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역사상 가장 값비싼 발언 쏟아낸 '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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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역사상 가장 값비싼 발언 쏟아낸 '마윈'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11.1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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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중 정부 강도높은 비판 후 앤트그룹 상장 무산
WSJ "시진핑 주석이 상장 불발 직접 결정 내렸다" 보도
BBC "단순한 中 당국 심기 거스른 탓 아니라 알리페이 대출시스템 지적"
마윈, 상장 재추진 전망 우세..다만 앤트그룹 가치평가는 낮아질 듯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한 후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중단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당국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한 후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중단됐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지난해 9월10일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알리바바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창업자인 마윈(馬雲)의 모습은 그의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날 마윈은 은퇴를 선언했다. 마윈은 마치 록스타와 같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고 중국 유명 록가수 왕펑의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회장 자리를 이어받은 장융 회장과는 '유레이즈미업(You raise me up)'을 불러 수만명의 직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당시 언론은 자신을 드러내길 좋아하고 쇼맨십이 강한 '마윈다운' 은퇴식이었다고 평가했다. 

"도발적인 마윈..역사상 가장 값비싼 발언이었다"

모건스탠리 출신으로 마윈과 알리바바에 대한 저서 '알리바바'를 쓴 던컨 클라크는 BBC를 통해 "마윈은 구속이나 잘 짜여진 각본을 싫어하고, 도발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평가했다. 

구속을 싫어하고 도발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마윈은 지난 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 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금융 당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그는 중국 은행들을 '(담보가 있어야 대출을 해주는) 전당포'로 폄하하고, 은행건전성규제 시스템 '바젤'에 대해서는 '노인클럽'이라고 비난했다. 왕치산(王峙山) 국가 부주석,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등 중국의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지만, 마윈은 작심한 듯 당국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발언을 쏟아냈다.

대가는 컸다. 중국 금융당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됐던 앤트그룹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앤트그룹이 주력 부문으로 키우려던 소비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도 발표했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 반독점 방지안 초안도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내린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IPO 중단을 처음 제안한 이가 시 주석인지 아니면 다른 당국자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예정대로라면 마윈의 앤트그룹은 지난 5일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됐을 것이고, 사상 최대 규모의 IPO로 기록됐을 테지만 급작스레 중단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10월 말 마윈의 발언은 역사상 가장 값비싼 발언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앤트그룹 상장 불발 이유 두고 해석 분분 

앤트그룹의 상장 불발을 두고, 세계 언론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추측은 마윈의 노골적인 발언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마윈의 발언 이후 중국 당국이 내놓은 규제들, 즉 소비자 대출 규제 강화 법안이나, 거대 플랫폼 사업자 반독점 방지안 초안 등이 모두 알리바바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는 기술 억만장자들을 겨냥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비판자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런즈창(任志强) 전 화위안(華遠) 그룹 회장은 올 초 시 주석을 겨냥해 '알몸으로 황제가 되겠다고 우기는 광대'라고 비판한 후 체포돼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지난 9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언급하며 "시 주석은 어떠한 기업도 국가에 도전할만큼 규모가 크거나 가치있는 기업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시 주석은 자신의 권위를 위협하고, 부와 권력을 축적한 민간 대기업들에 대해 낮은 관용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앤트그룹 소비자대출, 중국 금융시스템 위기 초래할까 우려"

일각에서는 앤트그룹의 급격한 성장이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그간의 중국 정부의 우려가 앤트그룹 상장 불발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오랫동안 앤트그룹을 통제하고 싶어했다"며 "알리페이 등으로 앤트그룹은 중국 금융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생각해왔다"고 보도했다. 

BBC 역시 "마윈의 발언이 단순히 규제당국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중국 당국은 중국 내 인터넷 대출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 그리고 이들이 보다 광범위하게 금융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해왔다"고 설명했다. 

조지 칼훈 스티븐스 공대 국제금융학 교수 역시 포브스 기고를 통해 "앤트그룹 상장 불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앤트그룹의 사업 모델에서 발생하는 시스템적 재무 위험이 심각하게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앤트그룹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포트폴리오는 마치 화산이 중국 금융시스템을 향해 유독성 가스를 내뿜고 있는 것과 같다"며 "이것을 바로잡는 것은 앤트그룹의 예상 밸류에이션을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중국의 거대한 소비 금융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운영하고, 세계 최대 금융시장 펀드도 운용하며,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이다. 앤트그룹의 IPO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앤트그룹 시가총액은 약 3130억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시총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앤트그룹의 핵심 사업은 알리페이와 소비자대출이라는 것. 이 중 소비자대출은 제도권 은행에서 신용을 얻지 못한 고객들, 즉 서브프라임을 대상으로 무담보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칼훈 교수는 "앤트그룹은 이들의 신용도를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돼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쉽게 대출을 제공한다"면서도 "중요한 점은 실질적으로 대출을 행하는 것은 은행이고, 위험을 소유하는 것도 은행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하자면 앤트그룹은 중간에서 중개 수수료를 취할 뿐 소비자들은 앤트그룹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채무불이행의 위험은 은행이 고스란히 떠맡게 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대출은 앤트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등 가장 큰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았다. 

칼훈 교수는 "규제 당국이 이같은 사실이 앤트 그룹의 가치평가에 미칠 영향을 뒤늦게 깨달은 것 뿐"이라며 "이는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줄 수 있고, 중국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더욱 뒤흔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리앤트캐피털리서치의 설립자인 앤드루 콜리어는 "중국의 대형 국영은행을 보호하기 위함이 이번 움직임의 하나의 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쉬운 소비자 대출로 인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구실을 (규제 당국이) 찾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내놓은 새로운 규제안에 따르면, 앤트그룹과 같은 인터넷 대출 플랫폼은 앞으로 대출자금의 30% 이상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 개인대출 상한은 30만위안(약 5100만원)으로 제한되고, 대출자 개인연봉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중단된 가운데 사업 구조를 변경하거나 재편해 다시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앤트그룹의 상장이 전격 중단된 가운데 사업 구조를 변경하거나 재편해 다시 상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앤트그룹 상장 재도전할까...가치평가는 낮아질 듯

세계 주요 언론들은 마윈이 앤트그룹의 상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BC는 마윈이 하버드대학에 10번 지원했던 일을 소개하며, "하버드에 10번 지원했던 남성이 규제당국의 단 한번의 거절에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다만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앤트그룹의 가치 평가나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참가자들은 앤트그룹이 사업부를 재편하고 사업모델을 재고하며 투자자들에게 추가 위험을 알릴 것"이라며 "이는 앤트그룹이 다시 상장할 때 그 가치 평가가 낮아질 수 있고, 이번에 목표한 만큼의 자금조달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앤트그룹은 이번 상장을 통해 340억달러(약 38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었지만, 다시 상장에 나선다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홍콩에서 청약대금 환불 절차를 밟고 있는 한 투자자는 "확실히 더 큰 불확실성이 있을 것 같다"며 "반년 뒤 새로운 상장 계획이 나온다고 한다면 더 신중하게 고민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이번 규제는 시작에 불과할 지 모른다"며 "중국 정부는 빅테크에 대해 보다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고, 이는 알리바바에게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들이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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