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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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 황헌
  • 승인 2016.01.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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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이용하려는 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자

 

(황헌 mbc 앵커의 글입니다. /편집자주)

작년 중국의 전승 70년 성대한 기념식이 천안문광장에서 거행되었다. 미국은 일본 생각해서 중요인물을 파견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직접 찾았다. 천안문 망루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이 펼쳐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서서 큰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어 기쁨을 나눴다. 역대 한중 관계의 최고조 밀월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었고 북한의 어린 군주 김정은은 핵도발을 감행했다. 전 세계가 비난했고 제재해야한다는 목소리 일색이었다. 다른 때와는 달리 중국의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국제 사회의 제재에 동참하겠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날 뉴스 마무리 멘트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중국 편중 외교를 중국이 어떻게 갚아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 한다는 지하벙커까지 폭격하는 초강력 핵탄두를 장착한 B-52가 괌에서 발진,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그러자 중국은 언제 제재 동참 얘기를 했느냐는 듯 과도한 행동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3원칙 중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3원칙은 한반도의 평화, 비핵화를 목표하되 그 실천으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이다. 요컨대 시진핑 주석은 처음 살짝 화도 났지만 그렇다고 북한에 대한 물리적 제재나 극단적 차단은 아니 된다는 뜻을 확인한 셈이다.

필자는 이 시점 한반도 상황과 우리의 운명과 관련한 명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중국은 근본적으로 북한을 끌어안고 간다.

2. 한반도 주변 4강 누구도 남북한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3. 남북한 주민들의 의식 재무장에 미래가 달려 있다.

 

1)중국은 근본적으로 북한을 끌어안고 간다.

중국과 일본의 과거 관계는 적국이고 전쟁의 당사국이었다. 중국 자신의 힘으로 2차 대전 종전을 이끌지 못한 채 1945년을 맞았다. 중국은 만주사변(1931)과 중일전쟁(1937)을 치르며 한반도가 경쟁국의 손에 넘어가면 어떤 충격파가 오는지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세계 양강으로 올라섰지만 중국에게 가장 중요한 전략적 지역은 바로 한반도다. 그 중에서도 남한과는 좋은 관계의 애인처럼 사이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것을 체험으로 학습했다. 일본과 맞서는 데는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공동의 보조를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가 바로 남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조강지처 같은 존재다. 못 생겨도, 가난해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주 사고를 쳐도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포기할 수 없는 나라이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왜 마오쩌뚱이 커다란 군사적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 김일성 정권을 지켰겠는가. 이유는 너무나도 명백하다. 공산주의의 이념을 수호하기 위해? 헛헛한 말씀이다. 결과적으론 그렇게 되었지만 압록강을 사이에 둔 곳에 전쟁에서 이긴 미군이 진주, 중국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싫었던 것이다. 불과 13년 전 중일전쟁 때 북한 땅을 징검다리 삼아 중국을 침략한 일본의 기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전세에서 김일성 북괴 정권이 밀리는 걸 용인할 수 없는 배경이기도 했다. 6.25가 김일성의 패전으로 끝난다는 게 중국 공산당 정권에 무슨 의미인지를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네 차례 핵실험 때마다 중국 외교부는 말썽 많이 피우는 조강지처를 직접 처형하거나 감옥에 집어넣는 식으로 죄를 묻는 것을 막아왔다. 왜냐하면 북한은 그렇게 맞아터지고 무너지게 내버려둬서는 아니 되는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애초부터 대화로 북한핵을 풀겠다는 6자회담의 구도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 자체로 해법 찾기가 불가능한 조합이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선 1990년대 초 새로이 외교를 수립한 남한이야말로 북한이라는 본처의 존재를 살짝 무시하는 척하면서 새로 마음을 줄 것처럼 해서 이득을 취하기에 좋은 최고의 애인 같은 파트너인 셈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은 물론 그 앞의 역대 정권들과도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던 것이다.

 

2)한반도 주변 4강 누구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먼저 중국이다. 앞에서 말한 내용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중국은 북한이라는 조강지처가 하는 행동이나 외양이 미워도 버릴 수가 없다. 버리는 순간 한반도라는 바람막이가 없어지고 이도 시리고 몸도 떨리는 신세가 된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북한 정권을 억눌러 대중 압박이 시원치 않자 요즘은 일본을 앞세워 그 짓을 한다고 여길 수 있다. 일본의 헌법 개정과 신군국화를 미국이 뒷받침해주는 대가가 있다고 중국은 생각한다. 바로 센카쿠 영토 분쟁과 남지나해 해상기지 건설 저지 등에서 미국은 이미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이 될 경우 얻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지정학적인 완충지로 남기를 원한다. 더 직설법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진출 전진기지화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음 미국과 일본도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러일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05년 7월 미국의 육군 장관 태프트(William Howard Taft)는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의 특사로 일본을 방문한다. 7월 27일 일본의 가쓰라 다로(桂太朗) 내각총리 대신 겸 외무대신을 만난다. 여기서 루스벨트의 지시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러일전쟁 이후 대한제국 처리를 합의한다. 즉, 러일전쟁이 일어난 동기도 바로 대한제국이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면 대한제국은 일본의 ‘보호국(protectorate)’으로 둬야한다는 게 일본의 희망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것을 태프트 장관에게 인정해주라고 하고 대신 미국이 아시아국가인 필리핀을 먹는 것은 일본이 인정하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결국 오랜 세월 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역사적 논거로도 효과를 발휘해온 것이다.

