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호황 온다는데]③3번째 메모리 호황 사이클...앞으로 2년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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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반도체호황 온다는데]③3번째 메모리 호황 사이클...앞으로 2년간 뜨겁다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2.29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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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반기부터 2년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기 시작할 듯
D램 시장의 주요 승부처는 EUV 공정 도입...삼성전자 초격차 예상
낸드 플래시, 기술격차 줄어들어 치열한 경쟁 예상
이전에 없던 '파운드리 호황'...삼성전자 경쟁력 강화할 것
2021년 3번째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온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2021년에 3번째 메모리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온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코로나 팬데믹 2년차인 2021년에 한국 경제에 반도체 호황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고가 나오고 있다. 비대면(언텍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ICT 분야에 새로운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비대면 교육 컨텐츠 사업에서부터 콘솔 게임 확대까지 '집콕' 현상이 보편화할수록 삼성전자, SK하이닉스등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호황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은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지난 1995년 단군이래 최대호황이라던 첫 '반도체 호황'은 착시 경제를 불러왔고, 2년뒤 IMF외환위기까지 휘몰아치게 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반도체 호황을 되돌아보고, 내년 도래할 반도체 호황의 모습을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다시 한 번 메모리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이클 역시 D램과 낸드 플래시를 중심으로 2년 이상 가격 상승기가 지속되리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도입한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장비가 마이크론과의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는 기술격차가 줄어들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 사이클과 다른 점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성장하면서 반도체 사이클의 또 다른 중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2년간 지속될 듯

증권가에선 내년 D램과 낸드 플래시의 슈퍼 사이클(통산 2년 이상의 장기 가격 상승) 진입을 점치고 있다. D램이 먼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고 낸드 플래시가 이어서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D램 사이클 분석 및 향후 전망. 자료=D램익스체인지,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 같은 전망은 거의 모든 영역의 반도체 수요처에서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힘을 얻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내년에 서버, 노트북, 스마트폰에서의 반도체 수요가 각 6.6%, 2.5%, 1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622억 1200만 달러(약 68조 6500억 원)인 D램 시장 규모가 내년 794억 5500만 달러로 성장하고 2022년에는 1004억 92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차증권은 낸드 플래시 시장 역시 내년엔 올해보다 2% 성장한 56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낸드플래시 수요 추이 및 전망. 자료=디램익스체인지,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증권가에서는 내년 1월 D램 현물가격이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뒤 2~4개월 후 고정거래가격(기업간 거래가격)이 따라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 플래시의 경우 제조사가 D램보다 많아 내년 6월 이후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사이클 역시 2년 정도 유지된 후 2022년에야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D램 시장 키포인트, EUV 도입

업계에선 이번 사이클 D램 시장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는 EUV(극자외선)공정이라고 지목한다. EUV공정은 반도체 노광 작업에 쓰이는 공법이다. 노광 공정에선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 모양을 새겨 넣는 작업을 한다. 현재 이 공정에서 쓰는 광원은 불화아르곤(ArF)인데 미세공정의 발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공정에서 새로운 광원으로 EUV를 도입했다. EUV는 빛의 파장이 13.5nm(나노미터)로, 불화아르곤 대비 14분의 1 수준이다. 복잡한 공정수도 줄일 수 있다. EUV 공법을 활용하면 같은 면적에 더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고 공정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반도체 성능이 개선되면서 생산원가는 낮아지는 것이다. 

글로벌 D램 시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EUV에 가장 앞선 기업은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3월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도입해 10나노 1x(1세대) 반도체를 고객사에 공급했다. 반도체 미세 회로 공정이 10나노 대에 들어선 후 업계에선 미세화 수준에 따라 차례대로 1x,1y,1z,1a,1b로 이름 붙여 세대를 구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발표후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 4세대 10나노급 D램(1a)에 EUV를 본격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하반기 이후 4세대 10나노급(1a) D램부터 EUV공정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달리 EUV 장비 적용 경험이 없어 수율과 생산 효율 최적화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론의 D램 로드맵. 사진=마이크론

