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짝짓기하는 흔적이 화석으로 남아 돌아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대형 육식공룡이 짝짓기를 위해 구애행위를 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화석을 미국 콜로라도주의 백악기 지층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발견은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미국 콜로라도대학교가 우리나라 남해안 공룡화석산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공동으로 확술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결과다.

육식공룡의 구애행위 화석은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됐다. 공동조사단은 미국 콜로라도주 서부 2곳, 동부 1곳에서 최소 50개 이상의 화석을 확인해본 결과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대형 육식공룡 수컷의 구체적인 구애행위의 방식과 장소를 제시했으며 ▲암컷 공룡들이 수컷들의 구애행위를 통해 상대를 선택하는 ‘성적 선택(sexual selection)’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거대 몸집을 가진 육식공룡의 구애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세계 최초로 제시한 성과라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이 연구물은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7일 자로 발표됐다.

공동탐사대는 한국과 미국 연구진을 중심으로, 캐나다·중국·폴란드 연구자들로 구성되었으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화석의 최초 발견, 분석 연구, 3차원(3D) 사진측량, 국제비교연구 등 연구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현장 발굴조사는 미국 국토관리부(Bureau of Land Management)의 조사·발굴허가 승인을 얻어 진행됐다.

이 연구는 앞으로 우리나라 공룡화석 관련 분야의 연구 역량과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화석산지의 학술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아울러 지금까지 해석이 어려웠던 공룡의 습성과 행동학적 특징을 규명할 수 있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문화재청에서 지정·관리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공룡화석산지는 경남 고성·진주·사천·남해, 전남 화순·보성, 전북 군산, 경기 화성 등 총 16곳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공룡·익룡의 발자국을 비롯하여 공룡의 알둥지와 피부 흔적, 새발자국, 공룡·익룡의 뼈와 이빨 등 수많은 화석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김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