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공수처법 이후 586그룹의 리더십 평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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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공수처법 이후 586그룹의 리더십 평가가 필요하다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 승인 2020.12.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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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그룹, 삼권분립·지방분권 보다 ‘중앙집권 원리’로 개혁나서
행정부 권력은 사법부 독립으로, 중앙권력, 주민자치로 견제 받아야
586그룹의 리더십이 빠뜨린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교수] 여의도 정치권의 연말정세가 차갑게 얼어붙는 형국이다. 그 이유는 지난 9월1일부터 12월 10일까지 100일간 열린 21대 첫 정기국회 막판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며 한바탕 전쟁을 치뤘기 때문이다. 그 전쟁의 후폭풍은 다른 쟁점법안에 대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돌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얼어붙은 국회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법 개정안을 재석 287석 가운데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공수처법 통과에 대한 여야반응은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가 신속하게 출범할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의 통과를 크게 환영하며 공수처장 임명 및 출범까지 신속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낙연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시민사회 요구로 공수처가 공론화된 지 24년만”이라며 “그토록 오래됐고 어려웠던 과제를 이제라도 이행하도록 힘을 보태준 모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 조기 퇴진’을 외치는 등 대여 비판의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완장 찬 정권 홍위병 세력”, “무소불위 국정 폭주”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히틀러 치하 독일이나 최근 헝가리 폴란드 베네수엘라 등의 전체(주의) 정치와 유사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법이 통과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어떤 자를 공수처장으로 임명하는지, 어떤 무자격자 홍위병을 검사로 임명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법치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바랐던 국민들을 배신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해야 할 것으로 그 총대는 저 안철수가 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공수처 출범을 지지하면서도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점을 비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정의당과 20대 국회에서 함께 마련했던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없앤 조항은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면서도 “정의당은 공수처를 우선 출범시키고, 이후에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 연말정국이 냉각되는 배경에는 거대 여당의 입법독주에 따른 야당의 반발이 있다. 여당은 절대 과반 의석을 앞세워 상징적 성과를 밀어붙였다. 여당은 협치 대신 독주를 선택하면서 집권세력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많이 하락했다.

여권이 주도한 21대 첫 정기국회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사항이다. 민주당의 ‘입법독주’ 선택이 연말을 넘어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이어질지 여부가 관건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대선을 1년 앞두고 열려 정국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거센 반발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독주를 계기로 보수단체를 포함한 반정부 연대체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의 결과도 변수가 되고 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많은 입법성과에도 불구하고 절차적 정당성 훼손과 지지율 하락이라는 오점을 보였다.

지난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데 이어 이틀뒤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표결 처리됐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데 이어 이틀뒤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표결 처리됐다. 사진= 연합뉴스

 

집권여당, 보완책과 개혁 동력 확보해야

이런 만큼, 집권당과 정부는 입법성과에 대한 과도한 자축을 자제하고 보완책과 개혁의 동력을 찾아 합리적인 국정운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급선무로 공수처를 정상적으로 출범시키기 위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수처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중립성과 공정성이 관건인 만큼, 편향성 시비를 부르지 않을 인사를 공수처장으로 선임하고, 수사 검사와 수사관도 능력과 균형감을 갖춘 인사들로 임명해야 한다. 그래야 더는 소모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국민의 신뢰도 받을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은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집권당으로서 공수처법 이후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수처 가동 이후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거대여당의 위력을 보여준 ‘입법 독주’ 비판을 무마할 코로나·민생·경제 대책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당은 레토릭이나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 언급되는 민생과 경제행보는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 진정성없는 접근으로 신뢰를 잃고 역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수처법 이후 성공적인 국정운영의 과제와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586그룹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시민들의 민주적 통제와 관련한 핵심 법안인 ‘공수처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입법과정에서 보여준 586그룹의 리더십의 의의와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586그룹은 ‘공수처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두 법안을 통과시킨 일은 역사의 진전으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검찰개혁과 주민자치의 의미를 빠뜨려서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에 머물렀다는 한계도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중단없는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민주당내 586그룹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

