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재조명되는 '택진이 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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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재조명되는 '택진이 형' 리더십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0.12.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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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게임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언컨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경쟁사인 넥슨보다 경영성과가 다소 부족할 수는 있어도 20년 넘게 게임업계 최정상을 고수해온 인물이다.

국내 게임산업의 전체 역사를 거론할 때 김택진 대표는 제일 첫 손에 꼽힌다. 손대는 게임마다 메가 히트를 기록했기에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이다. 

물론, 김택진 대표가 늘 극찬과 스포트라이트만 받은 인물은 아니다. 스캔들 루머로 종종 증권가 정보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5년 전에는 호형호제 사이였던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넷마블과 우호적 협력을 선언하는 등 기업가로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은 인물이다. 

독특한 점은 김택진 대표는 갈등, 루머에 늘 직접 부딪혀 왔다는 점이다. 8년 전, 연예인과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당시 모 기관이 주최한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나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넥슨의 적대적 인수에 관해서도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등 경영자로서 침묵보다 정면승부를 통해 사안을 극복해 왔다. 

김택진 대표의 과감한 도전과 승부수

대다수 경영자는 전면에 나서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언론에 지나치게 공개되면 최고경영자(CEO)의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그림자 경영을 통해 조직을 관리하는 CEO는 다른 업종뿐만 아니라 가장 수평적이어야 할 콘텐츠 산업에서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들과 상반된 김택진 대표의 투명한, 그러나 과감한 행보를 수많은 팬들은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는 야구단 엔씨다이노스는 올해 한국프로야구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그러나 9년 전, 엔씨소프트가 야구단 창단을 선언할 때 김택진 대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이들은 대기업만은 아니었다. “1조원도 못 버는 기업이 어떻게 야구단을 창단하냐”는 비아냥과 조롱은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일이었다.

대기업 중심의 시장경제에서 게임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한 김택진 대표는 대기업이 핵심인 프로야구 판에서도 선제적인 투자와 기업가적 도전을 통해 NC를 명문구단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선수 개인에게 명함과 사원증을 제공하고 막대한 투자를 통해 NC선수들의 평균 연봉을 전체 구단 중 1위로 만들 때까지만 해도 갸우뚱한 팬이 대부분이었다. 

야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은 9년만에 ‘게임 기업이 무슨 야구단’에서 ‘창의적인 야구단 NC’로 프레임을 완전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비단 야구에서만 성공한 것도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주가 역시 여전히 국내 게임기업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의 과감한 승부수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성과이다. 

업계에서 김택진 대표는 게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통한다. 게임을 직접 개발, 기획했던 경험을 지닌 CEO이기에 그는 여전히 ‘게임 개발’이라는 업의 본질로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다른 CEO들이 인수합병에 포커스를 두는 데 비해 엔씨소프트 임직원들은 자사의 가장 강력한 강점을 ‘CEO가 주도하는 게임 개발력’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과감한 투자로 신생구단 엔씨다이노스를 창단 9년만에 프로야구 정상에 올려 놓았다. 사진=연합뉴스

'택진이 형' 리더십이 재조명되는 이유 

2조원을 넘는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창업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회사에서 그리고 야구장에서 임직원들과 팬이 편히 볼 수 있는 CEO로 인정받고 있다. NC 야구단 팬이 아니더라도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건 그의 유연함이 만들어낸 별칭일 것이다. 그는 변함없이 팬, 임직원과의 소탈한 모임을 중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올해 대선 후보, 서울시장 후보로 그를 꾸준히 거론한 것도 바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 기업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CEO가 권위적인 모습과 황제 경영에 연연하는 데 비해 그는 글로벌 기업의 CEO처럼 자율성과 유연성을 내세웠고 이는 젊은이들에게 ‘택진이형’ 효과를 유발했다. 권위적인 국내 기업가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사업 다각화를 선언한 상황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그리고 AI 투자자문사 설립까지 준비하고 있다. 콘텐츠 및 금융업의 선두 기업 사이에서 엔씨소프트가 야구, 게임에 이어 또 다른 영역까지 어떤 방식으로 침범할지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김택진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도 산업의 경계선은 이제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에서 NC가 ‘Next Company’를 의미한다는 건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은 다 알고 있는 얘기이다. 이제는 팬들이 NC를 ‘Next Challenge’ 또는 ‘Next Creativity’라고 부르고 있다. 회장의 이름조차 마음 편히 얘기하지 못하는 국내 재계에서 흔치 않은 반응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주변 사람들을 북돋게 만드는 동기부여 유발에 있다. 이런 점에서 김택진 대표는 리더십의 본질을 가장 충실히 실행하는 인물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그가 성공한 이유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동국대 재직 중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9월부터는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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