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h so! 베를린] 독일에서도 애끓는 학부모...'학교방역 허점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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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 so! 베를린] 독일에서도 애끓는 학부모...'학교방역 허점 투성이'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 승인 2020.11.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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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업장 부분폐쇄 조치...교육권 이유로 "학교만 개방"
코로나 앱은 '무용지물'...추적도, 검사안내 기능도 없어
불안감에 자녀 등교 막으면 '불법'...부모들 어쩔줄 몰라 '발동동'
급기야 학부모단체, 지방정부 상대 소송 들어가
독일정부, 자녀 건강권 보다 '교육권' 더 중시하는건 문제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최수정 베를린 통신원] 독일이 부분폐쇄로 들어간 것은 지난 11월 2일부터다. 그리고 3주가 지났다. 부분폐쇄의 목적은 당시 급격하게 증가하는 코로나19 감염사태를 완화하기 위함이었다. 지난 3월에 실시했던 '록다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가정 이상 모여서는 안되고 모든 식당, 호텔, 숙박, 문화시설의 영업이 정지됐다. 물론 이렇게 영업이 정지된 가게, 회사에 대해선 작년 수입의 75%까지 보전해주기는 한다. 그런데 지난 3월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학교와 유치원을 계속 개방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 그것이다. 학교는 왜 계속 개방하는 걸까?

학교와 유치원만은 왜 계속 개방할까

독일 정부는 지난 3월 전면 폐쇄 기간동안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기회를 보장받지 못해서 학습력이 매우 떨어졌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어떠한 상황이라도 아이들의 교육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한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형인 필자는 이같은 조치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차원에서 학교를 계속 연다는 소식에 독일정부가 코로나19의 전염성과 치명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수 없었다.

최근까지 독일에서 아이들은 아침 8시부터 학교에 나가 수업시간에는 마스크를 벗고 수업을 했다. 수업시간 내내 마스크 착용으로 지침이 바뀐 것은 며칠 전부터다. 그 전까지 교실에 25명이 밀집해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수업을 강행했다. 어느 한사람이라도 무증상 감염자가 있다면 삽시간에 교실내 집단감염으로 퍼졌을 게 불 보듯 한 상황이었다. 무슨 근거로 이런 조치를 강행한 걸까?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을 때 부모중 한 쪽은 회사로 출근할 수가 없다. 특히 4학년 이하 저학년 또는 유치원생 자녀를 집에 방치하고 일터로 가는 것은 독일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데 독일에서 부분 폐업을 하면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인 부모는 집에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의료인의 가정에서는 자녀를 돌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부모들 사이에서도 자녀들의 등교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게 사실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에 독일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출처=rbb24.de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에 독일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출처=rbb24.de

부분폐쇄하지만 감염속도는 '확산일로'에

부분폐쇄가 진행되는 동안 서서히 전염속도가 늦춰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으로 굳어지고 있다. 코로나 확산 속도가 전혀 느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첫째 주 하루 신규 감염자가 2만명에 육박하면서 2차 확산의 공포가 독일을 엄습했다. 

당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보다는 훨씬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자신하고 있던 독일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지금 부분폐쇄 3주째임에도 불구하고 신규감염 환자의 숫자는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인구 380만 정도의 도시인 베를린에서 날마다 1천명이 넘는 코로나 신규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 실감난다. 어제 코로나 앱을 깔고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고 돌아와서 확인해보면 갑자기 5명 정도의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소식이 떴다. 이것이 1차 접촉인지, 2차 접촉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이 코로나 앱을 확인하고서, 검사를 하러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아무런 지침도, 연락도 없다. 코로나 앱이 코로나로부터 어떠한 추적기능을 해주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다운로드했던 주변 지인들은 운영해 본 후 대부분 삭제했다고 한다.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ICT 활용을 통한 전염병 통제 능력은 거의 실패에 가깝다.

독일의 코로나 앱
독일의 코로나 앱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서 지난 주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필자의 작은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설명도 불분명했지만 코로나 확진자와 1차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8명의 아이들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학교는 여전히 평소와 같이 운영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소식도 곁들였다. 1차 접촉자라고 분류한 학생이 학교에 있다면 학생들의 검사결과가 '네가티브'로 나올 때까지 다른 학생들도 격리조치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베를린 당국은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의 정보공유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학생이 누구인지 모르는데 아이를 계속 학교에 보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이의 등교를 중단시키고 병원에 가서 별도의 코로나 검사를 요청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설명을 듣더니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독일에서는 이런 경우 코로나 검사를 할 수가 없고, 만약 하게 되면 개인적으로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검사대기가 길어서 1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결국 기다릴 수 있고 별도의 비용도 지불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하고 나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학내 코로나 관리,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 이어져

아이가 며칠째 학교에 가지 않자 담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부모로서의 걱정을 설명하자 "이해는 하겠는데 독일에서는 부모의 독단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그러니 의사가 써 준 처방전에 따라 1주일이 지나면 반드시 학교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홈스쿨링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누군가 많은 확진자가 발생해서 문을 닫지 않는 한 휴교는 없는 것이다. 대안도 없는 이런 교육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이들의 안전을 두고 이런 정책을 구상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많은 학교에서 무증상감염 학생이 나오기 시작했고 납득하기 어려운 1차 접촉자와 2차 접촉자의 분류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반 학생인데 확진된 날 등교한 학생은 1차 접촉자이고 그날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2차 접촉자가 된다고 한다. 무증상 감염자가 언제 감염되었는지 어떻게 확진당일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독일 정부의 질병대응에 대한 원칙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라디오에서는 의사들이 한결같이 "감염된 자들의 대부분이 감염경로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한다. 그냥 접촉을 줄이는 것 외에 추적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이니 알아서 조심하라고 한다.

학생 건강권 경시하는 독일정부에 '유감'

급기야 11월 21일에는 "New4Teacher(www.news4teachers.de)"에 따르면 교육과학연합회(GEW)가 바이에른 주와 뮌헨 시를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원칙 위반으로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분명 학교가 위험하니 1.5m 거리를 유지하고 학급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로버트-코흐연구소(우리나라 질병관리청과 유사한 연방공공보건연구소)의 권고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는 당국을 고소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으로 지방 정부가 법정에 서게 되는 최초의 사건이 될 것이다.

지금 독일의 학교에서 감염자가 나오기 전에는 격리조치도 없다. 마치 외나무 다리를 타듯 날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끼고 등교하여야 한다.

개인의 정보보호는 시민사회를 유지하는 금과옥조로 중요시하면서, 아이들의 건강권을 경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의 교육권이 건강권보다 중요하다고 국가가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그 증세가 경미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아이들이 가정의 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뛰어넘지 못한다. 코로나 대응은 모든 국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이들의 교육권을 근거로 등교를 강제하는 독일 정부의 판단이 유감스럽기만 하다.

● 최수정 베를린 통신원은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Ach So!는 '아하!` 라는 뜻의 독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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