편식 2종을 출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이 제한되면서 급격하게 RMR 매출이 증가했다"며 "더 맛있는 음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앞으로도 고급화 전략을 취하는 제품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배달 시장도 포화 상태라 외식업계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방법으로 RMR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부산 맛집 '사미헌'의 갈비탕이 판매 후기 9999개를 넘어가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마켓컬리
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부산 맛집 '사미헌'의 갈비탕이 판매 후기 9999개를 넘어가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마켓컬리 애플리케이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