그렇다면 지난 21대 총선을 통해서 한국정치의 주류권력을 국민의 힘에서 민주당으로 본격적으로 교체한 586그룹의 리더십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 핵심에는 그들이 엘리트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입법-행정-사법 삼권분립의 가로축 권력과 중앙-지방분립의 세로축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회피한 채, ‘중앙집권의 원리’로 개혁을 대신하는 불철저함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586그룹의 리더십은 ‘중앙집권의 원리’에 의존한 다수결을 관철하는 리더십이란 점이다. 그들은 ‘중앙집권의 원리’를 ‘주권재민의 원칙(국민주권의 원리)’으로 오해하거나 대화와 타협 그리고 숙의와 통합을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원리를 다수결의 관철로 대신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검찰개혁의 대안으로 ‘국민주권(주권재민)의 원리’로서 ‘민주적 통제’의 핵심인 사법부의 기소대배심제와 지방검사장 직선제 도입을 기피하고 ‘중앙집권의 원리’가 작동하는 행정부내 야당의 비토권이 없는 공수처 설치로 대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586그룹의 리더십은 그동안 구두선처럼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있었던 주민자치회 설립 근거와 지원 의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규정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하는 이중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들은 국회의 지방자치법 논의에서 당초 주민들이 읍.면, 동 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는 ‘주민자치회 설치 및 지원 근거조항’ 자체를 아예 삭제한 채 통과시켰다. 이로써 민주적 통제의 핵심장치인 주민자치회가 법적으로 무력화되었다. 이것은 주민자치권력을 통한 민주적 통제의 싹을 잘라내서 풀뿌리 자치권력과 경쟁하는 자신의 기득권적 권력을 노골적으로 방어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민자치회의 핵심인 주민총회는 주민들이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최종 의결하는 공론장이자 직접 민주주의의 장이다.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및 통·리 단위의 주민대표기구로, 매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주민참여예산 및 주민세 환급사업을 선정하고 주민총회에서 인준받아 차기 년도 자치계획을 수립한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 시범실시 이래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18개 시군구, 626개 읍면동으로 확산되어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체 25개 자치구 중 22개 자치구 136개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다. 금천구는 전체 10개동 모두 주민자치회를 가동 중에 있다. 그간 조례에 근거해 시범 운영해온 주민자치회를 본격 실시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에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국회의원들이 반대해 무산됐다니 이해할 수 없다. 법적인 주민자치회 없이 무슨 주민자치와 지방자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상의 입법과정에서 그들이 보인 정황을 볼 때, 한국의 주류 엘리트정치는 586그룹이 주도하는 민주당과 청와대로 교체되었으나 중앙집권화된 권력은 행정부내 검찰과 공수처의 설립에 따른 관료증가와 이전투구의 증가로 더욱 강화되었고, 향후 더 강화될 것이란 점이다.

그들에 의해서, 가로축의 중앙권력은 삼권분립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행정부의 권력은 사법부의 독립과 기소대배심제도로 견제받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세로축의 중앙권력 역시도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로 견제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로축의 중앙권력을 견제할 통·리·읍·면·동의 주민자치회는 지난 7년간의 시험 사업에도 불구하고 법안에 반영되지 못한 채 철저하게 외면 당했다.

586그룹이 주도한 입법과정과 정치과정을 볼 때, 586그룹 리더십의 한계를 요약하자면 민주적 통제보다는 중앙집권의 원리에 충실한 리더십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의 중앙집권화된 권력과 관료조직은 마을자치권력과 연방정부로, 사법부 독립과 기소대배심제로, 직선제 지방검사장으로, 민주적 통제방식으로 분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결론이지만, 586그룹의 리더십이 빠뜨린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읍면동장 직선제와 통리읍면동 주민자치회 설치, 사법부 독립과 기소대배심제도 도입, 지방검사장 직선제 쟁취 등의 개혁조치를 통해서 가로측, 세로측 권력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제2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법 통과 이후 586그룹의 리더십 평가를 기초로 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중단없는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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