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칼럼] 즉시연금보험 소송결과가 갖는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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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칼럼] 즉시연금보험 소송결과가 갖는 의미들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승인 2020.11.23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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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즉시연금보험 소송 승패 엇갈려
미래에셋, "만기환급금 고려" 약관 있지만 충분한 규정못돼
보험사, 즉시연금보험 16만명 8천억원 보험금 미지급상태
금융당국, 개선점 마련에 힘써야...법원도 조화로운 판결하길
박민재 대륙아주 변호사
박민재 대륙아주 변호사

[박민재 대륙아주 변호사] 즉시연금보험 계약자들이 월 연금액의 추가 지급을 요구하며 생명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생명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즉시연금보험 분쟁, 법원 판결 속속

NH농협생명 계약자들은 패소하였고, 미래에셋생명 계약자들은 승소하였다. 보험회사마다 약관이 다르고, 보험상품을 판매한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소송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즉시연금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보험회사는 다음 달(또는 다음해)부터 매월(또는 매년) 생존연금을 지급하며,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 납입한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보험계약자가 1억원의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① 보험계약자는 1억원을 보험회사에 지급한다.
 ② 보험회사는 1억원에서 사업비(계약 체결, 유지 비용 등)와 위험보험료(사망보험금에 충당하기 위한 보험료)로  600만원을 차감한다.
 ③ 보험회사는 나머지 9400만원의 순보험료(2기 부터는 연금계약 적립액)에, 공시이율(보험회사가 보험개발원의 공시기준이율을 감안하여 일정기간마다 산출하여, 적립금에 적용하는 일종의 변동금리)을 적용하여 이자 상당액을 계산한다.
 ④ 보험회사는 이자 상당액중 일부는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만기에 1억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등으로 공제한 6백만원의 부족분을 메꾸어야 함)으로 적립한다.
 ⑤ 보험회사는 이자 상당액의 나머지를 보험계약자에게 생존연금으로 지급한다.
 ⑥ 보험계약자 사망(또는 만기)시, 보험회사는 1억원을 지급한다.

그런데 문제는 ④항에 관한 것이다. 보험계약자들은 보험회사가 이자 상당액 중 일부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적립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이 부분을 추가로 달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도 민원을 제기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연금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기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공제한 보험금을 일괄 지급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NH농협생명은 달랐다. NH농협생명은 약관에 '가입 후 5년간은 연금 월액을 적게 해 5년 이후 연금 계약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계약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공제한 후 매월 연금으로 지급한다는 취지를 약관에 기재한 덕분에, 금융감독원에 제기된 민원과 수원지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에서 웃을 수 있었다.

약관에 이러한 사실을 명시하지 않는 보험회사는 계약자들에게 ④항의 금액, 즉 이자액 상당 중 만기보험금 적립을 위한 재원으로 적립해 둔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할까?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들에게 만기보험금 적립을 위한 재원 적립에 관하여 설명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④항의 금액을 공제하지 않은, ③항의 이자액 전부를 월 연금액으로 지급하여야 할까?
 
보험업법 제95조의 2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의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일반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경우에는 보험료, 보장범위, 보험금지급 제한 사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일반보험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보험업법시행령 제42조의 2는 중요 사항을  “1. 주계약 및 특약별 보험료 2. 주계약 및 특약별로 보장하는 사망, 질병, 상해 등 주요 위험 및 보험금 3. 보험료 납입기간 및 보험기간 4. 보험회사의 명칭, 보험상품의 종목 및 명칭 5. 청약의 철회에 관한 사항 6. 지급한도, 면책사항, 감액지급 사항 등 보험금 지급제한 조건 7. 고지의무 및 통지의무 위반의 효과 8. 계약의 취소 및 무효에 관한 사항 9. 해약환급금에 관한 사항 10. 분쟁조정절차에 관한 사항  11.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의 경우 제33조의2제4항제2호에 따른 소비자에게 보장되는 기회에 관한 사항 12. 그 밖에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하여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사항”이라고 구체화하고 있다.

판례도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가 고객에게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하여야 하는지는 보험상품의 특성 및 위험도 수준, 고객의 보험가입경험 및 이해능력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구 보험업법(2010. 7. 23. 법률 제103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1항, 제95조 제1항, 구 보험업법 시행령(2011. 1. 24. 대통령령 제2263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등에서 규정하는 보험회사와 보험모집종사자의 의무 내용이 유력한 판단 기준이 된다. 그리고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은 반드시 보험약관에 규정된 것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약관만으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상품설명서 등 적절한 추가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개별 보험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관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면서 설명의무의 정도는 구체적 계약마다 달라질 수 있음을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다229536 판결)

즉시연금보험 약관과 상품설명서 등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거나 보험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상품의 중요사항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사가 즉시연금보험 미지급금 소송에서 승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즉시연금보험 약관과 상품설명서 등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거나 보험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상품의 중요사항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사가 즉시연금보험 미지급금 소송에서 승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미래에셋생명이 소송에 진 진짜 이유
 
그런데 월 연금액 산출방법이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하여야 하는 중요 사항에 해당할까?

