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칼럼] 연말 개각? 인사청문제도는 어떻게 고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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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연말 개각? 인사청문제도는 어떻게 고쳐야할까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11.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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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좋은 인재들의 청문회 기피현상" 호소
도덕성 검증 비공개, 정책능력 검증 공개하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못받은 인사는 임명하지 않는 제도 보완해야
새 공직자상 정립과 여야 신뢰 키우는 새 인사기준과 검증방법 찾아야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포함한 연말 연시개각설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국회에서 인사청문회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 16일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여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박 의장은 당일 회동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여야 원내대표가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인사청문회법 개정 시기에 대해선 “TF가 구성되면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개선 TF에는 합의했지만, 자질 검증 문제를 비공개로 하자고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과잉 도덕성 검증의 부작용

박병석 국회의장이 인사청문회제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제언과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역할에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박 의장에게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과잉 도덕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6월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과 공직 기피 등 부작용도 크다”며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를 분리하고, 그중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 바 있다. 보통 법안을 발의할 때 10~20명의 공동발의자가 함께하는데, 이 법안에는 무려 45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선 게 특징이다. 이는 그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도덕성을 비공개로 검증하고 정책능력을 공개로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방안에 대해 국민여론이 백퍼센트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달 25일에 밝힌 인사청문회 관련 여론조사는 부정적이다. ‘도덕성 비공개 검증과 기존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71%가 ‘도덕성과 정책 능력 모두 공개검증’을 택했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정책 능력 검증은 공개’를 택한 응답자는 23%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당연하게 이뤄져야 하는 합당한 절차와 국민의 권리인 후보자에 대한 자질 검증을 심히 왜곡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인사청문회법을 후퇴시키려고 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개각 시 손쉽게 장관 후보자를 내기 위함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상과 같이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논의하고 있는 인사청문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인사후보자에 대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정책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인사청문회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국민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좀더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인사후보자에 대해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정책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자는 인사청문회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국민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좀더 보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정책능력 검증은 공개로

이번 기회에 정치권은 부정적인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열린공론장을 개설하는 등 새로운 인사청문제도의 개선효과를 높이는 데 초당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제도의 보완사항과 토론사항에 대해 의견을 보태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법 개정 취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정치가 그동안 지나치게 도덕지상주의와 진영대결을 기초로 하는 정쟁의 문화에 갇혀있었다는 점을 자성하면서 그 대안으로 합리적인 인사청문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미국의 인사청문제도처럼, 도덕성은 비공개, 정책능력을 공개하는 인사청문회 검증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이순신 장군이 존경받는 이유는 도덕성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장군으로서 왜적을 무찌르고 민생을 돌보는 탁월한 능력과 업적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 정치는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만을 따지는 ‘도덕지상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능력과 업적으로 평가하는 현대적인 인사청문회 관행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당위성을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인들은 정치가 지배하는 공적인 영역과 도덕이 지배하는 사적 영역을 분리하는 근대적인 정치관보다는 전근대적으로 도덕의 관점에서 정치를 보고 해석하는 도덕정치경향이 강했다. 조선 선비들이 추구했던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정치적인 것’을 수신제가라는 ‘사적인 영역’의 연장선상에서 치국평천하라는 ‘정치적인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것’을 처지가 다른 동료나 시민들을 상대로 한 대화나 토론보다는 가부장이 가정을 지배하는데 필요한 자연 섭리를 깨닫는 수양이나 관조 그리고 가정관리의 지배술로 통치행위와 공적인 것을 생각하는 ‘도덕지상주의 정치’가 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도덕지상주의 정치가 강할수록 자신은 선과 성인으로, 상대는 적과 악마로 나누는 선악의 이분법이 작동하게 될 수밖에 없기에 여야대치는 더욱 극렬해지는 게 당연하다. 여야 대치가 극심한 지금의 인사청문회는 정권을 공격하는 수단이 돼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도덕성 검증과 함께 또 다른 제도 취지인 정책능력 검증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청문회가 열렸다 하면 여당은 무조건 감싸기만 하고 야당은 흠집내기에만 골몰하니 ‘안 봐도 비디오’가 된 게 지금의 제도라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둘째, 법 개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완사항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의 인사청문회가 미국 제도를 일정 모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극한 여야간의 대결과 인사파행을 겪은 이유가 인사청문회 제도 탓인지 아니면 진영논리에 따른 정쟁문화의 탓인지를 분명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회 내의 토론과 협의로 ‘꼬투리 잡기’식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문제이지, 단순하게 청문회의 일부를 비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당 간의 신뢰와 합의가 사라진 ‘한국 정쟁의 정치문화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래서 제도와 문화의 순기능적 접합을 위해 인사청문회 제도와 더불어 정쟁의 정치문화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공직자 상(像)의 정립부터 필요

셋째, 여야의 신뢰문화를 키우는 새로운 인사기준과 검증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당의 후보가 집권을 하든, 새정부 출범 때마다 ‘측근 인사’, ‘낙점 인사’, ‘코드 인사’, ‘내로남불 인사’와 같은 인사파행이 있었다. 인사파행으로 야기된 여야대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공직자 상(像) 정립이 필요하다.

우선, 위선적인 강남좌파들의 물질주의와 권위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 나눔과 배려를 통해 생활 속 탈물질주의와 탈권위주의를 실천하는 ‘신진보(생활진보, 문화진보)’의 모습이 요구된다. 특히, 경제난으로 어려운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과도한 부와 권위주의적 색채를 지닌 인사들을 선도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다. 고통받는 이웃과의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지 않은 채, 이념적 편향성과 독단적 행동으로 권위주의적 습속을 보인 불통인사들은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 2019년1월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법무장관 인준청문회에서 지명자로 나서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 2019년1월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열린 법무장관 인준청문회에서 지명자로 나서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넷째,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미국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롭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 취임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청문회 제도는 역량 검증에 초점을 맞추는 데 성공하고 있다. 미국은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FBI, 국세청 등에서 1년 가까이 중복 검증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검증 범위도 경력, 재산, 음주운전은 물론이고 가정생활, 이성 관계, 가족 배경, 교통법규 위반 여부 등 제한이 없다. 문제 있는 후보들은 이 과정에서 가차없이 탈락한다.

우리도 미국의 6단계 인사청문회 절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6단계는 ①백악관의 후보자 물색 및 자체검증→ ②복수 후보자 중 최종후보자 낙점→ ③연방수사국(FBI)과 국세청(IRS)의 탐문조사→ ④관계기관의 신원조사→ ⑤백악관의 최종점검과 대통령의 지명→ ⑥상원 인사청문회 진행이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하는 데 초당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못받은 인사는 임명 배제해야

다섯째, 법 개정안에 여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도덕성을 비공개로 검증하고 정책능력을 공개로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방안을 수용하되,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받지 못한 인사를 대통령의 임명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현행 인사청문제도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임명권자가 임명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야당은 어차피 인사청문회를 거치더라도 임명권자가 임명할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신상털기'와 '모욕주기'로 일관하고,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에도 고의로 협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당이나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인사청문기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민감한 자료는 최대한 제출을 거부하고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여야 모두가 새로운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해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방식에 동의하고 보완사항에 대해 합의할 수 있을 때 우리정치가 한발 더 나갈 수 있다. 1차에서는 비공개청문회로 도덕성을 검증하고, 2차에서는 공개청문회로 정책과 직무능력 및 소통능력을 검증하는 새로운 인사청문회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으로 반복되는 국회와 대통령의 ‘인사파행’을 막고 토론문화를 선진화하는 게 우리정치의 살길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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