당시 루스벨트는 주미 독일대사에게 ‘조선은 일본의 강점 하에 들어가야 한다. 조선은 자기 나라를 놓고 전쟁을 하는데도 전혀 움직일 줄 모르는 나라다.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라고 공언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밀약이 체결된 지 넉 달 뒤 일본은 조선과 강압적으로 을사늑약을 체결한다. 미국의 철저한 비호 아래서 이뤄진 일이다. 1905년 당시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일관되게 일본 편을 들어왔다. 심지어 진주만 공습과 태평양전쟁의 적국 관계의 시기가 있었음에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 미국은 일본과 금세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이렇듯 강대국들은 항상 자국의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한다. 미국은 지금 한반도가 통일되려면 중국과 3차 세계대전을 치러야할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시나리오를 교본에 넣고 한반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동북아에서 가장 강한 원군이자 연인인 일본과 단 한 차례도 삐끗하지 않고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바마가 위안부 문제를 불편하게 여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밀월관계를 보다 편하게 가져가기 위한 걸림돌 제거의 측면에서 해석되는 문제다. 아베 역시 최고의 연인인 미국이 원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그것은 잠재적으로 경쟁국이자 적국인 중국과 또 다른 연인 관계가 형성된 남한이 일본의 신군국화를 견제하는 힘을 떨어뜨리는데 최고의 묘약이기도 하다.

이쯤 해서 미국은 한반도의 두 국가, 즉 분단 코리아가 동북아에서 지렛대를 움직일 소재를 계속 제공하고 있는 이 현실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세계에서 미국의 고가 무기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나라, 앞으로도 신기술 무기가 개발될 때마다 복지 예산은 못 써도 첨단 무기는 무리해서라도 도입할 수밖에 없는 나라 남한이야말로 미국 경제에 있어 최고로 소중한 고객이다.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미국의 첨단 무기 수출 시장은 급격히 쭈그러들 수밖에 없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일본의 통일 반대는 너무나도 원인 해석이 쉽다. 일본은 근본적으로 조선인들의 대동단결을 원치 않는다. 통일이 되는 순간 잠재적 1순위 적국이 바로 자신들이 될 것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김정일을 찾아가기도 하는 게 그들 일본의 총리의 모습이다. 바로 투 코리아 정책이 가장 필요한 게 일본이다. 그건 그냥 감성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성적으로는 왜 일본이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가? 통일 후 한국 경제의 장기 고도성장을 두려워한다. 일본에게 있어 남한의 발 빠른 성장과 중국-한국의 경협 관계 증진은 뼈아프다. 늘 일본보다 20-30년 뒤쳐질 줄 알았는데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역전된 산업분야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못 견딜 노릇일 거다. 그런데 만약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이라도 하는 날에는 통일 부담금이 들긴 하겠지만 침체 일로를 걷던 남한 경제가 빠른 속도로 고속 성장을 할 것이 확실하다는 게 걸린다는 말이다. 한반도에 걸 지렛대도 없어진다는 점 역시 일본으로선 통일이 달가울 리 없다.

 

3)남북한 주민들의 의식 재무장에 미래가 달려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반도의 미래는 매우 어둡고 불투명하다. 미, 중, 일 그리고 러시아까지 그 누구도 자국의 미래를 위해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결국 이 땅에 사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 주민들이 ‘한반도에 드리워진 이 짙고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120년 전에도 그랬고 70년 전에도 그랬고 그리고 2016년 지금도 그렇다. 바로 우리를 모두 이용하려하고 먹으려하는 자들이 선린이고 우방이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인가? 어느 곳 하나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이해하는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를 물어뜯기 바쁘다. 남북은 으르렁거리고, 남한은 남한끼리 싸운다. 110년 전 나라가 빼앗기던 그 절체절명의 위기가 한 세기만에 다시 도돌이표가 되어 돌아온 게 바로 지금이다. 그럼에도 정치하는 자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앉은뱅이 정치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재벌이라는 큰 그룹을 이끄는 자는 혼외자를 자랑하고, 노사정은 만나기만하면 싸운다. 교육은 실종되었고 언론은 4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모두 의식 재무장을 단단히 하여야 할 시점이지만 작금의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 과연 얼마나 재무장의 필요성이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답답한 기운을 말끔히 걷어내 줄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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