즉시연금보험은 기존 보험과 달리, 연금가입금액은 일정하지만 공시이율이 변동됨에 따라 이자액 상당이 달라지고, 계약자가 수령하는 월 연금액도 달라진다. 보험회사가 공시이율을 적용하여 얻은 이자액 중 일부는 만기보험금 적립 재원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생존연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이 즉시연금의 특성이다. 그러나 만기보험금 적립 재원과 월 연금액 지급액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보험상품 중 특정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므로 이자액 상당 전부 또는 일부를 월 연금액으로 지급하는지를 포함하여, 월 연금액의 산출방법의 대략적인 구조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약관이든 산출방법서이든, 만기보험금 적립재원과 관련된 사항을  계약자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의무가 이행이 되었다면 보험회사가 추가적으로 월 연금액을 지급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이다.

약관에 기재된 중요 사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때에는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 제4항). 약관에 만기환급금 적립에 관한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은 채 산출방법서에만 만기 보험금 적립 재원 충당에 관하여 설명되었다면, 산출방법서를 약관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산출방법서를 계약자에게 제공 또는 설명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계약자들이 승소한 미래에셋생명의 약관에는“계약자 적립금을 기준으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을 연금월액으로 지급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여기서 약관에 기재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보험 가입시의 구체적 상황은 보험회사마다, 그리고 계약자마다 다를 것이다. 각 보험회사의 약관이 어느 정도 구체적인지에 따라, 보험 모집인이 얼마나 친절하고 전문적으로 보험 계약자의 이해를 고려하는가에 따라, 계약자가 얼마나 꼼꼼하고 분석적인지에 따라 이 문구에 대한 추가 질문이나 설명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과일 바구니를 들고 온 보험모집인의 “회장님!”, “사모님!”으로 시작하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1억짜리 한 건’ 계약해주는, ‘보험모집인을 위한 보험계약 체결’의 경우에는 월 연금액 총액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이자액 중 일부가 어디로 가는지는 관심이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돋보기 꺼내서 보험조건을 검토하는 ‘나의 노후를 위한 보험계약 체결’의 경우에는, 정기예금과 즉시연금을 비교하고 정기예금 이자보다 낮을 수 있는 월 연금액 총액에 관하여 설명을 요구하였을 수 있다. 만약 추가 설명이 있었다면, 보험회사는 계약자의 설명의무위반 시비로부터 책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설명이 없었다면, 보험회사가 이 문구의 기재만으로 중요 사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라는 문구는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월 연금액이 공시이율을 기초로 산정한 이자액의 전부가 아니라, 가감이 있다는 뜻이다. 즉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라는 기재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문구만으로 계약자가 공시이율을 기초로 산정한 이자액 중 얼마만큼을 자신이 월 연금액으로 수령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충분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계약자에게 교부한 가입 설계서에 특정 공시이율을 적용할 경우와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할 경우의 월 연금액이 예시되어 있다면, 계약자는 공시이율의 증감 비율에 따라 대략적인 월 연금액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계약자는 복잡한 산출방식보다는 월 연금액의 예시가 훨씬 이해가 빠르고, 또 월 연금액의 다과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한편,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제5조 제2항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란 표현을 두고,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와 약관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는 다르다.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는 경우라 함은 어떤 취지인지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경우를 말하는 것이나, 이 경우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이라는 표현은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자액 전액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은 명백하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업비 등 보험회사의 운영경비가 소요되지만, 계약자의 사망(또는 만기)시에는 연금가입금액 전부를 지급하여야 하는 즉시연금의 구조상 공시이율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률을 올리지 않는 한 이자액 전부를 월 연금액으로 지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월 연금액 산출방법 등이 자세하게 기재된 산출방법서에 대하여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받았다. 보험회사가 보험계약 체결시 계약자에게 의도적으로 만기환급금 적립재원에 관하여 숨겼다거나, 추후에 꼼수를 부렸다고 보기 어렵다. 보험계약 당시와 보험금 지급조건이 변경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만기환급금을 고려하여”라는 명시적인 기재를 무시하고,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이자액 전부를 계약자들에게 지급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8천억원, 고객수 16만명

2018년 기준, 보험계약자들의 주장에 의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는 8000억원, 고객 수는 16만명에 이른다.  각 보험회사의 약관의 기재 내용과 보험 가입시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개별 소송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금융감독원의 결정(금융분쟁조정위원회 2017. 11. 14. 2017-17호,   2018. 9. 18. 2018-13호)과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1심 판결의 취지대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연금지급 개시시의 연금계약 적립액(최초는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 전부를 생존연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면, 보험회사의 수지에는 엄청 심각한 적신호가 켜질 것이다.

이상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의 길은 멀고도 지난하다. 계약자, 보험회사, 금융당국, 법원 모두 ‘이상’에 가까이 가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울여 노력하여야 한다. 계약자도 무조건 “몰랐다”라면서 보험회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입하는 금융상품이 어떤 것인지 따져보고 공부해야 한다.

내 재산의 관리 책임은 1차적으로 나에게 있다. 보험회사도 보험계약 체결 과정을 좀 더 합리적이고, 전문적으로 개선하고, 친절하고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금융당국도 사후 약방문을 낼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개선점을 마련하여야 한다. 법원도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되,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사정을 충분히 검토하여 조화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 길게 보고, 멀리 보고, 함께 노력하는 공존의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 박민재 변호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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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0-11-26 18:43:47
알기 쉽게 잘 설명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객관적이고 분석적으로 잘 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