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24) 블랜딩 홍차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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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24) 블랜딩 홍차의 장점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12.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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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 찻잎 따는 시기, 배합비율 따라 달라지는 홍차 맛과 향
브랜드는 일관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블렌딩 전문가 '티 테이스터'도 있어
최고 블랜딩 홍차중 하나인 포트넘앤메이슨의 '로얄 블랜드' 유명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홍차는 단일산지홍차, 단일다원홍차, 블랜딩홍차, 가향차 이렇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연재 글 6번 “홍차는 어떻게 분류할까?” 참조). 이 분류 방법에서 블랜딩 홍차는 여러 국가, 여러 생산지에서 생산된 차를 블랜딩한 것으로 정의 내린다.

대부분은 블랜딩 홍차

하지만 블랜딩(Blend-섞다, 혼합하다+ing)이라는 단어 자체 의미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이 세상에 있는 홍차는 거의 다 블랜딩 홍차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단일산지홍차라고 하는 아삼홍차, 다즐링홍차, 누아라 엘리야 홍차도 따지고 보면 아삼의 여러 다원에서 생산된 것, 다즐링의 여러 다원에서 생산된 것, 누아라 엘리야의 여러 다원에서 생산된 것을 베이스로 해서 블랜딩 한 것이다. 따라서 '포트넘앤메이슨 다즐링'과 '해롯 다즐링', '로네펠트 다즐링'이 같은 다즐링 홍차(단일산지홍차라는 면에서)일지라도 어떤 다원 홍차를 어떤 비율로 블랜딩 했는가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 다르다.

같은 다즐링 홍차라도 블랜딩 차이에 의해 브랜드 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같은 다즐링 홍차라도 블랜딩 차이에 의해 브랜드 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다원마다 맛과 향이 달라

다원만 다른 게 아니다. 어떤 회사는 퍼스트 플러시(3~4월에 생산되는 봄차) 위주로 블랜딩할 수도 있고 어떤 회사는 세컨드 플러시(5~6월에 생산되는 여름차) 위주로 블랜딩할 수도 있다. 또 어떤 회사는 브로컨(Broken) 등급 위주로 블랜딩할 수도 있고 어떤 회사는 홀 립(Whole Leaf) 위주로 블랜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블랜딩 변수들로 인해 결국엔 같은 '다즐링 홍차'라도 회사마다 다른 맛과 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홍차 애호가 입장에서는 행복한 일이다.

단일다원홍차도 마찬가지다. 홍차세계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한 다원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다즐링 지역 정파나 다원은 세컨드 플러시로 유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정파나 다원이라 하더라도 5~6월내내 생산되는 세컨드 플러시가 다 최고 품질은 아닐 것이다.

오랜 경험으로 5월20일에서 5월30일(예를 들자면) 사이에 생산되는 세컨드 플러시는 그야말로 블랜딩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최고의 맛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당연히 블랜딩 없이 그냥 판매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거의 매일 생산되는 차가 다 최고일 수는 없다.

자체 생산한 다양한 품질의 세컨드 플러시를 블랜딩 해서 더 맛과 향이 좋아진다면 당연히 블랜딩할 것이다. 이것도 물론 단일다원홍차임은 맞다. 그리고 홍차 애호가들도 이것을 원할 것이다. 홍차 애호가들이 원하는 것은 맛과 향이 좋은 세컨드 플러시이기 때문이다.

같은 다원에서 생산한 홍차일지라도 브랜드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같은 다원에서 생산한 홍차일지라도 브랜드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최고의 브랜드 '로얄 블랜드' 

60점 홍차 3개(10개가 될 수도 있다)를 블랜딩해서 80점 홍차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1kg에 5000원 하는 세 지역 홍차를 각각 판매하면 1만5000원의 매출이지만 이를 블랜딩해서 1만원 받을 수 있는 품질의 홍차로 만들면 3kg에 3만원의 매출을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블랜딩을 해야 하는 이유이자 블랜딩의 장점이다. 그 만큼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유럽이나 영국에서 판매하는 홍차의 95% 이상이 (정의에 의한) 블랜딩 홍차이고 사전적 의미로는 거의 99%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로얄 블랜드. 홍차의 표준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블랜딩 홍차중 하나. 사진=포트넘앤메이슨 홈페이지.
로얄 블랜드. 홍차의 표준적인 맛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블랜딩 홍차중 하나. 사진=포트넘앤메이슨 홈페이지.

하지만 블랜딩 과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최고 블랜딩 홍차 중 하나인 포트넘앤메이슨의 <로얄 블랜드>는 1902년에 처음 만들어져 120년을 이어져 온 명품 제품이다. 그리고 이 제품 블랜딩 레시피는 정해져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삼 A다원 10%, 다즐링 B 다원 20%, 케냐 C 다원 15%, 우바 D다원 5%...... . 이렇게 해서 100%를 채우는 레시피가 있다고 가정하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이 레시피 대로 블랜딩만 하면 <로얄 블랜드>의 그 맛과 향이 나올까?

블랜딩 전문가 '티 테이스터'

자연이 만들어내는 밀양 얼음골 사과도 자연의 변덕에 의해(사람의 노력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매년 그 맛과 향에 변동성이 있다. 하물며 자연이 만들어낸 차나무 찻잎으로 인간이 개입하는 복잡한 가공과정이 있는 차는 말할 것도 없다. 차는 특히 맛과 향에 있어 변동성이 매우 많은 농산물 중 하나다. 따라서 아삼 A다원(다즐링 B 다원, 케냐 C 다원도 마찬가지로)이 공급하는 차의 맛과 향이 매번 동일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블랜딩의 어려움이 있다. 블랜딩 홍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맛과 향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차 회사에는 티 테이스터(Tea Taster) 혹은 티 블랜더(Tea Blender)들이 있다. 이들은 해당 제품의 레시피를 기본으로 하되 블랜딩 되는 각 제품의 변동성을 감안해서 매 블랜딩 때 마다 파인 튜닝(Fine Tuning) 작업을 한다. 이번에는 아삼 A다원을 10%에서 15%로 늘이고, 다즐링 B다원을 20%에서 10%로 줄이고 등. 따라서 이들 전문가들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티 테이스터(Tea Taster) 혹은 티 블랜더(Tea Blender)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진= 구글
티 테이스터(Tea Taster) 혹은 티 블랜더(Tea Blender)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진= 구글

이런 과정을 통해 포트넘앤메이슨이 추구하는 <로얄 블랜드>의 표준 맛과 동일하게 블랜딩 된다.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도 마찬가지로 이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이 작업을 잘하는 회사가 그리고 이런 블랜딩 홍차를 많이 갖고 있는 회사가 좋은 차 회사다. 필자가 주로 마시는 홍차도 블랜딩 홍차다. 무난한 맛과 향을 가지기 때문이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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