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언제나 상호 보완-협력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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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언제나 상호 보완-협력의 관계
  • 김이나
  • 승인 2016.01.15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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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를 타듯 밀고 당기고 굴러주고 버텨주는 그런 것

1. 하루에도 수 십 번 문을 열고 닫는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아파트 현관문, 지하철 출입문, 빌딩 출입문, 식당 그리고 커피숍 출입문 등 자동문이 아니면 하루에 몇 번씩 문을 밀거나 당겨 열어야 한다. 한쪽이 pull 이면 다른 한쪽은 push. 문 바깥쪽엔 대부분 “당기세요” 표지가, 문 안쪽에는 보통 “미세요” 표지가 붙어있다. 밖에서 들어가는 사람이 당기는 편이 나은가 보다. 공간적 여유도 있고 자칫 문을 세게 밀었을 때 안에 있는 사람이 문에 부딪칠 수도 있어서라고 추측해 본다. 문을 당겨서 열었는데 바로 앞에 사람이 서있으면 서비스를 베푼 것처럼 되기도 한다. 어서 나오세요. 뭐 이런 모양새. 그게 약올라서 간혹 문을 당기면서 재빨리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서로 배려를 하면 좋은데. 참 여유가 없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공통으로 경험한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와 무척 비교되는 그 장면.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문을 잡고 뒤에 오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사람들. 바짝 누가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럽지만 얼추 봐도 3미터 이상 떨어져 오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서도 문을 잡고 무작정 기다린다. 그런 게 시민의식인가.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보다 고학력자 비율이 높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여하튼 짧은 영어로 땡큐를 연발하며 배시시 웃게 된다.

하지만 우린 어떤가. “You first” 가 아니라 무조건 “Me first”.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전쟁도 끝났고 전쟁고아도 없고 보릿고개도 없고 쌀은 곳간에 넘쳐나는 OECD 회원국에 살면서 왜 그렇게 여유가 없을까.

(그러나 삶의 질은 34개국중 27위라는게 함정)

늘 쫓기듯 사는 모습은 지하철에서도 자주 목격한다. 어르신들-개찰구 나갈 때 “경로카드입니다”라는 기계음만 아니면 65세가 넘었다고 보이지 않는 “갓”노년들-이 젊은이들이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덩달아 뛰는 모습. 저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은데 무작정 옆에서 뛰면 나도 뛴다. 친정부모님의 평소 생활을 봐도 저 분들은 분명 약속시간보다 적어도 30분 이상 여유를 두고 집을 나셨을 터인데 말이다. 급하다, 여유가 없다. 미스터리 미스터리….

2.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밀당을 잘한다고 한다. 밀당은 밀고 당김의 줄임말이다. 연애 상대에게 좀 긴장을 주어야 겠다 싶을 때는 밀(어내)고, 뭔가 서운해 하고 섭섭해 하는 것 같다 싶으면 바짝 당기는, 그게 밀당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걸 초보들이 어설프게 적용하면 밀어야 될 때 계속 당기기만 하고, 반면 이쯤에서 한 번 당겨줘야 하는데 계속 밀어낼 수도 있다. 바투 쥐어 힘껏 당겨야 하는데 눈치없이 계속 밀어내다간 상대방이 등돌리고 가버릴 지도 모른다. 또 옴짝달싹도 못하게 근거리에서 지나치게 간섭하고 관리하고 소유 관계를 확인하다 보면 지치고 질려서 떠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 부부는 상호 보완의 관계 / unsplash

 

사랑에 무슨 기교가 필요하고 잔 기술이 통하냐고? 아니다. 사랑에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 사람의 마음처럼 변하기 쉽고 시들기 쉽고 지치기 쉬운 것이 있을까. 나무 한 그루를 정성껏 가꾼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재크와 콩나무” 마냥 하룻밤 만에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그런 나무는 아니다. 즉 사랑의 고백이 사랑의 완성을 뜻하는 건 아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물도 주어야 하고 햇볕도 쐬야 하고 적절할 때 영양제도 줘야 한다. 아니면 멋진 교향시 같기도 한 게 사랑이다. 1악장, 2악장…모데라토로 시작해서 아다지오, 알레그로, 안단테.. 리듬이 있고 곡조가 있고 물 흐르듯 연주되어야 한다. 단조로울 수 없고 도돌이표를 무심히 찍어 놓고 무한 반복할 수 없다.

 

3. 밀당을 하며 연애를 하듯이 부부도 그런 “당기고 밀고”가 필요할까?

누군가는 밀고 누군가는 당긴다. 미는 사람, 당기는 사람이 정해졌든 아니든 언제 어디서든 신속 정확하게 손발 딱딱 맞춰서 해내야 한다.

솔직히 “레이디 퍼스트” 라고 남편이 문을 당겨서 열어주면 아내가 도도히 들어가는 모습, 차 문을 열어주면 다소곳이 아내가 타는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이지, 실생활에서 기대해선 안 된다. 그러기엔 특히 우리나라 아내들은 팔 힘도 세고 매우 자주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칭찬을 먹고 사는 아내들은 집안에서 가구를 옮길 때도 힘 조절이 안 되어 번쩍 번쩍 들기 일쑤다.

여하튼 밀고 당기고 손발을 맞춰 살아가면서 연애할 때 만큼의 긴장감이나 주도면밀함은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나 부부에게도 스킬이 필요하고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필자는 불현듯 우리 전통놀이를 떠올렸다. 널뛰기나 그네뛰기 말이다.

널뛰기를 하려고 널빤지 한 쪽에 올라서서 다른 쪽에 사람이 올라가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내가 혼자 아무리 용을 써도 뛰어오를 수가 없다. 상대방이 힘껏 널 위에서 뛰어주어야 내 몸이 솟구친다. 힘껏 솟구친 내가 다시 널빤지를 내디디는 순간 이젠 상대방이 하늘로 뛰어오른다. 주거니 받거니 한참을 신나게 널을 뛴다. 누가 힘이 센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리듬을 맞추어 굴러주고 뛰어주고 하면서 노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신명이 나는 것이다.

그네뛰기는 어떤가. 아무리 발을 굴러봐도 혼자서 그네를 타긴 여간 어렵지 않다. 처음에 시작할 때 한 번은 뒤에서 누군가 그네를 밀어 주여야 한다. 그 힘을 이용하여 동시에 무릎을 굽혀 발을 굴러야 공중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

밀고 당기고 굴러주고 버텨주고. 부부가 사는 게 그렇다. 부부의 관계는 언제나 상호 보완, 상호 협력의 관계다. 문을 열 때나 밀당을 할 때나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한다면 순조로운 것처럼 부부도 먼저 내가 굴러주고 밀어주면 순조로울 것이다. 신이 날 것이다.

“그네뛰기”를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민요를 발견했다.

정 떨어지기 전에 잘 붙들고 잘 당기고 밀자는 얘기다. 우리 민족의 해학이 담긴 민요로 결말을 맺으려 한다.

 

달성 땅 심어진 남게

늘어진 가지에 군디 줄 매자

임이 뛰면 내가 밀고

내가 뛰면 임이 민다

임아 임아 줄 잡지 마라

줄 떨어지면 정 떨어진다

(경북 달성에 전해 내려오는 민요, ”한국민족대백과” 중에서)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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