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이통3사도 이겼다...주파수값 합의의 진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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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통3사도 이겼다...주파수값 합의의 진짜 의미는
  • 정세진 기자
  • 승인 2020.11.30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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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망 구축 실적에 따른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이통사"5G 투자는 어차피 필요한 일"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2년 전국 5G망 보급...사실상 세계 최초
이통사에겐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 창출 기회
정부와 이통3사가 '5G 투자옵션'에 따른 3G,4G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에 사실상 합의했다. 사진=픽사베이
정부와 이통3사가 '5G 투자옵션'에 따른 3G,4G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에 사실상 합의했다. 사진=픽사베이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정부의 ‘5G 투자옵션’에 따른 3G(3세대)·LTE(4세대)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안을 받아들인 것은 정부와 통신업계 모두에게 ‘윈윈’이 될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세계 최초로 '전국 5G망' 보급을 실현하고, 이통 3사는 5G 투자를 기반으로 기존 통신망 운영비용을 낮추고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5G 무선국 12만개를 구축할 경우 3G·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3조1700억원을 납부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이통 3사가 정부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곧바로 종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앞서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5년 기준 최대 4조4000억원을 제시하자 업계는 1조6000억원이 적정 대가라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갈등이 고조됐다. 

5G 전국망, 정부와 이통사의 "공동목표"

이통3사와 정부가 첨예하게 대립한 지점은 대가 산정만큼이나 5G 무선 기지국 구축 규모였다. 앞선 공청회에서 정부는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 2022년까지 이통 3사에 15만개 규모의 5G기지국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 ‘5G 전국망 구축’은 이미 통신 3사와 정부가 논의한 ‘공동목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7월 정부서울청사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대표(CEO)와 간담회를 열고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한 축인 디지털 뉴딜 이행을 위한 5G 기반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디지털 뉴딜은 한국만의 정보통신기술(ICT) 강점을 기반으로 디지털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프로젝트로, 핵심은 '데이터 댐'과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댐에 모인 많은 양의 다양한 데이터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데이터 고속도로의 중심이 바로 5G"라고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이통 3사 최고경영자들은 2022년까지 5G전국망 보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5G망은 정부의 뉴딜정책에서 데이터 고속도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진=KT 블로그
5G망은 정부의 뉴딜정책에서 데이터 고속도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사진=KT 블로그

이에 따라 정부는 뉴딜정책에서 ‘데이터 고속도로’ 역할을 할 5G 보급이 필요하고, 이통사 입장에서는 3G와 4G에 비해 수익성이 높고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4차 산업의 기반이 되는 5G망 투자가 필요한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문제는 정부와 이통사의 공동 목표인 5G전국망 구축이 주파수 재할당 국면에서는 ‘전국망’의 의미를 두고 견해 차이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공청회에서 LTE 전국망과 비교해 기지국 15만국을 설치할 때 5G 전국망이 완성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계는 도입된지 8년이 된 LTE와 이제 투자를 시작한 5G의 직접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리적으로 2022년까지 기지국 15만개를 설치하기 어렵고 대역폭도 4G에 비해 5G가 훨씬 넓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등을 들어 '전국망'의 규모를 정부에 비해 축소 제시했다.

이날 나온 정부안을 이통사가 받아들인 배경에는 이처럼 어차피 필요한 5G전국망을 2022년까지 빠르게 구축하는 대신 3G·4G 주파수 할당 대가를 낮춰 향후 무선 사업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줄이겠다는 셈법이 깔려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5G 투자가 돼야 그 다음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차세대 방송망 등에 투자를 본격화 할 수 있다”며 “초기에 반대했던 이유는 2022년까지 15만국을 설치하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초고속 인터넷’과 5G

이통사가 정부안을 수용하면서 한국에는 2022년 경 전국에 5G망이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5G망을 전국단위로 보급한 국가는 없다. 미국과 중국 등이 5G 보급에 앞장서고 있지만 국토 면적 등을 고려했을 때 전국망을 깔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직 4G망조차 전국 단위로 구축하지 못하는 국가도 많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5G 전국망은 디지털 뉴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 기간사업이다.

이는 마치 김대중 전 대통령 시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ADSL)이 전국적으로 보급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취임사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어 정보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1998년 6월 18일 김대중 대통령은 빌 게이츠와 손정의를 청와대에서 만났다. 사진에서 김대중 대통령 외편에 있는 인물이 손정의. (공공누리에 따라 e-영상역사관의 공공저작물 이용)
1998년 6월 18일 김대중 대통령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대표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초고속 인터넷 정책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사진=e-영상역사관 공공저작물

이에 따라 1999년 4월에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ADSL)의 상용서비스가 시작됐다. 초고속 통신망은 이후 네이버, 다음, 넥슨 등 각종 IT벤처의 탄생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보급에도 중요한 기반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이 세계적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셈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미 통신사들은 3G와 4G 통신망으로는 증가하는 통신량을 처리하기 버겁다고 말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비대면 수요가 폭증하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끌면서 LTE로는 통신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5G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통사 "5G 비즈니스는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

5G 전국망 보급으로 가장 먼저 수혜를 보는 건 통신 3사다. 3G와 4G에 비해 5G 가입자의 1인당 가입자별 평균 매출(ARPU)이 더 높다. 아직 상용화가 완성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5G 보급은 통신사에게 스트리밍 게임,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고화질 스포츠·공연 중계,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시장 개척 기회로 이어진다. 

아직 창출되지 않은 기회는 계산하기 조차 어렵다. 통신업계는 기존 통신망과 달리 5G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뿐만 아니라 B2B(기업간 거래)영역에서 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개인 통신 서비스가 공공재로 여겨지면서 통신요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5G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 스마트 팩토리,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등 새로운 사업영역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최근 통신사들의 사업영역 확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자율주행차량 기술 연구다. 자율주행차는 네트워크에 장애가 생기면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완벽한 5G 네트워크 망 구축이 없이는 자율주행차량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KT는 자율주행이동체를 위한 '5G자율주행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사진=KT블로그
KT는 자율주행이동체를 위한 '5G자율주행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사진=KT블로그

자율주행 기술은 이용자가 설정한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리하게 도달하는 게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중앙관제 센터가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고 도로상의 지체구간, 사고 발생지점 등을 우회를 위해 차량과 차량, 차량과 중앙 센터가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한다.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드론, 플라잉카 등 미래형 교통수단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앙관제 센터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운행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통신수요 폭증은 고스란히 이통사 이익으로 연결된다.

정부는 5G 전국망이 완벽하게 깔리고 6G가 보급되는 2030년 경에는 레벨4(완전자율주행) 이상 자율주행차가 신차 판매의 20~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준비하기위해 통신 3사는 정부, 전자 및 자동차 업계와 함께 다양한 실증 사업에 나서고 있다. 

5G기반의 자율주행 기술. 사진제공=LGU+
5G기반의 자율주행 기술. 사진제공=LGU+

이 분야에서 먼저 진출한 통신사는 KT다. 올해부터 KT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5G 모빌리티 메이커스(Mobility Makers)'를 상용화했다. KT는 자체 물류센터에서 자율주행 카트를 이용해 업무효율성, 작업자간 접촉 최소화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실증 사업 중인 자율주행 버스 등의 관련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향후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차량 관제를 위한 ‘5G자율주행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SK텔레콤도 서울 DMC, 안양시 등에 5G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LG유플러스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업계와 정부에서 5G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연구 중”이라며 “전세계적으로도 5G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상황인데 예정대로 5G가 보급되면 한국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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