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유튜브, 성범죄 연예인에게 소통 창구 허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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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유튜브, 성범죄 연예인에게 소통 창구 허용 말라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20.1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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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세상과의 소통’을 이유로 시작한 인스타그램에서 단 하루 만에 철퇴를 맞은 고영욱.

그 후로 가수 정준영, 최종훈, 안희정 전 지사까지 줄줄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이 비활성화 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들은 모두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불명예를 공통점으로 갖고 있다. 정치인이었던 안 전 지사야 이미 공인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나머지 연예인들도 과연 그럴까. 어이없게도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은 곧잘 부활하곤 한다.

이용자들을 배려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안전장치

9년이란 세월이면 충분하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고영욱은 아직까지 ‘잊혀진 사람’이 아니었고, 그를 향한 신랄한 비판은 결코 잊혀 질 수 없는 미성년자 성폭행범이었다는 과거 범죄사실만을 각인시켜 줄 뿐이었다. 본인이 자초한 주홍글씨는 대중의 뇌리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다. 적어도 고영욱에게 만큼은 시간이 약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는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소통’을 명분으로 열었지만 연예계 복귀 노림수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SNS계정은 보기 좋게 닫혔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가이드라인은 유죄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는 사용 불가능하도록 돼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리뷰과정을 거친 뒤 차단 여부를 결정짓는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도 소통을 통해 소위 ‘인친 또는 페친’이라는 광범위한 인맥 형성이 가능한 SNS공간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아무나’ 이용할 수 없도록 만든 바람직한 정책이다.

고영욱 인스타그램

그저 조용히 자연인으로 살수는 없는 것일까. 이후 고영욱은 유튜브를 택했다. 개인채널을 개설한 것은 아니지만 ‘김기자의 디스이즈’에 출연해 “(SNS를 통해)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결코 다수의 대중은 그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물며 피해자들은 어떠할까.

그들에게 진정으로 속죄하는 마음이 있다면 경제활동에 관한 고민 운운하며 복귀를 놓고 '간을 보는' 모습 따위 보여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죗값을 치뤘다고 대중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유튜브의 책임감, 영향력의 무게를 져야할 때

성범죄자에게 단호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비해 유튜브는 너그럽기 짝이 없다. 기존의 미디어가 쇠락해가는 가운데 여전히 논란은 존재하지만 이용자들에게 이미 미디어로 받아들여진 플랫폼이거늘 관련 규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당장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를 통한 고영욱의 활동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후 성범죄 연예인들의 복귀 샘플이 될 수도 있을 터.

“미성년 성폭행 범죄자 등이 방송과 SNS를 활개치도록 방치한다면 이를 모방하는 범죄 또는 새로운 피해자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목소리다.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성범죄 연예인들에게 채널을 개설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아무렇지 않게 이런 행위가 용인된다면 사회악으로서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역시 희석될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날로 커지는 영향력의 무게를 간과하지 말고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 성범죄자 차단은 수많은 이용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에 대한 배신행위를 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는 성범죄 연예인에게 소통창구를 허(許)하지 말라.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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