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오지날] 포커스와 싱어게인, 귀를 자극하는 음악 프로그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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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오지날] 포커스와 싱어게인, 귀를 자극하는 음악 프로그램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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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일색 방송가에 신선한 바람
포커스, 포크 음악의 부활을 선도하려는 듯
싱어게인, 가창력과 진정성으로 도전하는 경연자들
제작자들, 음악 다양성 제시한 것으로 만족하지 말길
'오지날'은 '오리지날'과 '오지랖'을 합성한 표현입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려합니다. 제작자나 당사자의 뜻과 다른 '오진' 같은 비평일 수도 있어 양해를 구하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강대호 칼럼니스트] 트로트 아닌 음악이 주인공인 ‘포커스’와 ‘싱어게인’은 트로트 일색인 방송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20년 지상파의 경연 프로그램 트렌드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트로트’ 혹은 ‘트롯’이다. 주말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KBS2의 ‘불후의 명곡’과 MBC의 ‘복면가왕’에는 트로트 가수들이 경연 도전자로 나올 때가 많아졌다. 이 프로그램들은 소재 자체가 음악이라 그즈음의 음악 트렌드와 대중의 관심사를 반영하여 출연진을 뽑을 수밖에 없다. 트로트 가수들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아예 방송 소재 자체가 트로트 경연인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첫 주자는 SBS의 ‘트롯신이 떴다’이다. 그 뒤를 이어 MBC에서는 ‘트로트의 민족’을 선보였다. 이 두 프로그램은 방송일에 각기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KBS에서도 트로트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2월부터 방송되는 ‘트롯 전국체전’이 그것이다. 유명 트로트 가수들이 감독 혹은 코치가 되어 8도의 트로트 가수 도전자들이 경연을 벌이는 콘셉트다.

2019년 어느 종편에서 시작한 트로트 경연 열풍이 지상파까지 몰아친 것이다. 나와도 너무 나와서 일부에서는 트로트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트로트 아닌 음악을 소재로 한 경연 프로그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들은 트로트에 지친 대중의 귀를 자극할 수 있을까.

엠넷의 '포커스' 사진=엠넷
엠넷의 '포커스' 사진=엠넷

Mnet ‘포커스’, 기타와 목소리 그리고 포크 음악

Mnet의 ‘포커스(Folk Us)’는 한 시절을 풍미했던 포크 음악의 부활을 꿈꾸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첫인상은 무척 낯설다는 것이다. 부정적 의미가 아니고 오래도록 쓰지 못한 그런 감각을 깨우는 느낌이었다. 그런 느낌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기타’가 그런 자극을 일으킨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기타 등등’ 할 때 기타가 아닌 악기로서의 기타(guitar) 말이다. 철로 만든 굵고 얇은 여섯 개의 줄을 퉁기면 나무통을 울리며 퍼지는 신비한 소리를 내는 악기. 그리고 그 기타 소리에 얹힌 사람의 목소리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Mnet의 ‘포커스’는 1970년대를 풍미했고 80년대와 90년대도 그 명맥이 살아있었던 포크 음악을 부활하고자 한다. 그때의 포크 음악을 들으면 날것, 혹은 ‘생’음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여러 악기로 편곡한 포크 음악도 물론 좋지만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커스’도 이런 포크 음악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기타를 맨 도전자가 무대에 올라온다. 앞에는 심사위원들만 보인다. 마치 전장에 총 한 자루만 들고 투입된 병사와 같은 모습이다. 어쩌면 여느 경연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쩌면 방송을 보는 대중에게 낯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꽉 채우는 사운드라니.

‘포커스’는 지난주 첫 회 방송에서 포크 음악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전자 음악으로 꽉 채운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의 예측 가능한 리듬이 대세인 요즘 음악 트렌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jtbc ‘싱어게인’. 사진=jtbc
jtbc ‘싱어게인’. 사진=jtbc

JTBC ‘싱어게인’, 피지 못한 꽃을 다시 피우기 위해

JTBC ‘싱어게인’은 재야의 실력자 혹은 대중으로부터 잊힌 비운의 가수에게 기회를 다시 한번 주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노래는 아는데 그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모르는 무명가수, 한때 유명 팀에 속했지만 개인으로서는 누군지 모르는 전직 아이돌, 그리고 아예 진짜 무명인 찐무명 가수들이 나온다.

이 방송에서 눈에 띄는 건 경연자 가슴에 붙인 이름표다. 정확히는 번호표다. 이름 대신 번호를 붙인 것이다. 11호 53호 같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후, 혹은 궁금증을 유발한 후에 이름을 공개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경연인 만큼 탈락자는 이름을 공개하고 무대 뒤로 사라진다.

만약 경연자 중 자신의 히트곡이 있다면 그 노래를 경연곡으로 부른다. 그 곡들이 워낙 유명해서 심사위원들이 전주만 듣고도 놀라는 장면들이 여러 번 있었다. 물론 그런 유명세가 합격 조건이 되지는 않았지만.

JTBC ‘싱어게인’은 가창력과 진정성을 보여준 도전자를 주로 선택한다. 이를 심사위원 유희열은 “가수가 가진 매력”이라고 표현했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이에 공감했다. 아무리 과거에 유명한 곡을 불렀다 해도 현재 그가 대중을 만족시킬 가창력과 가수로서의 매력이 없다면 탈락시키고 만다. 반면 두 번째 방송이었던 지난주 ‘싱어게인’에는 눈에 띄는 도전자도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과거 히트곡은커녕 변변한 활동 경력도 없는 ‘찐무명’ 도전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노래로만 승부를 걸었다. 심사위원들은 이들에게서 약점도 보았지만 이들이 가진 음악에 대한 진정성 혹은 가수로서의 매력을 발견하고는 다음 도전의 기회를 주었다. 사실 심사위원들이 이야기하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가수의 매력은 다른 음악 장르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론적으로는.

하지만 JTBC의 ‘싱어게인’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재야 고수들의 혼신을 담은 노래에서 그 진정성과 매력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만든다. Mnet의 ‘포커스’도 마찬가지다. 기타가 만든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시와 같은 노랫말, 여기에 이런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함께 하는 포크 음악을 대중의 귀에 각인시키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 음악이 대세인 현실에서 전혀 다른 음악 어법으로 대중의 취향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방송은 과연 트로트 일색인 방송가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현재까지 미디어의 반응들은 긍정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트로트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부의 관심만으로 트로트가 장악한 지금의 방송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경연 프로그램으로서 제작진들의 현명한 설계가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사례에서 어떻게 트로트라는 장르가 신드롬을 일으켰는지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기엔 우승자만 빛나는 것이 아닌 탈락자들도 함께 빛나게 한 팬덤이 있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도전자들의 꿈과 땀을 알아본 팬들의 응원도 있었겠지만 그런 분위기를 편집에 발 빠르게 반영한 제작진의 공도 크다.

방송국과 제작진이 ‘포커스’와 ‘싱어게인’을 트로트 일색인 방송가에서 다양성을 보여준 것으로만 위안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승자와 일부 출연자만 이슈가 되고 방송 종료와 함께 모든 이슈가 사라졌던 과거 많은 경연 프로그램들과 같은 운명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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