반면 시장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의 EUV 도입은 이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콧 디보어 마이크론 부사장은 "다양한 요소를 분석한 다음 '1델타'(10나노급 7세대) 제품에 EUV공정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SK하이닉스 10나노급 4세대 D램에 EUV 공정을 도입하는 것과 비교해 3년 이상 시차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최영산 이베트스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D램에 EUV를 적용할 때에는 이미 메모리 사이클이 끝나 있을 수 있다”며 “다가올 메모리 사이클 국면에서 D램에서 EUV를 적용해 얼마나 공정을 효율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D램 시장의 3사 구도가 굳건한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40%대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확대 보다는 원가절감을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경쟁이 치열해질 낸드 플래시 시장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1위인 상황에서 5개 업체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더욱이 5개 업체간 기술력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지난 11월 업계 최초로 7세대 176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한 것이 그 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낸드 단수를 기술력의 척도로 평가한다. 같은 면적을 활용해 위로 높게 쌓아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지난 7일 176단 낸드 개발에 성공하고 양산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여전히 시장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적층기술이 기술력을 나타내는 건 맞지만 시장 수요와는 별개이고 수율(생산품 중 판매 가능한 정상제품의 비율)과 가격 경쟁력에서 여전히 삼성전자가 앞서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삼성전자 투자자 포럼 2020'에서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는 "실제 적층 단수는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내부 전략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얼마나 쌓을 수 있냐 보다 현시점에서 시장에 최적화된 단수가 무엇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15% 낮은 높이로 128단 3D 낸드를 양산하는 기술을 보유했으며,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하면 256단 이상의 낸드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기업은 낸드 플래시의 단수를 높일 때 층 사이의 전기적 연결을 위해 채널 홀(구멍)을 두번 나눠 뚫는다. 이를 ‘더블 스택’공법이라 부른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의 176단 낸드 역시 88단씩 2번을 쌓은 뒤 각각 채널 홀을 뚫는 더블스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128단까지 ‘싱글스택’이 가능하다. 더블 스택은 같은 공정을 두번 반복하면서 수율이 떨어지고, 생산비용이 싱글 스택 보다 최대 3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76단은 시장에서 모두가 따라갈 수 있는 기술”이라며 “중요한 건 수율과 생산성 증대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인데, 삼성전자는 지난 수십년간 관련 노하우를 축적한 강자”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율과 시장성등을 고려해 170단 이상의 7세대 낸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영산 연구원은 “이번 메모리 사이클에서 인텔처럼 시장 철수 기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경쟁사간 점유율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을 수 있다”며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율과 생산성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전엔 없었던 파운드리 호황

지난 2018년 반도체 호황 때까지만 해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업황은 한국 반도체 사업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빠르게 성장해 대만 TSMC에 이어 시장 2위 업체가 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처 대부분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생산품목과 연관성이 있는 만큼 반도체 사이클의 새로운 한 축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기준)은 1위는 TSMC(55.6%), 2위 삼성전자(16.4%)로 예상된다. 양사는 모두 2022년쯤 3nm(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어서 기술 격차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까진 시장 점유율 격차가 크지만 향후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관련 수요가 늘면서 격차가 좁혀질 질 수 있다. 현재 10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 둘 뿐이다. 

특히 5세대 (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수요가 늘면서 팹리스(생산시설이 없는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에서 관련 제품 주문이 증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수주한 퀄컴의 스냅드래곤 4시리즈는 5G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퀄컴이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스냅드래곤을 거래하는 만큼 내년에 5G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수주 물량도 늘어난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30’시리즈도 삼성전자가 수주했다.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와 서버, 각종 데이터센터에서 AI연산 대부분은 엔비디아의 GPU가 담당한다. IBM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도 삼성전자가 수주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 서버, PC, 태블릿 등 대부분의 제품군 수요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수주 물량이 연동되는 셈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2017~2019년 11조원 수준에 그쳤으나 엔비디아, 퀄컴 양산을 계기로 2020년에는 15조원, 내년 20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TSMC이외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경쟁력은 이전 반도체 사이클 호황과는 다른 또 다른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다시 한번 역대급 실적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예상됨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내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호실적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1년 실적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매출액 260조1000억원, 영업이익 46조4907억원이다. 올해는 영업이익이 36조원대로 예상되는데, 내년에는 10조원 더 이익이 나올 거라는 전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성장이 본격화하고 고객수 증가와 생산능력(Capa) 확대로 비메모리 관련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1% 상승한 22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어 "2021년 1분기부터 D램 일부 제품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이 가능해 개선되는 수급을 바탕으로 내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1% 증가한 35조7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는 19조2600억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2021년엔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100% 이상 성장할 것이 전망이 나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021년 실적 전망치를 연결기준 매출 38조420억원, 영업이익 10조7710억원으로 전망했다. 2020년 실적 추정치보다 매출은 20.4%, 영업이익은 123.9% 늘어난 수치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021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36.1조원과 8.7조원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난 8.5조원으로 추정된다”며 “2018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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