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가수 홍진영, 표절만큼 나쁜 도덕적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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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가수 홍진영, 표절만큼 나쁜 도덕적 불감증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0.12.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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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예상했던 결론이다. 홍진영의 석사 논문이 조선대학교로부터 표절 판정을 받았다.

그녀가 반납하려던 석, 박사 학위는 반납대신 취소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애초에 학위라는 것이 자의대로 취득과 반납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표절 관련 보도가 불거졌던 시기, 그녀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택했던 ‘학위 반납’은 되레 논란을 확대시키는 꼴이 됐다.
 
이번 ‘학위 박탈’로 홍진영은 이제 대중에게 소위 잘 나가는 트롯 가수에서 밉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표절이 관례였던 적이 있었나

지난 달 불거진 표절논란 이전부터 홍진영의 ‘박사 가수’ 타이틀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랑의 밧데리’로 데뷔했던 2009년에 무역학 석사학위를, 그리고 계속해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2012년에 박사 학위를 연거푸 취득하면서 대중들로부터 합리적인 의심이 일기 시작했던 것이다. 

데뷔이후 연예 활동을 쉰 적 없는 그녀가 짧은 시간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것이 과연 가능하냐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활동 중에도 틈틈이 공부 했다는 그녀의 변이 석연치 않게 들렸던 것은 대학원에서의 논문 작업이란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학문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결코 ‘틈틈이 짬 내는' 정도로 가능한 수준의 것이 아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박사 가수’ 의혹에 대해 출연자들로부터 아빠찬스라든가, 논문을 직접 썼는지에 대한 질문에 홍진영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거 가지고 거짓말을 왜 해요”, “돈으로는 박사 못 따요”하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박사 가수’ 타이틀은 ‘엄친딸’, ‘뇌섹녀’로 포장되며 발랄한 트롯 가수 이상의 이미지 형성에 활용돼 왔다. 강단에 설 생각 없다면서, (박사 학위로 인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냐는 그녀였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에게 홍진영의 ‘박사학위’는 강단에 선 것 이상으로 큰 영화를 가져다 준 것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8년 가까이 엄친딸 이미지로 활동했으니 초반 표절 논란을 선뜻 시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표절 여부는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터.

처음 소속사가 내놓은 “본 논문은 홍진영의 창작물로서 타 논문을 표절한 일이 전혀 없다”던 입장은 대중에게 사랑 받아온 연예인이 보여서는 안 될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카피킬러(표절 심의 사이트)’ 표절률 74%는 본인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다. “당시 관례로 여겨졌던 것들”이라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체 학계에서 표절이 관례였던 적이 있었던가. 

결과적으로 대중의 의구심은 팩트였고, 박사 학위가 가져다 준 뇌섹녀, 엄친딸 이미지는 허구였다. 

홍진영은 논문 표절 결론이후 뒤늦게 자필 사과문을 올렸으나 대중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사진=홍진영 인스타그램

표절보다 더 나쁜 도덕적 불감증 

대중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활동을 강행했던 무리수는 결국 자충수였다. 논란을 야기하고도 방송 출연을 계속했고 그런 그녀의 강심장 행태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할 뿐이었다.

지난 15일, 조선대학교가 잠정 표절 결론을 내리자 홍진영은 의혹 제기 40여일 만인 18일 오후에야 뒤늦게 자필 사과문을 SNS에 게재했다. 이미 출연하던 프로그램마다 하차가 결정된  상태에서 나온 때늦은 사과에 진정성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22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3000만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타이밍 상 그 다음날 석사 논문 표절 최종 결론이 발표됐기에 이 행위 또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자구책처럼 여겨진다.

물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행한 그녀의 선행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방송하차도, 사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쩔 수 없는 시기’에 이뤄졌으니 하는 얘기다.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논문 표절은 대체로 법적 처벌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중은 법적 유, 무죄 여부보다 도덕이나 윤리에 훨씬 더 민감하다. 

답은 간단하다. 이미 벌어진 잘못이라면 빨리 인정하고 대중에게 용서를 구하는 용기를 택했어야 했다. 그녀가 초반 보여줬던 버티는 뻔뻔함, 그 도덕적 불감증은 ‘표절’ 보다 더 나쁘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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