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BTS’라 쓰고 ‘변혁의 아이콘’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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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BTS’라 쓰고 ‘변혁의 아이콘’이라 부른다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0.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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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빛나는 재능을 가진 멤버들과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방시혁 프로듀서가 했던 말이다. 

애초에 세계 팝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는 없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흙수저 아이돌이었던 BTS에게 그곳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득히 먼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바다인 줄 알았던 여기는 되레 사막이었고 빽이 없는 중소 아이돌이 두 번째 이름이었어. 방송에 잘리기는 뭐 부지기수. 누구의 땜빵이 우리의 꿈. 어떤 이들은 회사가 작아서 제대로 못 뜰 거래”

BTS의 곡 ‘바다’의 가사다. 그렇게 그들은 남루했던 과거, 밑바닥을 딛고 거짓말처럼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자본력이 보장된 대형기획사가 아닌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은 성공신화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입소문 팬심에서 글로벌 팬덤으로 확대된 ‘아미’와의 소통은 무명시절부터 ‘월드스타’가 된 지금까지 한결같다. SNS를 활용한 소통문법은 세계 팝시장에서 어떤 스타도 흉내 낼 수 없는 BTS 고유의 것으로 자리 잡았다. 팬들에 대한 스타의 관심만큼 친밀도를 형성하는데 주효한 것이 또 있을까. ‘아미’의 충성도가 높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이렇게 7명의 멤버들이 가진 ‘빛나는 재능’과 ‘의미 있는 것’은 변화를 거듭하며 확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지난 8월 영어로 발표한 ‘다이너마이트’와 10월 피처링에 참여한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 최근 발표한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까지 빌보드 핫100 1위.

이는 ‘비지스’의 ‘토요일 밤의 열기’ 사운드 트랙 이후 42년만의 최단기간 핫 100 1위를 3번이나 기록한 것. ‘핫 샷’ 데뷔 2번 이상 기록한 유일한 그룹.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빌보드 200과 핫 100 동시에 정상에 오른 가수. 인지도를 나타내는 ‘아티스트 100’ 차트 1위. 앨범, 싱글, 아티스트 차트 동시 1위를 차지한 최초의 그룹. ‘2021 그래미 어워드’에서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노미네이트. 

끝없는 고공행진, 그들이 이 어려운 일을 해냈지 말이다. ‘최초’, ‘최고’, ‘유일’이란 수식어로 자신들의 리즈 갱신을 연거푸 이뤄내고 있는 BTS다. 

특히 한국어로 된 ‘라이프 고즈 온’이 차트진입과 동시에 정상을 차지한 것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비영어곡이 발매 첫 주에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역사 62년만의 최초의 일이다.

우리 언어가 미국 팝시장을 관통하게 될 줄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이는 BTS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를 넘어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는 확고한 방증이다.

가사의 뜻도 모르고 팝음악의 매력에 사로잡혀 멜로디를 흥얼거렸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이제 BTS의 음악이 과거 우리에게 팝송이 그러했듯 미국인들에게 믿고 듣는 음악이 된 것이다. 그들에겐 언어도, 국가도, 인종도 그 어떤 것도 장벽이 되지 못한다. BTS에게 ‘넘사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BTS는 세계 음악시장에서 연일 새로운 기록을 써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기의 시대를 사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BTS의 ‘위로’

“방탄소년단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방시혁 프로듀서의 음악에 대한 요구사항은 BTS의 음악성을 발현시켜주는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 그들이 던지는 화두는 통상적인 유행가가 그렇듯 연인간의 사랑, 이별, 슬픔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대와 젊은이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꿈과 희망, 치유를 노래하며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감싸 안는다. 이것이 바로 BTS를 단지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이유다.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발이 떼지질 않아 않아 oh, 잠시 두 눈을 감아. 여기 내 손을 잡아. 저 미래로 달아나자”

‘라이프 고즈 온’ 가사 중 일부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시기, BTS가 건네는 메시지에는 온기가 담겨 있다. 느낌표가 실종된 일상에 잠시 쉼표가 되어 준다. 칼군무 대신 택한 느린 호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어야 하는 삶에 대한 위로다. 

음악이 세계 공통어인 까닭은 가사의 의미이상으로 건네지는 정서, 그에 대한 교감이 가능하기 때문일 게다. 이제 ‘BTS’라는 브랜드만으로 충분히 그것이 가능케 되었다.

그들이 주는 위로에 몸을 맡기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세계인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만큼 짜릿한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 또 있을까. 

이제 우리는 그들을 ‘BTS’라 쓰고 ‘변혁의 아이콘’이라 부른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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