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정의 유럽외교전] 한국은 왜 독일처럼 '과감한' 소상공인 지원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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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의 유럽외교전] 한국은 왜 독일처럼 '과감한' 소상공인 지원 못하나
  •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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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정부, 1·2·3차에 걸친 전폭적인 경제인 살리기 정책 펴
'고정비용 연계보조정책` 돋보여...문화공연 종사자 공연취소비용도 보상
한국은 왜 보조정책보다 대출정책인가...신용등급 따라 차등 대출은 뭔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 피해...코로나사태 손실로 또 고통받아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최수정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독일정부가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응, 지난 12월 16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전면적인 폐쇄(lockdown)'를 결정했다. 지난 11월 2일부터 시행해오던 부분폐쇄를 격상해 엄격한 사회폐쇄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이같은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12월 둘째주에 코로나 신규 감염자 및 사망자 수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이 주된 이유다.

독일도 코로나 확산 심각...정부 신뢰 안떨어져

현재 독일에서는 신규 감염자가 날마다 2만명을 넘어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는 하루 500명을 넘더니 어느틈에 1천명에 다가서는 등 심각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부분폐쇄 4주 동안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오픈 경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코로나 확산세를 막아보겠다는 독일 정부의 의도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출처(www.statista.com)
출처(www.statista.com)

그 시점에 한국은 코로나 신규감염자 숫자가 600명 수준이었고 일일 사망자는 10명 이하로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서유럽 국가중 가장 코로나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독일과 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노력과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코로나19에 경제적으로 잘 대응한 나라를 꼽을 때 한국과 함께 독일이 지목된다. 독일을 그렇게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생각에는 무엇보다 코로나 경제 위기에 대한 독일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예산 지원 정책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독일연방하원은 지난 12월 11일 열린 의회에서 2021년 예산을 확정했다. 올해와 내년 코로나 대응을 위해 2년간 신규로 약 4천억 유로(약 540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에는 약 1800억 유로(242조원), 내년에 2180억 유로(약 293조원)를 코로나 대응을 위해 편성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독일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대응과 함께 경제적 손실로 따른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에도 매우 심각하게 대처하고 있다.  

독일연방하원의 2021년 예산안 결정.
2021년 예산안 결정하는 독일 연방하원 회의장.

전면적 폐쇄조치, 소상공인들이 먼저 요청하는 이유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독일내 소상공인들의 움직임이다.

12월 둘째주 전격적인 폐쇄가 필요하다는 연방의회내 토론이 있었을 때 독일내 28개 소상공인 단체들이 전격적인 폐쇄를 촉구하면서, 독일 정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코로나 확산세를 낮추기 위해서 경제인들이 스스로 영업정지를 감내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3월 1차 코로나 폐쇄 당시 독일 정부가 사회에 보낸 '경제살리기' 메시지가 주효했다. 이를 통해 정부에 대한 신뢰도 지켰다. 이미 알려진 대로 서유럽은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 지역인데도 자국의 지도자들의 지지도는 70%를 훌쩍 넘고 있다. 특히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은 거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지지도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해답은 각 유럽 정부가 국민들에게 '확실한 경제 지원'을 약속한 덕이 컸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 7월 21일 EU정상회담을 통해 코로나 안정기금에 합의했다. 기금의 규모는 보조금 3900억 유로(약 524조원)와 상환의무가 있는 대출 3600억 유로(약 483조원) 구성됐다. 

독일과 프랑스의 주도 하에 유럽연합이 보건위기를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나서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영국 브렉시트 이후 뒤숭숭했던 유럽연합의 위기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대적인 경제 지원 약속으로 독일은 비록 현재 예상보다 심각한 코로나 확산과 사망자 증가를 겪고 있음에도 독일대안당(AfD)와 같은 극우세력이 위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망해간다고 비난하는 언론조차 없다.

독일내 여론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코로나 위기 대응에 서로 협력해 효율적으로 경제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높다. 이같은 대대적인 지원이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경제적인 손실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는 것을 막았다는 분석이 다수다.

