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떠나 보낸 엄마의 상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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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떠나 보낸 엄마의 상실감…
  • 김이나
  • 승인 2016.01.08 16: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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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하든, 등산을 즐기든, 이젠 온전히 나의 삶을 즐기자

작년에는 종편 단골 패널인 변호사와 파워블로거의 스캔들로 뉴스면이 도배되더니 연말부터 이어진 재벌 그룹 총수의 혼외자 고백, 이혼소송 이야기로 가십란이 시끌시끌하다. 그런 이야기를 별로 즐기는 편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면 최근에도 그런 얘기로 열을 올리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경험상 보통 어느 모임의 대화건 마무리는 연예인 얘기, 스캔들 얘기로 끝을 맺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도 두 커플의 이야기가 꾀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라고 추측한다.

한국 나이로는 오십이 넘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나는, 그러나 어떤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무척 불순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불륜의 온상이라는 SNS “밴드” 활동을 무척 열심히 하고 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 불륜의 포문을 열었다는 “아이러브스쿨” 사이트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거의 모든 SNS의 계정을 가지고 있고, 온라인 상의 친구들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그 문제의 “초등학교 동창들”은 지금도 활발히 만나고 있다. 초등학교도 두 군데를 다녀서 두 군데 “밴드”의 리더로 활동 중이다.

또한 불륜을 꿈꾸는 사람들의 궁극적 취미인 등산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내 평생 등산은 할 일이 없을 거라며 주변에 떠들고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등산을, 게다가 남녀혼성으로 간다. (그러나 등산복 차림으로 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지는 않는다. 이상하게 아웃도어 복장을 하면 내 자신이 딱 오십대 아줌마로 보인다. 왠지 모르겠다)

왜 나는 이 나이에 SNS 에 열중하며 등산복 쇼핑을 위해 쇼셜 커머스 사이트를 뒤지는가.

답은 단순하다. 난 이제 나로 살고 싶은 거다. 그러려면 혼자도 물론 가능하지만 친구가 필요하다. 그것도 동년배의 친구. 그런 친구 중에 으뜸은 동창들이다. 일단은 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이미 속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고, 어릴적 만난 친구들이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감정으로 서로를 대할 때가 많다. 물론 동창이라고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듯한) 친구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친구의 친구이니 믿을만 하지 않은가. 어찌보면 한 번 검증이 된, 걸러진 친구들이기 때문에 쉽게 친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그럼 이 친구들과 뭘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양하지는 않다. 동성친구들과는 작년에 처음으로 여행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이성 친구들과는 기껏해야 저녁을 먹고 술을 같이 마시는 정도다. 이때 스믈스믈 등장하는 주제가 등산이다. 애주가임에도 불구하고 허구한 날 술 마시며 돈 버리고 속 버리는 일은 때론 심드렁하다. 이미 대다수 친구들이 포진하고 있는 등산 모임에서 아주 달콤한 말로 날 유혹한다. 처음에 장비와 의류 구입하는 비용이 조금 들뿐 그 후로는 가장 저렴하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스포츠로 등산이 최고라고.

이제 일년 여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다. 의류나 장비에 물론 욕심을 낼 수는 있지만 당일 산행을 하는 사람들에겐 고가의 고퀄리티 용품은 사실 그다지 필요가 없고 그날 교통비와 하산 후 뒷풀이 때 추렴하는 2~3만원 정도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자, 이제 그럼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자. 위의 글에서 떠올려진 장면 중에 불륜이라 의심가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지?

서울 근교 산행을 하다 보면 혼성으로 등반하는 일행들은 한편으론 부러움의 시선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심의 눈초리도 감지한다. 시커먼 남자들끼리 등산을 하는 건 밋밋하고 지루하다고 느끼면서도, 와글와글 깔깔대며 산을 오르는 혼성 팀들을 보면 다들 고운 시선은 아니다. 왜 의심하는 걸까. 뭘 의심하는 걸까.

간통죄 폐지 후 일시적으로 아웃도어 의류 회사의 주가가 치솟았다는데…그게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

의심받을 짓을 하니까 의심한다고? 의심받을 짓이 뭔지 매뉴얼로 한 권 누가 만들어서 출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베스트셀러는 따논 당상이니.

산행 시 남녀 수가 동일하면 불륜 아니면 친구, 남녀 간격이 1미터가 안되면 불륜, 넘으면 배우자나 친구, 여성 등산객이 화장을 안했으면 배우자, 화장이 진하면 불륜. 머 이런 식으로든.

관점의 차이다. 누구나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볼 뿐이다.

어떤 행동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일까? 그것보다는 어떤 모습이든 책임질 수 있느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다보면 어느 시점에는 “아이의 것”을 존중하게 되고 그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게 된다. 간혹 실수를 하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 부부사이에도 서로의 취미를 인정하고 배려해야 / unsplash

마찬가지 아닌가. 아이들이 커서 둥지를 떠나면 엄마의 상실감은 무척 크다. 아빠 중에도 그런 아빠들이 있을 것이다. 넘쳐나는 시간에 당황한다.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부모는 안중에도 없다. 그렇다고 아이 주위를 뱅뱅도는 헬리콥터맘을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이제 내 시간을 스스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물론 부부의 공동 취미가 있고 함께 지내는 것에 충분히 만족하는 부부도 있겠지만, 각자의 시간을 배려해주길 바라는 부부도 있다. 누굴 만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행복하게 쓸 수 있도록 양해해 주자.

이젠 나로 살자. 온전히 나의 삶을 즐기자. SNS를 하든 등산을 하든 결국은 “내”가 행복해 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대신 나의 행동에 책임 질 수 있어야 하며, 육하 원칙에 따라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앞두고 있는 남의 부부 얘기에 열 올리며 수다 떨 시간이 있으면 책을 한 권 더 읽고, 연극을 한 편 더 보고, 등산을 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모임에서 막걸리 한 잔을 더 마시는 게 낫다.

제발 남에게 신경 좀 끄자. 그러면 남의 시선도 대수롭지 않다. 적어도 그 매뉴얼이 출간될 때 까지는.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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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2016-01-09 22:47:45
제발 남에게 신경 좀 끄자. 그러면 남의 시선도 대수롭지 않다. 적어도 그 매뉴얼이 출간될 때 까지는!!!!
멋진 글 잘 읽고갑니다..^^

이현주 2016-01-09 14:55:45
아! 정말 제가 하고픈 말이네요. 친구 친구들~ 나이들어가면서 정말 필요한 존재인데...
서로를 또 서로의 가정을 존중해주는 모임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