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세 언제까지?...지난해 4월 마이너스→5일 49.95달러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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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세 언제까지?...지난해 4월 마이너스→5일 49.95달러 마감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1.01.06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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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지난해 4월 마이너스로 떨어진 유가...
5일 장 중 배럴당 50달러대 돌파
유가 상승시 셰일업계 가장 큰 수혜
포브스 "무한한 불확실성의 해...전망 의미없어"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5일(현지시간) 장 중 50달러대를 회복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사진=연합뉴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5일(현지시간) 장 중 50달러대를 돌파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해 4월은 믿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사상 처음으로 유가가 마이너스권에 접어들었으며, 하루만에 43% 폭락하기도 했다. 유가가 하루에 20% 등락하는 것은 당시에는 거의 매일 접하는 '흔한' 뉴스였다. 

극심한 변동성 끝에 한 때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서기도 했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지난 5일(현지시간) 장 중 한 때 50달러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마침내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투자자들은 유가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것인지 혹은 상승추세에 접어든 것인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유가는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날 50달러대를 지켜내지 못하고 49.9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의미는?

이날 유가를 끌어올린 것은 석유 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석유수출기구(OPEC)와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는 감산 규모와 관련해 도통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지난 2018년 10월 대비 하루 720만배럴 감산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올해 1월부터는 하루 580만배럴로 감산량을 축소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자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결국 이틀에 걸친 회의에서 산유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증산을 허용했다. 대신에 늘어난 산유량을 상쇄시키기 위해 사우디가 하루 1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기로 했다.

사우디의 에너지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 경제와 국제 원유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1월부터 감산량을 580만배럴로 줄이면 하루 200만배럴 가까이 산유량이 늘어나는 결과로 연결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같은 우려를 일정부분 해소시킨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결정에 유가는 즉시 반응했다. WTI는 장 중 5% 이상 급등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50달러대를 돌파했다. 

유가 향방 두고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유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향후 흐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이같은 움직임은 향후에도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준비가 돼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젠 석유시장 부문 책임자는 "석유업계의 거인이 수급 측면의 변화 가능성을 인식하고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가격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어게인캐피탈의 존 킬더프 역시 "이는 OPEC+가 다음달에도 증산보다는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움직임"이라며 "OPEC+가 가격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이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시간이 걸렸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증산을 결정하는 등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CIBC 프라이빗웰스의 선임 전략가인 레베카 바빈은 "OPEC+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는 현재 봉쇄조치의 강화, 느린 백신 보급 등으로 인해 수요 측면의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합의에 대한 부정적 해석이 나오면서 WTI 가격 역시 종가 기준으로 50달러대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결정 역시 공식적인 언급이 아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발적' 감산에 나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해 6월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별도로 추진하던 '자발적 감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유가가 4%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바빈 전략가는 "사우디가 약속한 자발적 감산을 실질적으로 이행했을 경우에만 감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 결정은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 경제에 여전히 타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사우디아라비아와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은 (증산 없이) 현재의 산유량을 이어가기를 원했다"며 "봉쇄조치가 재도입되고 백신 보급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보도했다. 

WSJ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거의 1000만배럴을 감산했던 OPEC+는 이전의 산유량으로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지금까지 250만배럴 가량만 되돌렸다"며 "기존의 산유량을 회복하는 데에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흐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흐름.

"유가 상승시 셰일업계 최대 수혜"

만일 유가가 상승세로 자리를 잡는다면 가장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미국의 셰일 업계다. 

RBC로열뱅크의 분석가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이것은 특히 미국 셰일업계에는 달콤한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형 셰일기업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은 5일 주식시장에서 1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에너지 경제학자인 필립 베를리거는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120만배럴로, 10월(1090만배럴)보다 증가했다"며 "훨씬 더 강력한 셰일업계의 회복이 진행중"이라고 판단했다. 

셰일 업계의 경우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비용이 절감되는 제조공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가가 회복되고 산유국들이 감산량을 꾸준히 줄여간다면 셰일업계가 기대할 수 이익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많은 셰일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0달러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포브스는 "백신 보급 효과로 석유 수요가 다시 늘어난다면 2021년은 수급이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 때 최대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셰일 업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망 무의미...불확실성의 한 해"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를 비롯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브스는 "2021년은 무한한 불확실성의 해"라고 평가했다. 

만일 2021년이 2020년보다 낫겠냐고 질문한다면, 아무도 그에 대한 대답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 

대답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코로나19 방향과, 미국과 주변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더욱 심각해져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이후 한 달여간 봉쇄조치를 취하고, 주변 국가들이 미국의 봉쇄조치를 따른다면 원유 수요 전망은 현저히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원유 가격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포브스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향후 12개월 유가 전망을 예측하려는 노력을 엉망으로 만든다"며 "조지아주에서 개표되고 있는 상원 투표 결과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휩쓸 경우 석유산업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이 경우 석유 및 가스 산업의 성장은 저해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리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친(親) 석유산업 정책을 내놓으면서 석유와 가스 생산업체의 현금흐름을 개선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매튜 윌크스 애널리스트는 "엑슨모빌의 경우 2018년 1억9300만달러에 달하는 법인세를 절감해 유가의 손익분기점을 5.3%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각종 규제를 도입하거나 법인세를 인상할 경우 배럴당 5달러 가량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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