구체적으로 보면, 독일 정부는 11, 12월의 약 두 달 간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에 대해 2019년 11월 기준 매상의 75%까지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개인사업자 또는 프리랜서의 경우 최고 5천 유로까지, 기업의 경우 최고 1만 유로까지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 지원은 지원서 제출과 함께 즉시 시행되도록 하고 있다. 신속한 지원을 통해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디테일하고 합리적인 '고정비용 보조 정책'

이번에는 특히 소상공인들의 '고정비용(fixed cost)에 대한 국가지급정책'이 돋보인다. 이는 독일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경제인들에 대한 '연계보조정책(Überbrückungshilfe, I, II, III)'에 해당한다.

제1차 연계보조는 지난 6~8월에 실시됐고, 이번 연말의 연계보조는 제2차에 해당된다. 내년 1~ 6월까지는 제3차 연계보조정책이 예정되어 있다.

이 정책의 목표는 '강제적 사회폐쇄' 조치로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들의 파산을 막고 경제회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특히 앞으로 있을 제3차 연계보조정책에서는 기존에 존재했던 지원자격 제한(중소규모의 기업)이 없어지고 매달 5만~50만 유로의 고정비용을 환급해줄 예정이다.  

소상공인들을 독일연계보조정책. 사진= www.bundesfinanzministerium.de
소상공인들을 독일연계보조정책. 사진= www.bundesfinanzministerium.de

여기서 독일이 코로나로 인한 지난 3월 폐쇄기간부터 보상해주었던 소상공인들의 고정비용 환급범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범위는 매우 세세할 뿐아니라 업종내 문제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같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한 지원도 송곳처럼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코로나 19의 감염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업정지를 감내해야 하는 업종들에 대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보장은 사회의 혈액을 쉬지 않고 공급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정부가 고정비용으로 환급해주고 있는 범위는 건물, 대지 등의 임대료는 기본이다. 영업을 위해 빌린 렌탈비용(자동차, 시설장비 등), 대출금의 이자, IT 기기 등의 대규모 시설렌탈비용, 영업장의 공공요금 일체, 영업장의 토지세, 운영라이센스비용(프렌차이즈), 보험료, 구독료, 견습생 인건비, 여행업종의 여행취소비용 등도 해당한다.

또한 기존에 인정하지 않았던 문화공연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공연전시취소비용(2020년 3~12월)에 대한 보상도 추가로 지원해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코로나 시기에도 영업수익이 60% 이상 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 원칙도 두고 있다. 영업이익의 70% 이상 손실이 발생한 기업의 경우에만 고정비용의 최대 80%까지 환급해준다는 원칙이다.

한국은 왜 대출정책 위주인가? 신용등급 차등도 이해안돼

반면 한국은 어떤가.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부터 12월까지 한국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을 했는지 궁금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지원책을 찾아봤더니, 다양한 지자체 사업들이 눈에 띄긴 한다.  독일 정부가 지원하는 것같은 일괄적인 지원이라기보다 지자체마다 제각기 다른방식으로 하는 지원들이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코로나19 대응 소상공인 긴급자금대출의 경우를 보면, 정부의 보조사업이 아닌 대출지원사업이며, 자격을 갖춘 모든 사람들에게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집행과정에서 신용등급에 따른 차별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를 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신용등급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은 어떤 의도와 관련이 있을까? 모든 소상공인들에게 문이 열려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리고 소상공인들이 영업을 못해 겪게 될 가장 직접적인 어려움은 임대료와 온갖 고정비용의 지불 압박될 것이다. 독일은 이 부분을 보조정책을 통해 지원함으로써 그들의 지속적인 영업을 돕고 있다.

반면 한국은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영업을 포기하는데 따른 피해를 대출이 아닌 보조정책으로 보상하지 않는이유는 무엇일까?

독일과 한국정부는 소상공인들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독일과 한국 소상공인의 경제활동 비중이 다를 수 있기에 한국 정부가 쉽사리 보조정책을 실시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한국의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사태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최저임금을 전격적으로 올렸을 때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영업정지 때에도 자신들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독일처럼 차등적인 방법 대신에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

● 필자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며 오피니언뉴스 베를린 통신원 활동을 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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