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골든 타임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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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골든 타임은 지나갔다.
  • 한용주 컬럼니스트
  • 승인 2016.01.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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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효과 없는 구조개혁으로 불쏘시개만 낭비했다
▲ 한용주 경제전망 칼럼니스트

불을 피우기 위해선 장작을 준비하고 불쏘시개에 불을 댕겨 불이 장작에 옮겨 붙도록 부채질을 해야 한다. 경제운용도 마찬가지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효과적인 성장전략을 준비하고 그 효과를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혁하고 난 뒤 통화팽창정책으로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효과적인 성장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여러 분야 성장전략은 있지만 필승의 성장전략이 없다. 그냥 미래 유망분야 다수를 선정하여 지원하고 창업 또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보편적인 전략으로 무한경쟁시대 경제대국과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은 없다.

예를 들어, 제조업 부흥전략은 미국에선 성과가 나타났지만 일본에선 성과가 없었다. 한국도 성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제조업이 단순히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소비시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무역협정으로 만들어 놓은 경제영토 확장을 무력화시키는 비관세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자국산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억2천만명의 일본 소비시장과 인구 5천만의 한국 소비시장은 인구대국인 경제강국에 비해 불리하다. 둘째, GDP대비 제조업 비중이 미국은 약12%, 일본은 약18% 그리고 한국은 약31%로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제조업 비중을 더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을 높이는 전략보다는 비제조업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은 고도의 자동화로 고용창출 효과가 적은 반면 비제조업은 상대적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성장전략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경제대국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며 일자리창출 효과가 큰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성장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구조개혁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준비가 이루어진 다음에 불쏘시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즉, 제1화살은 성장전략, 제2화살은 구조개혁 그리고 제3화살이 통화팽창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효과적인 성장전략이 없이 거꾸로 제1화살로 통화팽창정책과 주택경기 활성화, 제2화살로 구조개혁을 쏘고 있다. 정부가 금리인하와 주택경기 부양책을 불쏘시개로 태웠지만 장작에 불이 붙지 않았다. 주택거래 활성화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쳤을 뿐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소비부진을 불러왔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 허용으로 투기수요를 부추겨 실수요자에게 가격거품을 전가했다. 그리고 급증한 가계부채는 미래 부담으로 남았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공급과잉이 악화되어 부실기업이 크게 늘고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했다. 최근에야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구조개혁만 하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효과적인 성장전략이 없이 구조개혁만으로 성과를 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정부는 불쏘시개만 낭비했다. 성장전략은 효과가 없었으며 금리인하는 낭비되었고 주택경기 부양책은 공급과잉이라는 부담을 남겼다. 이제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우리에게 불쏘시개로 쓸 금리인하 여력이 없어져 버렸다.

때로는 이웃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 그렇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 전략으로 성장동력을 찾았고 부자 이민정책으로 투자와 소비가 늘었다. 이러한 성장동력은 그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미국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도 완만하지만 지속될 것으로 본다. 미국 경기회복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미국 금리인상은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장기간 저금리 덕분에 신흥국은 과도한 투자로 공급과잉이 만연하게 되었고 투자열풍과 함께 가격거품이 커졌다. 소폭의 금리인상만으로도 자산가격 하락과 함께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격 하락은 부의 마이너스 악순환을 만들어 신흥국을 신용위기로 내 몰 수 있다. 부채를 늘려 성장한 세계경제가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눌려 장기불황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주장했던 한국경제 골든 타임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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