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는 왜 포르쉐 가격의 TV를 만드나
상태바
삼성과 LG는 왜 포르쉐 가격의 TV를 만드나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2.11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자 '마이크로LED TV' 공개...가격 1억 7000만원
LG전자 '시그니처 올레드 R'..1억원 대
삼성전자 "B2C 판매 위한 제품"
업계 "제품 판매보다는 기술력 마케팅 효과 노린 듯"
향후 제품 가격 하락시 시장 선점 효과도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 TV를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신 기술을 적용한 1억원대 TV를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제품 판매 목적이 아니라 기술력을 앞세워 향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110인치 '마이크로LED TV'를 공개했다. 가격은 대당 1억7000만원 수준. 2020년형 포르쉐 911 카레라S 모델의 출시가가 1억7750만원임을 감안할 때 TV 한 대가 스포츠카 가격과 맞먹는 셈이다.

앞서 지난 10월 LG전자는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를 공개했는데, 출고가는 1억원이다. 두 제품의 비싼 가격 탓에 업계에서는 기술 홍보를 위한 과시용 출시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의 시그니처 올레드 R. 사진=LG전자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TV를 공개하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의미 있는 판매대수를 기록할 것"이라며 “내년 초부터 대량양산을 할 수 있는 기술력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

삼성전자의 설명과 달리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경쟁 차원에서 제품 출시를 통한 기술력 홍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과 LG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사업을 포기하면서 패널 자체가 빛을 내는(자발광) 기술인 OLED와 마이크로LED에 집중했다. LCD패널은 후면에 별도의 발광체(백라이트)가 필요하다. TV 두께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고 화질과 선명도도 자발광 디스플레이에 비해 떨어진다. 

전류를 빛으로 변화시키는 반도체 소자를 발광다이오드(LED, Lighting Emitting Diode)라 부른다. 이 소자를 유기화합물로 대체한 것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ode)고, 마이크로미터(㎛·10만분의 1㎝) 단위의 초소형 LED 입자를 디스플레이에 이식해 별도 광원 없이 자제적으로 빛과 색을 낼 수 있게 한 제품이 마이크로LED다.

LCD, OLED, 마이크로LED의 구조.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LG전자는 OLED 패널을 휴지처럼 돌돌 말아 보관할 수 있도록 개발해 롤러블 TV에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TV에 800만개가 넘는 각각의 RGB(빨간색·녹색·파란색)소자를 각기 따로 제어해 화면의 밝기와 색상, 명암비를 더 정밀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는 이미 2013년부터 자발광 제품을 만들어왔다”며 “롤러블 TV에 적용된 기술은 LG가 OLED를 다양한 폼팩터에 적용할 수 있다는 기술력을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를 B2C로 판매하는 건 삼성이 처음”이라며 “110인치 신제품의 경우 약 3.3㎡ 크기에 RGB소자가 각 800만개씩, 총 2400만개가 들어가 4K 해상도를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소자 2400만개를 좁은 공간에 집약시키는 것이 기술력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기술 낙수효과 기대"

그러나 최신 기술이 곧 시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양사의 제품 주문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LG전자는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주문 제작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 TV를 12월 중 사전예약 받고 내년 1분기 본격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LG나 삼성의 1억원대 TV는 사실상 소수의 특별한 수요처에만 팔 수 있다”며 “삼성이 공개한 예약시점과 출시 시점 간 간극이 긴 것 역시 대량 생산이 아닌 주문 제작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 제품 모두 공장에서 라인을 만들어 하루 몇 대씩 꾸준히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고 하이엔드 기술력을 보여주면서 향후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마케팅 효과를 의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최근 보고서에서 마이크로LED TV 시장 매출이 올해 5000만달러에서 2026년엔 2억2800만달러(약 26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두 상품 모두 각 사가 만들 수 있는 초 프리미엄 기술을 적용했다”며 “소비자의 기술 이해도는 떨어질 수 있어도 이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브랜드 이미지는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만~1000만원대 프리미엄 TV 제품군에서는 가격보다는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더 중요하다”며 “하이엔드 제품 출시를 통해 마진율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각사의 기술력에 대한 브랜드 마케팅이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삼성과 LG의 경쟁으로도 볼 수 있지만 두 국내 회사가 중국업체와의 격차를 더 확고하게 벌리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는 “OLED TV는 라인업이 세분화 되어 있는데 그 중 제일 위에 롤러블 TV가 있다”며 “롤러블 TV는 LG OLED 기술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OLED로 롤러블까지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 폼팩터 혁신이 하위 TV라인업은 물론 스마트폰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제품 특성상 초기 출시가격이 고가라 하더라도 경쟁사가 등장하면 제품가격은 떨어진다. 1억원대에 출시됐던 80인치 이상 LCD TV도 최근에는 100만~200만원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하며 “다양한 경쟁사가 등장하면 가격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옴디아는 2027년이 되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1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TV용은 3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내년 글로벌 OLED TV 판매량이 최소 5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 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하반기 OLED TV 판매량 전망치는 234만 대다. 올 상반기 판매량(119만 대)보다 96.6% 급증한 수치를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