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왕국 사우디] 사우디의 교육,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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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왕국 사우디] 사우디의 교육,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 승인 2021.01.0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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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8.8% 교육예산에 쏟아붓는 사우디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50여년간 교육 발전 못이뤄
코란등 이슬람공부에 집중...우수한 대졸생, 교사로 취업안해
최근 킹 압둘라 과학대 설립· 여학생 취업 부분적 허용...혁신 맞아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신승민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원] “지식을 추구하러 길을 나선 자 모두에게 하나님은 천국으로 향하는 그의 길을 쉽게 해주시느라”(선지자 무함마드)

이슬람의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는 문맹이었다. 가브리엘 천사가 무함마드에게 나타나 알라의 계시를 전하면 무함마드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했다.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사우디 교육의 중심이었고 오늘날까지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다. 

막대한 교육예산 투입...학비 전액 면제 혜택

사우디는 교육예산이 사우디 총생산(GDP)의 8.8%에 이르고 있다. 이는 4.6%인 세계 평균에 비하면 두 배나 많은 것으로, 그만큼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사우디 총생산이 7860억 달러였으니, 이중 8.8% 수준인 691억 달러(한화로 75조2000억원)가 교육예산으로 지출된 것이다. 외국인을 제외한 2100만명의 인구중 610만명의 학생들 한명 당 연간 1300만원의 교육비가 책정된 셈이다.  

풍부한 교육 예산 덕에 사우디 국공립학교 학생들은 학비 부담을 지지 않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대학교(KFUPM)은 학생수가 8000명 정도인 국립대학교다. 여기서는 사우디 국적자인 경우 학부, 석사, 박사과정 모두 학비 걱정없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국립대학 학생들은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매월 30만원의 생활지원금도 받는다. 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2인1실 기숙사 비용은 월 4만5천원이다. 학생식당 식사비는 1500원에서 2천원이고, 전공 교과서도 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대학교(KFUPM). 사진= 구글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대학교(KFUPM). 사진= 구글

KFUPM은 공과대학으로 화학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이다. 사우디 상위 2%의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할 정도로 사우디 뿐아니라 중동지역에서도 최고명문대학으로 꼽힌다. 이 학교의 졸업생들은 사우디 최대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에 입사하는 게 꿈이다. 중동의 명문대로, 재학생들 뿐만 아니라 사우디인들사이에 이 대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교수의 절반이상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말 그대로 '글로벌한' 대학이라 할 수 있다.

코란 수업이 가장 중요...질문에 약해

하지만 오늘날 사우디교육의 이면에는 `낙제등급의 사우디 교육제도’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있다. 

사우디에서 본격적으로 공교육을 시작한 1960년대만 해도 2%의 여성, 22%의 남성만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후 50여년간 엄청난 금액의 교육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사우디 국민들의 교육수준은 여전히 최하위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교육현장에 실력이 우수한 교사들이 보이질 않는다.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사우디 남성교사들의 대학성적은 하위 15% 정도다. 사우디인들에게 교육관련 직종은 선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인재가 교육현장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직원 절반 가량이 다른 무슬림국가(이집트, 예맨, 팔레스타인, 시리아등) 출신들로 구성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 졸업성적이 우수한 남학생들은 급여수준이 높은 직장을 선택하는 반면, 우수한 대졸 여학생들은 교사가 되어도 남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 학령기인 8세부터 남녀가 분리되어 동성간에만 교육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는 사우디의 엄격한 이슬람법 탓이다. 

인구의 60% 이상이 20대인 사우디는 교육 제도의 실패로 인해, 남성 청년들은 거대한 인력풀에도 원하는 직업에 지원할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수많은 젊은 여성들은 좋은 교육을 받아 자격이 충분하지만 취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우디의 남자 중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구글
사우디의 남자 중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구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역시 직장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다. 사우디 공립학교와 일부 국제사립학교는 매일 집중적으로 코란 공부 등 이슬람 수업을 의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재학기간 절반 정도를 코란 공부에 소요하는데, 초등교육과정에서 종교수업이 주 9회인 반면 수학, 과학, 지리, 역사, 체육을 모두 합해도 12회 정도에 불과하다. 미술이나 음악수업은 아예 개설되지 않았거나 금지되어 있다.

사우디의 교육정책에서 교육의 목적 중 하나가 "유일신 신앙과 이슬람적인 삶의 방식, 무함마드는 신의 사도라는 믿음을 고취하는데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학에서조차 학생들에게 사고력이 아닌 암기력을 가르치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종교는 숙고하고 논쟁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철학 과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데, 질문하는 방법이 그 과목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같이 근무하다 지난해 고국인 터키로 돌아간 어느 정치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정치를 가르치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우디 학생들이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같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그냥 암기만 해서 따라할 뿐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문제에 관심 가질 정도의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더라는 얘기였다.  

사우디 서부의 젯다 근방에 위치한 킹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 사진= 구글
사우디 서부의 젯다 근방에 위치한 킹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 사진= 구글

교육 혁신 나선 사우디...인재들, 미래의 불 밝힐까

이처럼 걸림돌이 한두개가 아니지만, 최근들어 사우디 교육은 큰 비상을 시작하고 있다. 고인이 된 압둘라 선왕은 개인적으로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사우디 서부 해안도시에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를 설립했다. 사우디 최초의 남녀공학대학으로 학부과정없이 대학원 과정만 개설디어 있는 학교다.  

지난 2009년 학생 수용인원 600명 규모로 개교된 KAUST는 엄청난 복지수준과 교직원에 대한 높은 급여를 앞세워 1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한국 대학원생들까지 알려질 정도로 성장했다. 초대 총장은 하버드대 출신의 싱가포르인 교수로 사우디내 유일한 비무슬림 총장이다. 비무슬림 총장과 남녀공학 대학의 등장으로 사우디에서도 괄목할만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KAUST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전혀 사우디같지 않은 이국적인 풍경과 분위기에 크게 감동한다고 한다. 

대졸 여성의 직업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만 가르치는 교육이나 여성 위주로 치료하는 의학분야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최근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 다른 분야의 직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개인사업이나 인테리어, 컴퓨터, 엔지니어, 마케팅 분야에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우디 사회의 변화로 대학 재학중인 여학생들이 자신의 직업을 꿈꾸며 학업에 정진하는데 커다란 동기부여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 한 대학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대생들. 사진= 구글
사우디 한 대학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대생들. 사진= 구글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 KFUPM은 한국의 KAIST와 오래전부터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라, KAIST에 교환 학생으로 다녀온 사우디 재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우디 학생들은 국비로 해외 유수의 대학에 교환 학생 혹은 학위과정에 진학할 수 있는데, 전혀 다른 세계의 교육과 철학 등을 경험한 젊은이들이 미래의 사우디를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가리라 기대한다.  

KFUPM 졸업식의 졸업생. 사진= KFUPM 웹사이트 캡쳐
KFUPM 졸업식의 졸업생. 사진= KFUPM 웹사이트 캡쳐

아랍어 속담에 '커다란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 있다. 학비를 벌어가며 치열하게 공부를 해야하는 한국의 대학생과는 너무 상반된 모습의 사우디 대학생들이지만, 유전의 불 붙은 불기둥처럼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품은 이들이 도약을 시작한 사우디교육의 첫 열매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 필자인 신승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서 학위를 마치고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Dharhan(다란)에 위치한 king Fahd University Of Petroleum & Minerals(국립 킹파하드 석유광물 대학교) 체육학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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