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시대…현금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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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시대…현금이 최고다
  • 김인영
  • 승인 2016.01.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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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가능성으로 자산가치 감소…살아남는 자가 승자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우리 금융시장도 더불어 급락했다. 경제계의 새해 화두도 위기와 구조조정, 경쟁력 강화다. 중국이 흔들리니, 기업인들도 내부적으로 흐트러진 곳을 다지는 한해를 다짐하겠다는 얘기다.

 

마이너스 금리, 수출 감소, 물가 하락, 국제유가 폭락, 원화가치 하락, 투자수익률 마이너스….

지난해 경제를 설명하는 많은 수치들이 마이너스 영역에서 움직였다. 2016년 새해도 그 수치들이 플러스로 돌아설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관료나, 경제분석가들은 새해가 되면 늘상 하반기엔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하다가, 하반기에 가면 내년에 좋아질 것이라곤 한다. 올해도 그럴 공산이 크다.

이럴땐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옳을까. 주식에 투자하나, 부동산인가, 채권이 수익을 내줄까. 올해 예상되는 몇가지 상황을 보면서 투자 방향을 설정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도 지난해처럼 현금이 가장 좋은 투자일 것 같다. 세계 경제를 보거나, 우리 경제의 여건을 보거나, 현금을 쥐고 있거나, 현금성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 방향으로 관측된다. 현금이란 손에 쥐는 현찰은 물론 요구불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다.

 

미국, 지난해 최고 수익률은 현금…대공황 이래 처음

세계 최대 자산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보자. 지난해 미국의 자산중 최고의 투자처는 현금이었다. 다른 자산 투자는 나빴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표적 투자자산인 주식, 채권, 원자재, 현금 중에서 지난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은 현금으로, 수익률은 0.1%에 달했다.

현금이 주요 자산 중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80년 만이다. 이는 1930년대 인류가 겪은 최대공황을 겪은 이래 처음이라는 얘기이며, 작금의 세계경제와 자금시장이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반증한다.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대표는 "80년 전으로 되돌아간 자료를 받았다"라며 2015년은 "역대 최악의 해"라고 말했다.

특히 원자재 자산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2% 하락했고, 지난 5월 고점 대비로는 40% 이상 떨어졌다. CRB 원자재지수는 올해 25% 하락했다.

10년물 미국 국채(TB) 가격도 지난해 0.9% 하락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0.066%포인트 올랐다. 

주식은 나스닥지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대다.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2.2% 떨어졌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34% 하락한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S&P 지수도 한 해 동안 0.7% 떨어졌다. 나스닥 지수만 5.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모든 금융자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태에서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쥔 사람이 수익을 내는 대공황 이후 초유의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과잉생산에 따른 디플레…자산수익률 감소 가능성

이처럼 모든 지표와 수익률을 마이너스의 수렁에 빠트리는 원흉은 글로벌 과잉생산이다. 그 한축이 중국이고, 다른 한축은 산유국을 필두로 원자재 생산국가들이다. 쌍둥이 태풍이 지난해 전세계에 과잉공급에 의한 경기침체를 몰고 왔고, 올해도 그 영향권에 놓여 있다.

2011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율은 45%에 달했다. 이는 과거 어느 나라도 도달해 보지 못한 수치다. 반면 수요는 취약하다. 올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 등 거의 모든 국가의 수출이 감소했다. 주요국들의 수출 감소는 세계 수요 증가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원유 시장도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국제 유가는 과잉 투자의 산물이다.

 

지금 세계 경제가 앓고 있는 병은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디플레이션 현상이다. 디플레이션은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최근의 제조업 디플레이션은 투자 중심으로 달려온 중국의 성장 속도가 현저히 둔화하면서 수요는 위축되는 반면 과잉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이 상호 작용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한 2011년 중반 이후 세계 제조업은 디플레이션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런 점이 제조업 강국인 국내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한 국내 조선업의 어려움, 좀처럼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철강업종의 장기 불황도 세계 디플레이션의 여파다. 제조업 디플레이션은 공급자의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 없는 생산자가 퇴출당하거나, 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해 생산량을 줄여야 디플레이션이 극복될 수 있다. 중후 장대형 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질 구조조정은 내년 세계 경제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고, 제조업 강국 한국도 세계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구조조정이 관건

이런 상황에서 각국이 취할 방법은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유도해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일본은행(BOJ도 추가로 양적완화를 예고해 지난해에 이어 엔화 가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를 지속시켜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두 축인 유럽과 일본의 국채는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들었다. EU의 마이너스 채권이 지난해 1조6,700억 달러에 이르렀고, EU중앙은행은 1월부터 회원국이 발행한 국채 매입에 나서 2017년 3월까지 1조5,000억 달러 규모를 추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독일의 국채금리가 –0.337%에 거래됐다.

세계 제조업체들의 디플레이션 극복 과정에서 광범위한 구조조정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단위로 진행되는 기업 퇴출 과정에서 자원 부국의 위험과 에너지 기업, 한국의 중소기업과 중후 장대형 산업의 재무 위험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 조선과 항공, 캐피탈 등 업종의 실적 부진 속에 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으로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결국 신용이 악화되면서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늘고 산업계 전반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은 발행 여건이 나빠지면서 순발행 감소 추세를 지속했다"며 "기업의 등급 조정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뤄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과를 냈다.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금융을 말하는데, 그 규모가 줄어든데다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은 각국의 환율과 금리의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캐리트레이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유럽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이어가며 돈을 계속푸는데 비해 미국은 금리를 올리기 때문에 금리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캐리트레이딩의 여건이 풀리게 된다. 즉 달러의 금리가 올라가고 통화가치가 상승하므로, 금리+환율의 이득을 챙길수 있게 된다.

 

살아남는자가 승자

새해 경제의 성패는 시스템 위험이 커지는 과정에서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틀에서 보면, 미국 달러를 확보하거나,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하면 원화 현금을 쥐고 있는 게 모든게 마이너스인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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