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잘린 中 앤트그룹, 금융지주사로 변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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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잘린 中 앤트그룹, 금융지주사로 변신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2.30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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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앤트그룹 지주사 체제로 전환 고려중"
기업 성장성 둔화되나 투명성 제고...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평가도
중국 당국의 강한 규제에 직면한 앤트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강한 규제에 직면한 앤트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그룹 금융 계열사인 앤트그룹에 대해 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가운데 마윈의 핀테크업체 앤트그룹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때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꿈꿔온 앤트그룹이 하루 아침에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이게 되자, 앤트그룹의 글로벌 투자자들은 물론 알리바바 투자자들까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앤트그룹은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앤트그룹, 지주사 체제 변화 고려중

지난 28일(현지시간) 중국의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앤트그룹에 대해 '본업인 결제 업무로 돌아갈 것',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것'을 요구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 결제 사업을 발판으로 시작해 소액대출, 온라인 보험, 자산관리 등 중국 최대의 금융업체로 성장했다.

중국 당국의 요구는 이 금융업을 떼어내 별도의 금융지주사를 설립하라는 것이다. 금융 지주사 면허를 받지 못하면 금융회사 지분을 팔거나 경영권을 포기하는 규정도 지난 11월부터 도입됐다.

지난달 초 앤트그룹의 상장이 취소된 표면적 이유 역시 앤트그룹의 금융지주사 면허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9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그룹이 금융당국의 명령을 준수하면서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업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시중은행, 보험, 자산운용 등의 사업을 하나의 지주사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는 것.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시중 은행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강도높은 감시와 감독을 직접 받기 때문에 이익 측면에서는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시중은행 기준에 맞춰 IPO를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프랜시스 찬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앤트그룹의 성장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며 "자산관리와 대출 등 비결제 사업 부문의 가치가 최대 75%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앤트그룹의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설명한다. 위기에 빠진 앤트그룹에게는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자니 트레베디 칼럼니스트는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시중은행으로 지정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게 됐고, 이들은 그 이후 10년 동안 더욱 강해졌다"며 "만일 앤트그룹이 골드만삭스와 같은 길을 택한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술기업으로서 앤트의 목표는 더욱 멀어지고 성장성도 둔화되겠지만, 투자자들에게 각 사업부의 비용과 이윤에 대해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고, 이같은 기업구조는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한 규제가 경제 성장 타격 우려도

중국 정부가 앤트그룹에 강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겸 앤트그룹 최대 주주가 당국의 규제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당시 마윈은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는 없다"며 강도높게 비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발언 이후 앤트그룹의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고, 앤트그룹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각종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분석가들은 중국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이 중국의 핀테크 사업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중국 경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리엔트캐피털 리서치의 앤드류 콜리어 이사는 CNBC 스쿼크박스 아시아에서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의 날개를 상당히 심각한 방법으로 잘라냈고, 이는 정치적인 목표임이 분명하다"며 "이것은 중국 경제나 금융기술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의 기술 및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들에 대해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그들의 성장성을 둔화시킬 수 있고, 이는 결국 중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마윈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기술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가들을 훼손하지 않고 관리하는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 험난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언론은 "일부 기업들도 조사를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윈과 그의 회사가 중국 당국의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투자자들은 중국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알리바바와 같은 국내기업들의 육성을 제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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