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식시장에선 '술(酒)'종목이 대세?...내년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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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식시장에선 '술(酒)'종목이 대세?...내년에도 통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2.29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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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저우 마오타이·우량예 등 주가 급등
중국 중산층 기반 넓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선호도 높아
고평가 논란에 정부 리스크는 부담
구이저우 마오타이 등 중국의 주류 회사들의 주가가 올해 급등했다. 사진=연합뉴스
구이저우 마오타이 등 중국의 주류 회사들의 주가가 올해 급등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올해 중국 주식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주류 관련주였다. 대표적인 종목은 구이저우 마오타이(貴州茅台, 귀주모태)와 우량예(五粮液, 오량액)등 이다. 

구이저우 마오타이와 우량예는 올 들어 각각 64%, 110% 급등했다. 지난해에도 각각 100%, 161% 급등한 바 있다.  

최근 2년간 급등세 덕에 이들의 시가총액도 크게 뛰었다.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2조3300억위안(약 390조원)까지 치솟아 세계적인 양주업체 디아지오와, 프랑스 명품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를 넘어섰으며, 코카콜라나 도요타보다도 더 가치있는 회사가 됐다.

우량예 역시 시가총액이 1조890억위안(약 181조원)까지 올라 구이저우 마오타이, 중국공상은행(ICBC)에 이어 중국 상장기업 중 세 번째로 시총이 큰 회사가 됐다. 

주류 회사가 급등세를 보이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 주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中 주류기업 주가 왜 급등하나

구이저우 마오타이는 중국의 고급 '바이주(백주)'의 대명사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공산당의 공식 만찬주로, 공공 기관의 연회에는 늘 마오타이주가 등장해왔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했을 당시 마오타이주를 대접받아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바 있다.

마오타이 30년산 한 병의 가격은 1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높은 가격과 제한된 공급수량 때문에 '부(富)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오타이는 국빈주로 통하며 가격도 상당히 높아 부유한 중국인들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구이저우 마오타이와, 마오타이에 이어 2대 프리미엄 백주기업으로 통하는 우량예 주가가 급등한 것에 대해 중국의 중산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 1분기 중국 경제를 초토화시켰지만, 중산층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여행 등이 불가능해지자 값비싼 제품에 대한 소비로 '소비 욕구'가 옮겨가면서 마오타이주 등 고급 브랜드 제품이 혜택을 입게 된 것이다. 

중국 CSC 파이낸셜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안 야제는 "소비심리는 최소 1년간 장밋빛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산층들의 업그레이드된 소비는 각 업종별 선두업체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고,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중국의 중산층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들은 새로 거머쥔 번영을 과시하기 위해 최상의 품질 제품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고, 이것이 마오타이와 우량예의 승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가 흐름표.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가 흐름표.

마오타이·우량예 주가 강세 이어질 듯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류 전문지인 드링크비즈니스는 "세계적인 주류 회사들은 더 높은 이윤을 내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 마케팅을 하고 있고 중국도 역시 그러하다"며 "중국은 엄청나게 넓은 소비자 기반이 있다는 것이 다른 기업들과의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소비의 움직임이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주가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원증권 류란 애널리스트는 "주류에 대한 낙관론을 되돌릴 이유가 없다"며 "주가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주류 생산업체들의 주가가 최고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들 주식에 대한 탄탄한 매수세 역시 장밋빛 주가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중국르네상스증권이 지난 10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이저우 마오타이와 우량예는 중국 본토에서 가장 많이 분석된 상위 3개 종목에 포함되며, 중국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식 상위 5개 종목에 포함됐다. 

국내 투자자들 역시 이들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식의 총 가치는 1억8852만달러(약 20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중국 주식 중 국내 투자자들이 세번째로 많이 투자한 종목이다.

우량예는 7위로, 국내 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총 7121만달러(약 777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 기관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지속되면서 주가 상승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변화하는 소비 태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활성화되자 구이저우 마오타이는 유통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온라인 상에서 직접 판매를 늘리고 있다. 이같은 발빠른 대응이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하이통증권 등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 주류회사들의 수익은 코로나19 이후 9개월간 9.7% 증가했다"며 "같은 기간 다른 회사들은 6.6%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구이저우 마오타이와 우량예가 올해 각각 13%, 17%의 수익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모닝스타의 앨런 챙 애널리스트는 "마오타이는 지난해부터 유통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애써왔는데, 코로나19가 그것을 더 빨리 가능케 했다"며 "우량예 역시 QR코드를 활용해 판매를 추적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등 디지털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 수요에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UOB 케이 하이안연구소의 션지펑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가 이들 회사를 2021년에도 좋게 만들어 줄 것"이라며 "좋은 실적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량예 주가 흐름표.
우량예 주가 흐름표.

고평가 논란..정부 리스크도 부담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자산운용사인 로베코의 중국 투자책임자 루제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유동성에 변화가 생긴다면 고평가는 엄청난 압력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며 "고평가로 인한 차익매물 출현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 리스크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구이저우 마오타이는 925억위안(약 140억달러, 약 15조6000억원) 규모의 주식 5020만주를 구이저우성 국유자본운영유한책임공사에 이전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체 지분의 4%에 달하는 규모로, 구이저우성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것이다.

구이저우성은 구이저우 마오타이 본사가 위치한 지역으로, 중국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지방정부다. 

홍콩의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의 앤드류 컬리어 이사는 "중국 정부는 재정적으로 가장 성공한 회사들에게 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기부금 요구를 점점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기반 금융 분석가인 프레저 호위 역시 "기업들이 정부 기관에 주식을 선물(?)하는 것은 중국에서는 꽤 흔한 일"이라면서도 "기업들의 재정 흐름은 물론 주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 운동을 시작하면서 구이저우 마오타이 주가가 영향을 받기도 했다. 

샌포더번스틴의 이완 맥리쉬 애널리스트는 "2012년과 2013년 중국에서는 마오타이가 '부정청탁'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졌고, 이로 인해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며 "이제 새로운 반부패 운동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술인 마오타이가 투기나 뇌물 목적으로 악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더 부각시킨다고 우려했다. 구이저우 마오타이는 구이저우성이 지분을 갖고 통제를 하고 있는 만큼 정부 리스크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맥리쉬 애널리스트는 "구이저우 마오타이가 우량예보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며 "마오타이는 목표와 전략이 불투명하고, 구이저우 지방정부의 통제를 받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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