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다고?...‘달러구트 꿈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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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다고?...‘달러구트 꿈 백화점’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06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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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야만 입장가능한 꿈 백화점....기묘하고 가슴 뭉클한 판타지 소설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 작가...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전자책 출간 후 종이책
꿈꾸는 것이 힘들기만 한 괴로운 현실에 지친 이들을 위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북 트레일러.사진=유튜브 캡쳐
'달러구트 꿈 백화점' 북 트레일러.사진=유튜브 캡쳐

[오피니언뉴스=강대호 칼럼니스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020년 12월 현재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에서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언제부터인가 소설 매대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한 이 소설은 순위가 조금씩 오르더니 지금은 제일 많이 팔리는 책이 되었다.

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제목과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 때문에 (소설 매대에서 많이 보이는) 일본 소설로 오해를 했었는데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이었다.

저자 ‘이미예’는 원래 이 소설을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개인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전자책으로 출판했다. 그러다 독자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제목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바꾸고 종이책으로까지 출판하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상점가 마을이다. 그곳에는 잠든 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들이 즐비하다. 잠이 솔솔 오도록 도와주는 주전부리를 파는 푸드트럭, 옷을 훌렁훌렁 벗고 자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가운을 입혀주는 녹틸루카들, 하지만 잠든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온갖 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다. 이곳은 ‘꿈 백화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층층마다 특별한 장르의 꿈들을 구비하고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팩토리나인 펴냄.
'달러구트 꿈 백화점'. 팩토리나인 펴냄.

이 소설을 읽는 독자가 만약 기존 한국 소설 문법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여러 단점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주인공의 역할이 소극적 혹은 제한적이다. 소설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신입 사원인 ‘페니’의 눈을 따라가지만 그녀가 관찰자나 화자의 역할을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그녀가 어떤 중요한 사건에 연관되어서 극적인 역할을 맡은 것도 아니다. 굳이 페니라는 캐릭터가 없어도 소설 진행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음으로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건’이라는 요소가 조금은 애매하다는 것이다. 장편소설의 단계별 구조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사건이 희미해 보였다. 챕터 별로 개별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이 작품은 에피소드들이 단순 연결되는 느낌만 들게 했다.

만약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교과서적인 소설의 판로, 예를 들어 문학공모전에 출품했다거나 출판사에 투고했다면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단점만으로도 심사나 출판의 고려 대상에 아예 포함되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도 그러한 단점을 알아서인지, 혹은 교과서적인 잣대와 타협하기 싫어서인지 기존의 출판 창구가 아닌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판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녀는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를 통해서 10대와 20대의 무한 지지를 받아 1812%의 펀딩 성공을 달성했다. 그리고 전자책 흥행에 힘입어 종이책까지 출판하게 된 것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는 여느 소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그 어떤 ‘갈등’이나 ‘로맨스’가 없다. 그저 소설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한 물처럼 흘러간다. 그런데도 독자들의 열화같은 지지를 얻어냈다. 그 어떤 점이 전자책 독자들을 움직여 종이책 독자들까지 끌어냈을까.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 이미예 작가. 사진=팩토리나인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 이미예 작가. 사진=팩토리나인

제목에도 나왔듯이 ‘꿈’은 이 소설의 주요 소재다. 그런데 배경이 소설답다. 꿈을 ‘백화점’에서 판다. 꿈을 판다는 건 누군가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구현하는 세상은 누군가 꿈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꿈을 팔고, 누군가는 그 꿈을 사서 꾼다.

소설 배경과 소재에서 보듯이 이 소설이 그리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가 아니다. 하지만 꿈이라는 속성이 보여주는 가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소설이 보여주는 세상이나 같은 척도인 것 같다.

그런데 꿈을 사고팔 수 있다는 꿈 같은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을까. 사실 사람들은 꿈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 누구나 매일 여러 번 꾸는 꿈이지만 매번 기억해 낼 수도 어렵다. 때로는 현실에서 못하는 것을 꿈에서라도 해보길 원한다.

그래서 잠자면 꾸는 ‘꿈’과 이루고 싶은 바를 뜻하는 ‘꿈’과 같은 단어를 쓰는 것일지 모른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영어에서 ‘dream’도 잠자며 꾸는 꿈과 이루고 싶은 꿈 모두에서 쓰인다.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231쪽)

꿈에서라도 영감을 얻고 싶었던 한 사람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소설 속 대사일 뿐이지만 성찰을 주는 말이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라는. 여기서 고민은 깊이 생각하는 그 행위만 의미하지 않는다. 실행을 동반한 깊은 생각을 말한다.

또한, 현대인에게 잠에 대한 가치가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하루의 삼 분의 일 정도를 잠과 관련한 시간으로 보내는 인간들에게 건강한 잠은 꿈과도 연결되어 있다. 선잠을 잘 때 꿈을 꾼 듯 안 꾼 듯 애매한 기억들 때문에 피곤한 하루를 시작한 적이 많을 것이다. 아무튼, 꿈은 잠을 자야 꾸는 것이다.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이렇게 조언한다.

“매일 밤 꼬박꼬박 최대한 깊은 잠을 주무세요. 그게 전부랍니다.” (69쪽)

그것이 힘들더라도 말이다.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어느 순간부터 꿈을 꾸는 것이 힘들기만 한 괴로운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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