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아이 눈에 비친 돈...동화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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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아이 눈에 비친 돈...동화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9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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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남매가 이긴 사람에게 석달치 용돈 몰아주기 내기를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
여러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으로 기대되는 동화작가인 이수용의 첫 동화집
어린이 문학은 코로나19로 지친 어른들의 몸과 마음에도 위로가 될 것

 

1분 오빠인 한결과 1분 여동생인 ‘은비 남매는 읽고 싶은 책과 새로 나온 레고를 사기에 턱없이 부족한 용돈 때문에 석 달 치 용돈 몰아주기 내기를 벌인다
1분 오빠인 한결과 1분 여동생인 ‘은비 남매는 읽고 싶은 책과 새로 나온 레고를 사기에 턱없이 부족한 용돈 때문에 석 달 치 용돈 몰아주기 내기를 벌인다

[오피니언뉴스=강대호 칼럼니스트] 최근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서 쌍둥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11월 초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 쌍둥이를 키우는 부부가 나왔다. 방송에 나온 쌍둥이는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였고 둘 사이 힘겨루기에서 부모는 힘들어했다. 진행자인 정형돈도 실제 쌍둥이 아빠인데 혹시 한 명에게 갈 사랑을 둘에게 나눠주는 것은 아닌지 고민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주에 종영한 tvN의 ‘산후조리원’에도 ‘박하선’이 쌍둥이 엄마로 나온다. 그녀는 이미 쌍둥이 형제가 있지만 또 아기를 낳았다. 드라마는 그녀가 겪는 육아의 힘듦을, 쌍둥이라서 더욱 힘듦을 표현했다. 받는 기쁨도 두 배이지만 쏟는 힘도 두 배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방송 프로그램뿐 아니라 실제 주변에서도 쌍둥이를 자주 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출생 통계’에 의하면 출생자 중 4.2%인 1만 3천 690명이 다태아, 즉 둘 이상의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는 1998년보다 약 2.7배 상승한 수치라고. 그만큼 쌍둥이 출산이 많아진 걸 보여준다.

이런 쌍둥이 이슈가 자꾸 내 눈에 들어오는 이유가 있다. 몇 달 전 쌍둥이 손주를 본 지인이 있기 때문이다. 지인 부부의 딸에게는 아이가 하나 이미 있었기에 그들은 쌍둥이 육아 전선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가까운 지인에게 벌어진 일이지만 직접 겪지는 않아서 쌍둥이가 있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이 조금 있었다.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 개암나무 펴냄.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 개암나무 펴냄.

 

이수용의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

그런데 얼마 전 쌍둥이가 나오는 동화를 읽고 쌍둥이가 집에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이수용 동화작가의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가 그 책이다. 이 책은 그녀가 낸 첫 책이기도 하다. 이수용 작가는 여러 동화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동화작가이다.

모든 문학은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작품이 SF 장르거나 판타지 세계를 다룬다 해도 그것이 그리는 세상은 이 세상의 거울이거나 그림자일 때가 많다. 어린이 문학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수용의 ‘용돈 몰아주기 내기 어때’에는 쌍둥이 남매가 나온다. 1분 오빠인 한결과 1분 여동생인 ‘은비 남매는 읽고 싶은 책과 새로 나온 레고를 사기에 턱없이 부족한 용돈 때문에 석 달 치 용돈 몰아주기 내기를 벌인다.

“지금부터 한 달 동안 각자 어떻게든 용돈을 버는 거야. 한 달 뒤에 누가 더 많이 벌었는지 보고 더 많이 번 사람한테 번 돈이랑 석 달 치 용돈까지 몰아주기, 어때?” (13쪽)

쌍둥이가 나누는 대화가 아니더라도 요즘 어린이들에게 용돈은 무척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용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운용해 나갈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경제 활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용돈’으로 먼저 경제관념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어쩌면 이수용 작가 또한 아이들에게 용돈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해 주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용돈 몰아주기 내기는 어때’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그야말로 아이다운, 순수하지만 때로는 영악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돈이 나올 확률이 높은 엄마나 아빠를 공략한다든지 아니면 집에 있는 물건을 벼룩시장에 내다 판다든지 하는. 하지만 돈 버는 게 계획대로 되지 않자 아주 맹랑한 계획도 세운다. 아예 은행을 만들어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은 엄마, 엄마가 돈을 갖다 주는 곳은... (중략) 그래, 은행이야. 내가 은행을 만들면 되겠다. (57쪽)
형이나 오빠가 없는 아이들은 놀아 주기 쿠폰을 주는 강한 은행을 좋아했고, 엄마가 과자를 잘 안 사 주는 아이들은 초콜릿이나 쿠키를 주는 은빛 은행을 좋아했다. (62쪽)

친구들을 대상으로 각자 은행을 만든 쌍둥이들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쿠폰이나 선물 같은 서비스로 경쟁한다. 이 모습에서 실질 서비스의 부족함을 부가 서비스의 화려함으로 가려버리는 어른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쌍둥이가 용돈 벌이 전선에 나선 이유를 알고 나니 씁쓸해질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회사 그만두면서 여유가 없다 보니까…… 그렇게 용돈이 부족한 줄 몰랐어. 미안해.” (90쪽)

쌍둥이의 엄마는 원래 직장에 다녔었다. 그러나 쌍둥이에게 동생이 태어나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에 엄마는 직장을 관두고 말았다. 왜 그만두었는지는 작품에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듣고 쌍둥이는 할 말이 없어졌다”는 행간에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나라의 정책은 출산을 장려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양육의 책임은 부모 등 가족에게 돌아오고 끝내는 엄마가 그 책임을 지고 마는 현실을 보여준다. 아무튼, 원래 쌍둥이의 부모 모두 돈을 벌어오던 상황에서 한 사람만 벌어오게 되니 아낄 수 있는 건 아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쌍둥이들은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내기에서 이긴 아이는 과연 누구일까?

 

동화와 동시 즉 어린이 문학은 어린이들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작품이 많다
동화와 동시 즉 어린이 문학은 어린이들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작품이 많다

동화로 엿보는 우리네 세상은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돈보다 혹은 승부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다. 용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이들이 내기를 통해 경험하면서 돈을 버는 아빠와 엄마의 수고로움과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돈 버는 ‘목적’과 ‘수단’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는 순간,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들이 퇴색되고 오로지 돈에 대한 욕심만 따라붙는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돈은 떳떳하게 벌고 바른 곳에 쓰일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다.

동화와 동시 즉 어린이 문학은 어린이들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작품이 많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엿볼 수 있고, 그들의 모습에서 잊고 살았던 순수함을 되찾을 수 있고, 어쩌면 코로나19로 힘들어진 몸과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이번 주말 서점 어린이 책 코너에 가보면 어떨까.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따뜻해지는 걸 느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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